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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완벽한 사기를 방해하는 것은 남녀 관계다. 이미 최동훈의 영화들이 그것을 증명했다. [아메리칸 허슬]은 허술해 보이는 사기극에 대한 관심 보다는 배우들의 연기 충돌이라는 격투기장으로써의 영화를 보여준다. 초중반까지 느슨해 보이던 이야기는 중반부 이후부터 그래도 재밌어진다. 캐릭터 중 한 명은 아예 과잉행동 장애 같아 보이기도... 사운드트랙이 좋다. 스코어는 대니 엘프먼이 맡았는데 그렇게 표는 나지 않는다. 듀크 엘링턴에서 폴 매카트니까지 즐기자. 연기도 즐기자. + 크리스찬 베일, 왜 뱃살 찌운거냐...
시작은 중동이다. 마치 [허트 로커]나 [제로 다크 서티]인양 이야기가 시작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이언맨]에 가깝다. 이야기의 외연을 넓혔다기 보다는 장식이 가해진 셈이다. 도시 자본가들의 손에 의해 델타 시티로 정화되어 가는 디트로이트의 끝물을 자본주의 풍경에 빗대던 폴 베호벤 시대의 로보캅은 이렇게 탈바꿈한다. 오리지널의 피범벅들 못지 않았던 풍자 광고와 TV쇼의 난립은 공화당 성향의 사무엘 잭슨이 맡은 시사 프로그램으로 녹였고, 가슴골의 마약을 핥느라 허덕대던 오리지널판 자본가들은 스티브 잡스형 기업 악당 마이클 키튼으로 새롭게 중심이 잡힌다. 머피의 정체성 고뇌는 과감하게 열어제낀 상태로 애초부터 기억이 상실되지 않은 보존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다. 대신 조력자형 과학자를 박는 것이다. 잔흑무도한..
- 근사하다. 화면도 근사하고, 내용도 근사하고, 무엇보다 재밌고 화면 하나하나를 눈 안에 담고 싶은 욕구로 두근두근대는 영화였다. 이 정도면 머천다이징으로 성공한거 아닌가. 조립하고 싶다는 욕구를 줬다는 점 하나만으로.([G.I.Joe] 영화판 보고 하스브로 사이트 뒤적거린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 - 워너 제작이니 DC 캐릭터는 물론이거니와 가능할까 싶었던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10대 돌연변이 닌자 거북이들까지 끌고 올 수 있었던 라이센스 문제 해결의 뚝심은 놀랍다. - 이런 근사한 결과물을 냈으니 2탄 제작은 당연히 따라올 수순일텐데, 이미 1편에서 짜릿한 교훈을 안겨줬으니 더 할 이야기가 있을까 싶은데... 그거야 헐리우드 브레인들이 알아서 할 일이겠지. - 영화의 교훈대로 뚱땅뚱땅 만드는(에블..
호기심에 이리저리 도망치는걸 잡아 품에 잡아둬야 하는 고양이는 도무지 향방을 알 수 없는 착잡함에 휘감히는 삶을, 영민함에 다시 돌아오는 고양이는 삶의 윤회를, 나를 빤히 주시하는 고양이는 내가 삶에서 결국엔 놓고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끈적한 무언가를 상징한다. 코엔 영화답게 좋은 배우와 호연, 화면 구도, 음악에 대한 예우를 차리면서도 - 밥 딜런 장면은 소박하게 찌릿했다 - 비껴나가는 다른 이야기와 복잡한 심사 안겨주기의 장기는 여전하였다.
제목을 당장에라도 [월가의 늑대(들)]이라고 고쳐서 적고 싶은 영화. 간만에 본 영화 중 가장 시끄러운 영화였다. 3시간 내내 관객을 잘 쥐고트는 스콜세지의 연출이 빛을 발했는데, 몇몇 대목은 확실히 지나치게 친절했다. 친절함을 거뒀다면 15분 정도는 줄일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아무튼 노장은 '젊은 페르소나'에게 근사한 남우주연상 주지 않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임전무퇴의 정신을 발휘한다. 디카프리오는 울고 웃고 소리 지르고 연설하고 견제하고 약을 하고 섹스를 하고 미친 짓을 하고 아주 난리가 아니다. 신났다. 기 빨린다. 돈은 종교다. 이 흔하고 닳은 명제를 가장 통렬한 방식으로 보여주기 위해 필사적이다. 돈이라는 이름의 종교 제의를 위한 수많은 파티와 난교, 멈추지 않는 인간들... 하 징그러운 새..
"이 아이의 힘은 먼 훗날 불행을 줄겁니다"라고 말하는 트롤 노인네의 말 한마디 정도만 안데르센 동화의 차가운 서정을 상기시킨다. 영화의 앞과 뒤 모두 원전 [눈의 여왕]과는 확연히 거리감이 있다. 대신 디즈니는 '사랑하는 이의 키스'라는 명제에 대한 뒤집기를 위해 물량공세에 공을 들인 듯 하다. 그런 가운데 서브 플롯이라고 생각했던, 올라프 캐릭터는 다소 두서 없이 등장하고 물량공세 사이에서도 의외로 액션은 [라푼젤] 보다는 차분한 편이다. 만들어놓은 결과물이 보여준 균열감이 혀를 차기보다는 뭔가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탁월하고 울컥하게까지 만드는 유년기의 묘사나 Let it Go의 방점 등 인상적인 면모에서부터, 헐렁한 후반부까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엘사의 이야기는 히어로물 같은 모티브를..
주인공이 지출 내역과 가족에게 쏟아붓는 예산을 수기로 적으며 시름을 뱉는다. 그리고 모니터를 바라보며 연애 매칭 사이트의 연모 대상에게 '윙크' 버튼을 클릭할까말까를 고심한다. 이 짧은 도입부를 보며 확신하였다. 난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애초에 론 하워드가 감독에 내정되어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 쪽도 기대가 되지만 아무래도 벤 스틸러가 아니었다면 '고무 근육남 장난감' 같은 장면의 상상력이 그토록 근사하게 표현되기란 어려웠을거다. 진지함과 풍선처럼 부풀리는 뻥튀기의 즐거움을 자신감 있게 섞어낸다.
아시다시피 애초의 제목은 '또 하나의 가족'이었다. 이 영화의 이야기에 관련된 거대 기업의 카피라이팅을 역으로 사용한 셈인데, 결국 개봉을 앞두고 제목이 수정되었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본작은 가족 영화이자, 같은 목적을 지닌 이들끼리의 연대감을 가족적인 유대로 비유하고 있다. 영화 제작 자체가 연대를 통한 선의에 의해 가능했으니 말이다. 영화의 미덕은 생각보다 최루성도 신파도 아니라는 점이다. 가족의 죽음 자체보다 죽음 이후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고, 지금도 진행형임을 상기시키고 있다. 아쉬운 점은 영화적 재미의 부족에 있다. 근작 [변호인]이 실화 바탕이라는 무게에도 불구하고, 극적 재미와 연출에 제법 완숙함을 보여줬던 것에 반해 본작은 영화 제작 자체의 어려움을 노출하고 있다. 당연히 선의 자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