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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요즘 [블랙 미러] 좀 챙겨보는 중인데, 영국 매체 맛이 좀 맵다 실감했다. 사실 제목만 듣고 [빌어먹을 세상 따위]라는 타이틀과 스틸 몇 개만 보고, 세상 엉망이다 어쩌고 저쩌고 잘난 맛 못난 맛 살리면서 허세 떠는 냉소적인 청춘물 정도 수준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맛이 다르더라. 원작은 찰스 포스먼이라는 작가의 그래픽 노블이라고 한다. 서사는 차이가 있다는데, 등장인물들의 딱딱 끊어지는 내레이션이 묘한 속도감과 박자를 만든다. 원작 호흡을 배신하지 않으려는 듯. 그리고 무엇보다 캐스팅이 좋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알렉스 로더라는 배우와 제시카 바든이라는 배우를 동시에 알게 되었는데, 정말 영국 남자배우들의 못 생겼는지 잘 생겼는지 알 수가 없는 - 매번 경계 위에서 왔다 갔다 하는 - 그 경계선의 매력..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6961 ) == ===== == = 최가은 「The Life, The Love」 도회적인 정서와 분위기에도 그것으로 충족되지 않는 잉여의 감정은 자꾸만 쓸쓸함을 부추기는 구석이 있다. 가사 때문일 수도 있고, 알앤비 경향의 음악의 나머지를 채우는 전자음악 텍스처들이 방울지고 부유하다 산산히 흩어지는 광경은 묘한 감상을 유도한다. 낮은 온도로 프로듀싱된 사운드도 그렇고, 무엇보다 능숙하고 프로페셔널한 창법을 지향하지 않은 최가은의 보컬은 뜻하지 않은 여진을 남긴다. 이런 총합이 남기는 여운이 절대 만만치 않다. 효과적이고 길게 남는 음악..
결혼과 이혼 이야기의 전설 같은 고전이 된 메릴 스트립과 더스틴 호프먼의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이후, 이런 소재는 한두 번 나온 것이 아닐 텐데 그동안 좋은 작품은 극히 드물었던 모양이다. 이 항구적 테마에 대중예술 시장 안에서 남과 여의 선명한 입장차가 개입되어 천장의 높낮이 차이가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로 디테일이 배가 되었다. 첫눈에 반하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이들의 사랑과 결실은 자연히 빛 바래기 시작했고, 이혼을 결심한 시점에 극이 시작한다. 그래도 아이를 희생양 삼지 않는 구성이 좋았고,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로 대변되는 로컬과 법적 배경의 차이를 가미한 갈등 구조가 좋았다. 배우들과 많은 대화와 리허설을 거친 듯한 흔적이 보이는데, 둘의 기량을 담보로 한 연극 무대를 연상케 하는 연기 대결..
정작 원전이 된 레트로 시대의 [젤다의 전설 꿈꾸는 섬]을 해본 적은 없다. 레트로 시대가 아닌 이제 나이가 들어서야 즐기는 게임이라는 매체가 던져주는 새삼스러운 경험은 매회 특별한 감이 있다. 게다가 그것이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면?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옛 타이틀이지만 낡아 보이지 않게 만드는 연출과 그래픽의 일신 등은 닌텐도가 IP 관리를 위해 넣은 정성을 실감하게 한다. 물론 기본적인 골조를 훼손하지 않기 위한, 퍼즐 기반의 난이도와 인내가 필요한 미션 등은 좀 화를 나게 하지만... 그마저도 성취감을 위한 허들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무엇보다 외전이라는 스토리 라인에도 불구하고, 그저 덤으로 즐기는 타이틀이 아님을 실감하게 하는 여러 장치와 정식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몇몇 요소들 - 음악, 가..
그렇다. 최종 시즌이다. 예상대로 모든 공적은 서세이 라니스터와 킹스 랜딩이었다. 모든 것을 눈폭풍으로 덮어버릴 거대한 위협이었던 화이트 워커는 시리즈 내내 수수께끼이자 떡밥이었지만, 결과적으론 스펙터클한 전쟁 씬 용도의 위기였다. 대신 최종판의 공적은 서세이 였으나... 원작이 될 소설이 일단 완간이 아닌 이 미조립의 세계관인지라 모든 것은 미덥지 않게 조성되었다. 앞으로 드라마판 [왕좌의 게임]을 이야기할 때 언제나 따라갈 약점의 대다수는 '대너리스 붕괴'가 아닐까. 물론 그런 행보는 시리즈 몇몇 대목에서 예고는 보였으나, 한정된 에피소드 분량(다른 시즌보다 회당 시간이 보다 부가되었으나) 안에선 그래도 무리수였다. 해당 배역을 맡은 배우에게는 스크래치, 극 중 배역들에겐 합당함이 부족한 갑작스러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