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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시간여행과 마음을 얻고픈 여인의 존재, 뭔가 그림이 그려지는 스토리라인인데 영화가 막바지를 가며 다른 이야길 하기 시작한다. 즉, 뻔한 스토리 안에서는 분명 '클라이막스'나 '위기'였을 결혼 대목은 이 영화 안에서는 그저 과정일 뿐이다. 정작 영화는 결혼 이후의 삶, 인생 안에서의 가족이라는 존재의 무게를 설파한다. 더이상 시간여행이 필요없을 때, 시간여행을 사용할 필요가 없을 때, 왜 시간여행의 법칙이 과거로만 이동이 가능한지에 대해 설명이 가능할 때 영화는 나즈막히 마무리된다. 삶과 인생에 대한 예찬. 레이첼 맥아담스는 인생의 장식이었습니다. 맙소사. 왜 워킹타이틀 영화는 [윔블던]에서도 그랬지만, 활발한 성격의 미국 여성 환타지를 간직하고 있는건지?
연출의 목적이 없었던 분이 본의 아니게 연출까지 잡게 된 경우여서일까. (가장 나쁜 경우가 [26년]인 셈인가) 덜컹거림은 있지만 미숙함은 보이지 않는다. 노련함도 있고 좋은 작품, 나쁜 작품의 얄팍한 이분법으로 재자면 좋은 영화이다. 잘 만든 영화다. 연출을 쥔 감독은 계속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전기적 기술을 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보인 듯 했지만, 그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실패한 듯 하다. 계속 환기되고, 중요한 디테일들은 실존 인물을 - 그의 지지자들로 하여금 - 연상시키는 모양이다. 배우들의 호연이 좋다. [설국열차] 때보다 훨씬 나아보이는 송강호는 물론이고 곽도원도 좋고 이성민도 좋다. 반면 어쩔 수 없이 TV드라마 풍을 연상시키는 조민기 등은 아쉬운 대목이다. 출연 결정 자체가 쉽..
시청 앞 사람들이 운집했을 추운 밤, 나는 방 안에서 올레TV 컨텐츠로 시청하였다. 하 수상한 시절, 조지프 매카시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서릿발 광풍을 맞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서 진실을 뱉고 난 뒤에 마른 입술을 훔치며 목 울대를 삼키는 용기있던 이들이 있었다. 조지 클루니는 이들을 흑백 화면 안에서 차분히 다루는데 - 그 자신이 주인공 다음의 근사한 배역을 맡기도 했다 - 실제 자료 화면을 제법 비중있게 배치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묵직히 들려준다. 근사하다. 더 근사한 것은 배우들의 호연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본의 아니게 요즘 정국에 맞는 영화를 지금이라도 챙겨본 셈이다. 영화의 톤은 차분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무겁게 내려앉음이 지배하기도 했다. 극중의 자살한 캐릭터가 보여주듯, 용기 이상..
아무래도 엔딩롤 직전의 마음은 [매트릭스 리로디드] 당시와 흡사하였다. 객석의 웅성거리는 소리는 물론이거니와, 이렇게 마무리 되었으니 이 숱한 갈래길의 떡밥을 모두 수거하고 대단원의 막바지를 짓겠지?하는 일말의 기대감을 키우는 것 말이다. 매트릭스의 경우, 이 기대감은 3편으로 산산조각이 났었다. 피터 잭슨은 그래도 좀 나을 것이다. 아무튼간에 오리지널 반지 시리즈 3부작도 훌륭히 연출해낸 이라 큰 실망은 주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내가 지금도 여전히 [반지원정대]를 제일 1위로 치는 것이고 - 큰 문제는 아니다 - 다른 문제는 어쨌거나 [호빗]은 영화화로써의 3부작을 하기엔 지나친 프로젝트라는 생각을 지금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이건 여전히 문제라고 생각한다. 영화 자체는 특출하다. 술통 액션 장면..
[호빗] 반지 시리즈에서 보여준 광휘는 없었다.[주먹왕 랄프] 픽사에게 수혈받은 정서를 팝적으로.[레미제라블] 정치적 오르가즘 전혀 없었다.[라이프 오브 파이] 난 이안의 헐크가 더 남는다.[클라우드 아틀라스] 좀 더 잘될 수 있었는데 아쉽다.[베를린] 류승완이 정말 작정하면 이 정도는 해내는구나.[문라이즈 킹덤] [잭 더 자이언트 킬러] 브라이언 싱어 망함.[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남한산성이 너무 슬퍼 보여서 가기 두렵다. [링컨] 뭘해도 해내는 스필버그가 이젠 무섭...지 않고 뭐든 기대된다.[제로 다크 써티] 난 아주 좋았다.[장고 : 분노의 추적자] 카타르시스는 금방 휘발[오블리비언] 생각없이 아무거나 찍는 톰 크루즈[아이언맨3] 1.2편과 질감이 제법 다른 영화라 신기하기도 하다.[에반게리온 ..
올해 보고 싶었지만 놓친 영화 중 하나가 [테이크 쉘터]였다. 놓쳤다기 보다는 게을러서 그냥 흘려 보낸 셈이었다. [테이크 쉘터]의 감독이 만든 [머드]는 놓치지 않았다.([마진 콜]의 감독이 만든 후속작은 결국 또 흘려 보냈다) [머드]는 좋은 영화였다. 좀 긴 듯 했지만 그런 호흡을 보여주고 싶어한 듯 했고, 긍정할 수 있었다. [머드]는 주인공 머드의 이야기도 하지만, 그에게 영향 받고 일정 부문 그의 청춘을 반복하려는 듯한 아이 '앨리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실은 앨리스 쪽 이야기가 어째 더 강렬하다는 생각도 든다) 시놉이나 리뷰만 읽은 [테이크 쉘터]지만 감독은 미국 특정 지역의 공기를 담는 것에 탁월한 듯 하였고, 전작의 배우들을 재배열하는데 재미를 들린 듯 했다. 무엇보다 가족, 맹목적인 ..
1편에서도 그런 경향이 있었지만, 2편에서도 흥미로운 캐릭터는 토르 쪽이 아니라 로키 쪽이다. 그토록 엄청난 희생을 야기한 일을 벌렸음에도 반성은커녕 욕망 자체에 충실한 나머지 엔딩에서까지 억지로나마 깊은 인상을 남기는 모양새라니. 중간마다 다소 균열을 보이고 심약한 구석은 보이되, 시리즈 최대의 골칫거리로 남을 공산인 모양이다. 대목대목마다 속임수니 말이다. 1,2편 공히 시리즈에 흐르는 가벼운 개그의 감각도 살아있다. 아스가르드는 보다 실감에 가깝게 웅장해지려 노력했지만, 여전히 남의 세상이고 중반 이후 토르의 과장된 남성성을 소재로 한 개그들이 비집고 나온다. [아이언맨2]에서 사람들의 불만도 그랬지만, 결국은 [어벤져스] 2기를 위한 준비도 밟아 나간다. 사람들의 불만이 사실 별 쓸모없는 것이....
기술적인 성취도도 그렇지만, 영화가 보는 이로 하여금 심상의 위로와 환상성을 제공하는 위안의 매체임을 다시 상기시킨다. 아름다운 행성과 극도의 고요, 그리고 흩어지며 파편화되는 파손물들, 무엇보다 살고자 하는 욕망과 죽음으로 내달리는 체념의 호흡, 마지막으로 중력권 안의 인간 발걸음에 대한 벅찬 긍정성까지... 광활한 우주의 깊이 못지 않게 생은 지속된다. 전작 [칠드런 오브 맨]과 통하는 어떤 정서가 있고, 두 배우의 호연 - 산드라 블록은 잘 하고, 조지 클루니는 근사함을 뿌리고 다닌다 -, 그리고 올해 나온 [스타트렉 : 다크니스]와 더불어 우주에 대한 예의를 각자의 방식으로 충실하게 잘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