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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과시적이거나 인상적인 연출과 자극을 사용하지 않은 작품이다. 성적 지향성에 대해 기준과 구두 굽질로 기준에 의거한 폭력을 행사하는 교정 시설, 이런 설정을 생각하면 예상할 수 있는 흉하고 기괴한 일을 전시하지 않는다. 여성 형제로 인해 성적 정체성에 대해 교정 교열을 당한 유약한 남자가 역으로 학생에게 가혹한 일을 저지른다거나 하는 경우는 벌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그게 어쨌거나 참혹한 결말을 야기하는 엄연한 폭력임을 숨기지 않는다. 흔적만을 보여주지만 신의 가르침과 사랑을 대변한다는 이들이 가진 흐릿한 기준선이 얼마나 굵고 선명한 유혈을 만드는지 보여준다. 주인공은 현실과 회상 사이에서 잦은 악몽과 연상으로 착오를 자주 겪는 편인데, 그것 또한 인생 끝까지 모호할 경계선이 무엇인지 짐작하게 한다. 본인도..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링크 : 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7141 ) == ===== = ===== 밴드88 「리프라프 : The Riff-Raff」 88 올림픽이라는 역사의 대목에서 가져온 밴드명과 가난의 열패감이라는 테마를 가진 곡에서 88년 전후 문예 계간지 『창작과 비평』이 대중에게 보여준 비평의 논조와 ‘노원구 상계동’의 지명들이 떠올랐다. 휘황한 네온사인 속 어지러움을 연상하는 곡 서두의 신시사이저와 자본주의의 풍토 아래 휑한 눈으로 질주하는 ‘부산’ 청년을 뮤직비디오에 넣은 서사는 또 다른 연상을 낳게 하였다. New Order의 「Blue Monday」(1983) 탄생 이후 신스팝의 자손들이 ..
한참 인기가 있을 당시가 아닌 코로나-19 정국 하의 관람이 더욱 유익했다. 뉴욕을 배경으로 찍은 프랑스 영화식 분위기는 나 혼자만의 착각은 아닐 것이다. 아 사람들이 누벨바그 풍이라고 하네. 흑백 화면... 아 그렇군요. 무용을 전공했다가 현재 시점 생활과 거치의 자신감을 상실한 채 바닥에 남은 본능을 안고 활보하는 장면 등엔 배경음악으로 영미권 음악에 영향받은 프렌치 팝이 흘러도 되겠다 싶더라. 정말 뉴욕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불명확한 삶과 일상의 지표를 찾아가며 뉴욕과 파리 등을 왔다 갔다 하더라. 상영 당시엔 돈 없었다고 울상을 숨기고 씩씩한 척 살아가는 주인공이 주변에 누가 빵 남기면 주워먹고, 파리나 지방에 갈 비행기표는 잘도 카드 긁고, 입만 열면 고작 27살의 나이에 파트너와 섹스니마니 할..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링크 : 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7135 ) == ===== = ===== 스켈터 「Ordinary Life」 흔하게 접할 수 있고, 록 넘버에 대한 고정적인 상을 가지는 이들에겐 평이하게 들릴 수 있으나 장르 애호가들은 보통 이런 곳의 서두부터 또 다른 촉을 가지며 귀를 세운다. 메탈의 질감이 덧씌워진 훵키한 로큰롤 연주에 걸맞은 보컬의 활력이 매섭게 질주한다. 검정 티셔츠, 바이크의 원동력, 술... 온갖 심상과 상상력을 구체화한 에너지를 응축한 사운드로 깔끔하게 전달한다. ★★★☆ 다브다 「Journey」 베이스를 시작으로 리듬을 심상치 않게 잡고 흔드는 연주가 슬슬 본색을 드..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링크 : musicy.kr/?c=zine&s=1&gp=1&ob=idx&gbn=viewok&ix=7121/ musicy.kr/?c=zine&s=1&gp=1&ob=idx&gbn=viewok&ix=7128 ) === == ====== = ==== 메리디에스 「Au Magasin De Nouveautes」 메싸드 시절부터 《오감도》 연작을 통해 이상 문학에 대한 관심을 계속 반영했던 이 원맨 밴드의 선택은 이젠 《건축무한육면각체》 연작 6부작이다. 연작시의 첫 작품이자 본작이 수록된 음반의 첫 곡 표제이기도 한 「AU MAGASIN DE NOUVEAUTES」는 이상의 문학 《날개》의 옥상 무대이기도 했던, 미쓰코시 백화점의 배경을 다루고 있다. 이상이라는 인물을 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