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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길고도 상세하다. 게다가 반지 3부작의 영상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피터 잭슨 자신에 대한 경애심마저 묻어나 있다. 거기엔 이야기의 얼개를 맞추려는 '프리퀄 만들기'에 대한 - 조지 루카스 뺨치는 - 집착마저 보인다. 그래서 반지 3부작에서 보여주었던, 톨킨 중간계에 대한 뭉클한 애정과 성실함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야심과 여유다. 여전히 중간계(또는 뉴질랜드)는 아름답고, 더 발전한 기술은 현란하다. 책 속의 고블린 집단은 군단이 되었고, 기술 과시는 동화를 어떻게든 '반지 이전'의 위기감을 강조하기 위한 어둠의 색채로 물들인다. 그럼에도 애써 유머를 잃지 않으려는 태도도 여전하다. 물론 그건 다 시간이 넉넉한 탓이다. 아마도 3부작이 아니라 2부작이며, 편당 3시간에 가까운 시간..
다니엘 크레이그 기용해서 찍은 007도 어느새 3편째인데, 새삼 '기원'에 대한 이야길 하고 있다. 아마도 50주년 기념작인 탓인 모양이다. 태어나 자란 곳에서 지극히 사적인 의미의 전쟁을 치르는 마무리가 굉장히 아연했다. '어머니'를 마지막에 포옹할 수 있는 '아들'의 자격은 나에게 있다!고 격전을 치르는 두 남자. 가뜩이나 007 구력은 낮은 나에게 이런 007의 풍경은 골때렸다. 아주 새롭게 시작하는 원년이 되자는 각오로 시작하는 스카이폴은 M을 교체시키고(다니엘 크레이그 시절부터 진가를 드러낸 주디 덴치의 M이건만 + 날렵한 양복이 어울리는 새로운 M을 얻은 기쁨은 이에 비하면 사소한 것이다.), 해커풍의 Q를 배치하고, 마지막엔 머니페니를 소개한다. 이 제의를 위해서 희생된 007카 애스턴 마틴..
나에겐 다큐의 전개보다, 디트로이트를 저벅저벅 걷는 로드리게즈의 모습과 남아프리카의 전경이 묘하게 마음에 남았다. 지금 들어도 눅눅하지 않는 포크 트랙들을 배경삼아 느릿한 걸음으로 주춤거리며 걷는 모습으로 한 사람의 여정을 효과적으로 축소해냈다.
그러니까, 당신이 어린 시절에 친구가 없었다고 쳐. 많았다고? 그러니까 없었다고 치자고. 그래서 너무 외로웠는데 부모님이 성탄절날 당신 선물이라고 품 안에 쏙 들어오는 리락쿠마 인형을 사줘. 너무 마음에 드는기라. 이름도 붙여주고 내겐 유일한 이 친구와 떨어지기도 싫고, 황당하지만 나와 같이 대화도 나눴음 하는거야. 세상에 그런데 그 소원이 이뤄졌어! 리락쿠마가 말도 하고 움직이고 나와 교류한다는거지. 그래서 둘은 평생 떨어지지 말자 굳은 맹세를 하고 자신들의 미래에 조금의 의심을 품지 않게 되지. 그때까지가 좋은거지. 당신의 정신적 성숙은 그 맹세를 했던 나이에서 조금이라도 더 자라질 못했고, 당신의 친구 리락쿠마도 서서히 나이를 먹어가며 세상의 때를 타게 돼. 대마초도 피고, 이성도 밝히고, 일할 줄..
우정과 배신, 폭력과 협잡의 세계에서 곽경택 감독이 잠시(?) 빠져나왔다. 이번엔 자전적인 군대 이야기다. 군복무를 필한 한국의 남성들이라면 사실상 군대 이야기들은 진실이든 뻥이든간에 어느정도 '자전적'일 수 밖에 없다.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가 슬픔의 영역이라면, 곽경택 감독의 [미운 오리 새끼]는 요샛말로 '웃프다' 쪽이다. 6개월 육군 방위 한정의 이야기지만, 사단 헌병대대 이야기라 '깍쇠'가 있는 영내 이발소와 '보글대는 사제 라면'이 있는 취사실을 오가는 현실감이 있다. 무엇보다 기본적인 인권을 '육개장에 말아먹은' 영창이라는 무대가 있고, 2년 안엔 누구든 만난다는 '꼴통 중대장'의 징그러운 존재감이 있다. 이런저런 공감대로 중반까지 웃프게 흘러가던 이야기는 결국 종반엔 성장담으로..
왕국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을 거부하며, 자신만의 인생을 즐기려는 사춘기 좌충우돌 공주님 이야기. 이런건 사실 픽사보다 디즈니가 전매 특허 아닐까. 디즈니 쪽에서 배급할 [주먹왕 랄프] 쪽이 차라리 조금 더 픽사에 어울려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벅스 라이프]나 [카] 시리즈처럼 상대적으로 픽사 제작물 중 평가가 낮았던, 작품들에 비해서도 [메리다와 마법의 숲] 쪽이 조금 애정이 덜 가는 이야기인 것도 내 감상이다. 뭔가 이런저런 평탄스러움 속에서 빛나는 '재기'가 좀 부족해 보였던 것이다. 포스터에서 보여준 신비한 숲속과 자연의 풍광이 더 부각되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성장담도 좋지만 내다보이는 이야기잖아요... + 쿠키 있습니다.+ 단편 좋습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이명박 시대에나 통할 감상적인 투정으로 가득차 있다. 민초의 마음을 하나하나 헤아리는 낭만적인 절대군주에 대한 회고 취미에 낮은 유머 감각까지 고개를 젓게 만든다. 이 작품을 둘러싼 최근의 호평에 갸우뚱하지 않는다. 애초에 동의 자체가 필요없는 일이다. 난 별로인 영화를 보고 왔을 뿐.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라 민망하지만, '지브리풍' 농경 생활 예찬의 풍경 속에 두 아이의 성장과 어머니의 인생 중 한 대목이 묘사된다. 두 번 울컥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나와는 다른 미지의 대상, 늑대에 가까운 이형의 것을 키우는 일과 비슷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육아란 가장 최상의 것을 주고 싶지만, 현실적 제약에 의해 줄 수 없다는걸 알고 있음을 실감하는 고통의 순간들이다. 2세를 위한 최선의 미래를 주고자 하지만, 아이는 어느새 성장하여 자신의 뜻과는 다른 길을 선택한다. 나와 다름을 알고, 나의 뜻과는 다름을 인정하는 막바지의 여정에서 눈물이 왈칵 나오더라. 그저 건강을 빌어주고 등 돌린 아이의 성장을 충만하게 바라봐주는 눈빛, 그리고 자연의 풍광들. - 원전에 빚을 진 [시간을 달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