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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한정된 공간과 거부하기 힘든 협박, 자꾸만 조여드는 한계 상황에서의 위기라는 점에서 작품은 [폰부스], [스피드] 등의 선배 작품에 대한 영향을 숨기지 않는데, 여러 작품에서 호연을 보여준 조우진 배우가 부산 일대를 현대 제네시스로 동분서주하는 고생길을 비춰준다. 알고 보니 예금자보호법은커녕 힘없는 금융 소비자에게 감당하기 힘든 인생의 재난을 덧씌운 기업이 악의 원천이었으니. 사건의 피해자도 가해자도 이 원천에서 파생된 존재들이었다. 이야기가 순조롭게 풀리면 좋았으련만. 이 사태를 종식하기 위해서 피해자의 존재는 불가피했고, 이 과정에서 부녀간의 낯간지러운 화해(아..)와 경찰 병력의 둔한 감각도 일종의 필수 요소다. 어쨌거나 장르물 첫 주연을 맡은 배우의 노력도 기대 수준이고, 나름 할 건 다하는데 -..
#더튜나스 #thetunas 《#LunaDanceFloor》 같은 로컬의 밴드 POLYP의 안현우가 프로듀싱한 곡이다. 해파리가 프로듀싱한 참치의 음악이라... 일랑이는 수면이 있는 풍경에 제법 어울리는 조합이다? 달빛을 플로어의 조명인양 삼아 발 닿은 모든 곳을 플로어로 삼아 노래하는 낭만적인 상상력, 채현묵의 유약하게 들리는 부드러운 목소리도 이와 어울린다. 중후반으로 갈수록 질감이 두툼해지는 기타와 앰프는 이 단막극의 여운을 아스라한 감정으로 전달한다. #비세랄익스플로전 #VisceralExplosion 《#HumanMeatDistributionProcess》 '내장 폭발'이라는 밴드명에서부터 어떤 정서를 일관성 있게 표현하고 싶어 하는지 어느 정도 짚인다. 낭자한 피 칠갑의 흥건하고 잔혹한 참상을..
정조 역으로 등장하는 정진영 배우를 보니 그가 연산으로 나왔던 [왕의 남자]가 떠올랐다. 이 씨 조선들의 외모는 이런 부계 유전인 모양이다. 물론 이는 이준익 감독 연출의 인연 덕이겠지. 그는 이 작품으로 정약용, 정약전, 정약종 실학 3형제를 설계하기에 이르렀다. 류승룡 배우와 설경구를 형제로 엮었으니 목소리 좋은 실학 형제의 탄생이라 하겠다. 정약전의 [자산어보]는 이미 KBS 등의 공중파에서 백종원 같은 양반을 출연시켜 유독 사랑했던 목록이기도 했다. 요즘 같은 시대, 워낙 먹는다는 행위를 중히 여긴 탓이 있으리라 본다. 건강과 산해진미, 여기에 먹방의 유행까지 생각하면 일찌기 먹고 살기의 관점을 새삼 상기시킨 자산어보의 존재감은 나름 특기할만하다. 이준익은 정약전의 이 저서에 대한 영화를 찍으면서..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7947 [Single-Out #401] 김석준, 넉살×까데호, 데미안, 썬로우, 효연 음악취향Y가 주목하는 싱글을 다양한 시선으로 소개드리는 싱글아웃 (Single-Out) 401회입니다.김석준, 넉살×까데호, 데미안, 썬로우, 효연을 살펴보았습니다.... musicy.kr 김석준 「난 해당화 (feat. 이규호)」 간만에 듣는 이규호의 목소리는 여전히 곱고 여리게 "츄츄-/ 두두-" 라는 가사를 반복한다. 땅을 가리지 않고, 햇볕 있는 곳이라면 꽃 피우며 잘 자란다는 '해당화'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프로젝트 『하나사운드』의 첫 곡이자 음악인 김석준의 침묵을 깬 귀환작이기도 하다. 오밀조밀한..
씨티백 #citibeck 《#변태 #hentai》 보도자료는 (음악적 기본기의 면에서) 못 배웠음과 한편으론 아마추어리즘을 내세운 듯 보이나 이미 전작 등과 실제 이번 음반에서의 브이의 기타를 들으면, 슈게이징에 근접하는 브릿 사운드의 자의식이 더 도드라져 들린다. 상대에 대한 애착과 집착을 표현하는 미미의 가사와 보컬, 뮤비 안에서의 캐릭터 성까지 보면 밴드가 가진 재미있는 일면을 이번에 좀 더 끄집어낸 듯. #루트49 #Route49 《#Vaguer》 굳이 로컬이 아니더라도 전체 지형도 안에서도 드물 알앤비/어반 성향의 밴드. 수록곡 같은 경우 가스펠의 터치와 온기가 가미되어 도회적으로 들리던 음반의 분위기에 다양한 터치를 배가한다. 3인조의 단아한 구성에 각자의 포지션 배분에 충실한 면 등 여러모로..
성인 시청자를 대상으로 사랑과 관능, 로봇과 테크놀로지가 교합하는 과정에서 야기되는 생명의 존엄성, 영속을 질문하던 시리즈였고 이에 자연스럽게(?) 그 전제에 대한 조소와 유머, 잔혹한 장난기를 가미해왔고 어느새 3번째 시즌이다. 데이비드 핀처가 제작과 아이디어에 가세한 것이야 그렇다 해도 제작 파트너인 팀 밀러가 [데드풀] 1편 초반의 액션과 디렉터로서의 능력치를 보여주기 위해 CG 공정물을 보여줬던 전례를 생각한다면 여러 - 실사를 방불케 하는 - 수려한 에피소드들이 한편으론 이해가 간다. 총기류 사용에 제한이 없는 여러 시대의 밀리터리 배경의 에피소드들, 어쟀거나 장대한 수수께끼의 영역에 있을 우주 무대의 에피소드들, 탐욕과 오만함에 자멸로 향한 인류 문명에 대한 회의 등이 여러 곳에 묻어있다. 여..
[듄]은 지난해 여름의 목록 중 각별한 의미를 가진 작품이었다. 청취하는 팟캐스트가 프랭크 허버트의 이 원작을 아이작 아시모프가 집필한 작품으로 잘못 소개한 덕에, 단지 도보 산책 중 내 머릿속을 'J.K. 롤린이 [반지의 제왕] 집필했다는 소리 한다..."라는 조소로 채우게 함과 동시에 당시 드니 빌뇌브의 실사판 1편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은 여자 친구에게 작년 12월 생일 선물로 받은 목록 중 하나였고, 나는 퇴원 후 처음으로 네이버 페이로 [듄] 1편을 구매해 시청할 수 있었다. 이렇게 스파이스가 깔린 장대한 사막 행성의 이야기가 늦게나마 내게 몰려 들어왔다. 프랭크 허버트 (지은이),라울 앨런, 파트리샤 마르틴 (그림), 진서희 (옮긴이), 브라이언 허버트, 케빈 J. 앤더슨 (각색..
쿄토 애니메이션이 거의 사풍으로 밀어붙이는, 고교 특별활동부 서사가 있다. 스포츠물 등의 유사 장르처럼 정상과 극복의 목표치를 향한 성장의 줄기가 있고, 이를 위한 동료들과의 화해와 단합이 있다. 쿄토 애니는 이미 [프리!!]라는 수영부 애니메이션을 통해 훤칠한 미남자 캐릭터 물을 냈던 만큼 이 방향으로는 완숙한 BL 코드를 넣을만치 대중이 원하고, 장기적인 머천다이징의 방법론을 잘 아는 곳이기도 했다. 다른 종목에 비해 한결 절제된 분위기와 절도를 요구하는 궁도라는 점에서 주인공에게 벽으로써 자리한 것은 이른바 하야케라 불리는 속사병(일종의 활병?)의 존재다. 실제로 구글링을 해보니 이 속사병이라는 장벽은 한국의 국궁을 하는 이들에게도 익숙한 징크스인 모양이다. 차분함과 성실한 재활의 태도를 요구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