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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자신이 키우는 개가 있다고 예상되는 고립된 '개들만의 섬'에 찾아가는 소년의 이야기. 굳이 일본이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네 있지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생선의 살을 가르고 스시로 만드는 섬세한 과정을 보여주기엔 일본이라는 기호가 주는 근사함에 걸맞는 곳이 드무니까요. 게다가 전체주의적 권력의 비유로 일본이라는 역사성을 포기하기엔 아깝잖아요. 게다가 이 외형과 언어적 기호를 사용하는 유혹을 웨스 앤더슨은 포기하거나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아주 적극적으로 사용합니다. 도입부와 마지막의 북치는 소년들의 벗은 상체와 생쥐를 연상케하는 외모의 '컴퓨터를 잘 다루는 안경 일본 남자애', 그리고 숱한 여성에 대한 묘사 등 뻔뻔한 스트레오성조차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테크놀러지와 성실함, 원래 잘..
영화 타이틀 자막이 나오는 도입부엔 여성과 딸들의 자리가 애초부터 개입하지 않는다. 육체의 수련을 진행중인 남성들의 근육에 대한 경의와 연령대와 무관하게 건강을 유지하는 이들에 대한 박수 같은 도입부가 지나가야 본론의 위치가 옮겨진다. 아버지의 대사를 빌어 페미니즘적 함의가 심어지나, [당갈]은 국가 체육 시스템에 대한 발언과 다종교 사회를 통합하는 민족적 자긍을 환기시키기도 동시에 바쁘기에 2시간 40분은 빼곡하게 지나간다. 여기에 아버지의 훈육이 정답이라는 보수적 답변을 발견하면 어느정도 한숨까지 나오는 것이다. 물론 하나의 방향으로만 보자면 [당갈]은 부족하기 그지없는 작품이지만, 다양한 관객층을 만족시킬 수 있는 대중적 성취를 보자면 참으로 유려한 작품이다. 한때 주성치의 [소림축구]와 [쿵후허슬..
애초에 [쥬라기공원2]에서 끝았어야 할 시리즈가 이렇게 용쓰며 역사를 이으니 이렇게 되는 모양이다. '똑똑하고 착한 랩터'라는 전제에 얽매이다보니 결국 이렇게 되어 버렸다. 게다가 시리즈가 갈수록 랩터가 은근히 신장이 조금씩 자라나는 듯 보인다. 그래 어차피 순수한 공룡도 아니고, 양서류 DNA까지 융합해 만든 '공룡이길 바란 그 어떤 유전자 생명체'인데 아무려면 어떤가. 깃털이 있든 말든. 해먼드 회장의 호박을 가지고 오고, 제프 골드브럼을 다시 불러오며 이것이 원작 시리즈의 정통임을 주장하는 것도 안쓰러워 보이는 대목이다. [쥬라기 월드] 1편 제작시 흉흉하게 들리던 루머, 인간 유전자 융합형 공룡의 발상은 진작에 버려서 다행이지만 아직도 유령처럼 흔적을 남기고 있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국에서 선행 ..
이 영화를 두고 미국 GV(임의로 이런 표현을 씁니다)에서 한 남성 관객이 제시카 차스테인에게 이렇게 물어 봤다면서요. "그런데 이 여자, 여자 사이코패스 아니에요?" 아하 이래서 미국이 트럼프 같은 인간을 대통령으로 뽑았나봐요. 일 멋지게 잘 하는 여성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에서 여성 캐릭터에서 확 반했다가 남성과 섹스 후 뭔가 사람이 재미없어 지는 듯해 좀 실망했죠. 물론 슬로운도 섹스를 합니다. 다행히도 극중에서 그를 이렇게 만든 가족 구성원이나 그 연원에 대해서 거의 언급되지 않는데, 깊게 박힌 불면과 욱신한 스트레스를 간혹 섹스로 해소하는데 그렇다고 사람이 시시해지진 않습니다. 관련된 위기가 오긴 하지만 시시한 수준이고 암튼 섹스한 새끼가 잘못했지 슬로운이 잘못..
외전이라고 하지만 그 누구도 무시하기 힘든 클래식의 도입부 직전을 맡았던 [로그 원]의 입지에 비한다면... 한 솔로라는 인물에 대해 치명적인 매력을 느끼기 힘든 타입이라면 이 프로젝트에 대한 호의를 느끼기엔 힘들었다. 표류하는 감독 인선과 올든 에런라이크 배우의 한계는 명확히 보였기에 우려를 하기보다는 일정 수준 포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바톤을 울며 겨자먹기로 받은 론 하워드는 베테랑의 기량으로 잘 수습했고, 외전의 형태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도 자신만의 사가를 낳을 계기를 만들었다. 게다가 조지 루카스의 프리퀄에 대한 체면을 챙겨주는 대목은 의외의 즐거움이었다. 역시나 제일 좋았던 것은 은하계 놈팽이 이야기 안에서도 중요한 테제는 ‘저항’ 임을 잊지 않았다는 점이다. 괜찮은 성격..
1편 보다 더 많은 피, 개그를 빼곡 집어넣으려는 데드풀 2편은 이제 절체절명의 적이나 위기를 설정하지도 않는다. 히어로물 세계관의 더 강하고 더 강력한 위기를 설정하기 보다는 이제 그 세계관과 산업에 대해 더 많은 언급과 놀이를 설정한다. 잠시 등장했다 즉각 퇴장하는 화려한 카메오,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에 대한 직접적인 경력 농담, 무엇보다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보다 더 과감하게 세계관을 정리하는 - 물론 이것도 농담이다 - 쿠키에 이르면 그 자체로 희귀한 가치를 증명하는 이상한 히어로물을 목도하게 된다. 앞으로 더 진지해도 되고, 더욱 무책임져도 되는 갈림길 위에서 휘청휘청.
70년대 중반생이라 마징가Z의 마지막 장면에서 새로운 적의 등장으로 로봇이 대파되고, 이후에 구원같이 등장한 그레이트 마징가의 장면을 아직도 기억한다. 텔레비전을 집에 들여놓은 부모님이 준 수혜 덕일테다. 이후 그레이트 마징가의 이야기는 다른 친구집 아이의 VHS에서 엿볼 수 있었다. 그래도 마징가Z가 첫 사랑이었다. 내겐 그랬다. 2018년이다. 그 마징가가 고스란히 돌아왔다. 헬박사와 아수라 백작, 브로켄은 악명 그대로 돌아왔고 - 그 약함마저도 ㅎㅎ - 우리의 쇠돌이 그 코우지와 주변 인물들도 돌아왔다. 평화로운 세상엔 다시 어둠이 닥치고, 이제 인류는 되물어야 한다. 우리는 미래의 공영을 지킬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존재들인가? 그리고 우리의 인물들은 이 미래에 어떤 유산을 남겨야 할 책무감을 부여..
넷플릭스엔 많지는 않지만, 간혹 메탈리카나 너바나의 다큐멘터리 등이 등록되어 있다. 그런데 개중 뜻밖에 자리한 푸 파이터즈의 다큐멘터리라니! 반색하며 반길 수 밖에 없었다. 2011년에 제작된 작품이니만큼 이들의 명반 [Wasting Light] 발매 직후의 상황까지가 담겨있다. 이들이 최종적으로 현재의 6인조 편성이 되기 바로 전의 라인업이니 나름 밴드의 이력을 이해하기엔 용이하다. 무엇보다 데이브 그롤은 밴드의 이력을 설명할 때 너바나 시절을 굳이 부인하지 않고 담백하게 토로하고 있으니 말이다. 혼자 작업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밴드명 셀프 타이틀 데뷔반이 발매된 것이 1995년, 어느새 두자리를 찍은 관록의 시절을 보내온 셈이다. 이후의 과정은 그야말로 밴드라는 생명체에 대한 고통의 토로다. 개그와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