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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이번 시청의 동기는 자연스럽게 [드라이브 마이 카]의 하마구치 류스케의 작품을 챙겨보자는 심산이었다. [드라이브 마이 카]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집의 얼개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작품인 것처럼, 이번 [아사코] 역시 시바사키 토모카라는 작가의 소설을 원작 베이스로 삼아 영화한 것이라니 류스케 감독이 희곡이나 소설 등의 주변 장르를 바탕으로 자신의 영상 세계관을 조성하는 또 하나의 전례인 셈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번에도 안톤 체호프의 극작에 대한 언급이나 연극을 둘러싼 등장인물 같의 가치관 설파들이 들어간 것을 보니 참으로 이런 고민과 얼개가 그에게 중요하구나라는 끄덕임을 하였다. 작품은 짧게 적자면, 젊은 남녀의 연애담이다. 서로가 매력적인 것을 아는 이들의 이끌림과 시작과 거짓말 등. 거기에 바쿠..
2022년 6월 23일 지난 1월 21일이 병원을 통한 치료와 재활을 시작했던 1주년이었다. 이번 6월 19일이 고향에 돌아온 일상의 1주년이었다. 이후에 나는 잘 먹고, 용변 잘 보고, 매일 실내 사이클과 공원 쪽에 도보로 산책 나가는 일상 등으로 잘 보내고 있다. 여기에 주일 간격이나 월 중 필요시 원고를 적는 등을 하고 있다. 더 많이 보고 읽고 보고 적어야 한다는 명제를 상기하고 있다. 이렇게 나름 평이한 일상을 보내던 최근 1주년 시기에 난 작은 봉변(?)을 당한다. 이번 목요일 23일, 예의 공원 도보 산책을 마치고 귀가하는 나는 단지 인근 횡단보도에서 거너편 알 수 없는 아주머니의 달갑지 않은 선의에 희생을 치른다. 그저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 같은 것을 떼나 싶으셨던 행위인 줄 알았다. 그분..
http://musicy.kr/?c=zine&s=1&gp=1&ob=idx&gbn=viewok&ix=7972 더 바스타즈 「Take Me Out, Tonight:Album Ver.」 개러지 록의 질감을 함유한 묵직한 넘버이다. 지글거리는 사포 같은 화법을 선사하는 한편, 기타 팝의 언어로 윤기 있는 설득력을 주입하기도 한다. 뮤직비디오 속 팔딱대는 심장의 실루엣은 아무래도 밴드가 지닌 젊음과 생기의 메타포일 것이고, 실제로 들려주는 음악이 그 비유에 근접하기도 하다. ★★★ 이효정 「Algorithm」 뮤직비디오 속 음악인의 다양한 캐릭터(헤어스타일과 목소리의 고저로 구분되는 스캣을 제각각 편집으로 한데 보여준다)를 통해 싱글의 제목이자 그 테마인 '알고리즘'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음악적 견해를 들려준다...
한국 같은 배달 운송수단의 수가 한층 많아진 환경 덕에 한결 눈에 익숙한 혼다 커브 모델. 이게 세계적으로 1억 대수가 팔렸다니 가히 범아시아적 친숙함이라도 해도 되겠다. [슈퍼커브]는 이 혼다 커브를 내세운 작품이다. 한국에서 몇 권 발매한 라이트노벨은 물론 출판물에 이어 지금의 애니메이션 12부 구성의 경제적인 규모로 지금도 시청이 가능하다. 음- 잘 봤다. 등장인물의 배치에서 와글와글한 캐릭터물로 보이기 십상이지만, 한결 조용하고 차분한 톤 덕에 시간 할애 후 좋은 인상이 남았다. 드뷔시 등의 클래식 넘버가 흐르는 BGM, 일관된 작화 상태, 무엇보다 자극적이고 근심스러운 사고를 배치하지 않는 안정적인 서사의 톤이 신뢰를 주었다. 낯간지럽지만, 사시사철 소박하게 변모하는 4계절의 변화와 후지산 같은..
[스프리건]은 1989년에 발간된 미나가와 료지의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90년대 중반 하숙 생활에서 접한 후 익숙했던 작품이었고, 90년대 후반에 학교 상영회 등의 경로로 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어떤 식으로든 작품에 대한 인지를 하고 있었다. 당시 [아키라]의 전설인 오토모 카츠히로가 이 애니메이션에 대한 총감수의 이름을 올리기도 했던, 이른바 제작위원회의 이름까지 성립했던 기대작이었으니 그냥 만들어진 작품은 분명 아니었다. 이번 넷플릭스의 6부작 구성의 신작도 이 당시의 극장판 서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듯하다. 여전히 미국과 영국 등의 강대국 경쟁에서의 일본 특유의 불편함을 노출하거니와 아예 히틀러의 망령으로 대변되는 독일 등의 견제와 망상까지 담아내는, 활극을 빙자한 위험한 뻥튀기를 보여..
현재 판데믹 이후 진정 무드에 닿은 극장가에서 여러 우려를 딛고, 준수한 평가와 성적을 얻는 [탑건 : 매버릭]의 감독 조셉 코신스키 연출, 여기에 역시나 여름 시장에 공개될 [토르 : 러브 앤 썬더]의 크리스 헴스워스 출연 등을 등에 입은 넷플릭스 신작 [스파이더헤드]는 이번에도 적정 이상의 기대를 품으면 자칫 실망하기 십상이라는 미묘한 징크스를 이번에도 보여주었다. 조센 코신스키의 적작 중 하나인 [오블리비언]을 다시금 떠오르게 하는데, 아시다시피 애플의 아이폰을 전범으로 삼은듯한 깔끔한 프로덕션 디자인 등 눈길을 낚는 요소는 여전함은 물론이고 인간을 인간됨으로 설명하는 근본적인 준칙이 뭘까 묻는다는 점에서 연출자의 의외로 일관된 주제를 담고 있다. 괜히 아는 척하며 인용하고픈 푸코의 클래식 를 떠오..
한 성인 남성이 어린 여자 아이의 진학과 생활 전반을 책임지게 된다. 생전에 외조부가 생에 어떤 인연인지 알 수 없는 일로 아이의 부양을 자처한 모양이고, 외손자인 주인공은 역시나 어떤 알 수 없는 동기로 그 부양을 승계하게 된다. 일본 서브 컬처물에서 간혹 은밀하게 소재로 발탁되는 음험한 코드가 다행히도(!) 이 작품의 주된 이야기는 아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후를 다룬다는 점에서 [요츠바랑!] 등의 작품을 연상하게도 하는데, 육아를 포기한 여성 쪽의 문제가 엄연히 있다는 점에서 나름 현실상의 책임감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일하는 여성, 천장 위로 나가고자 하는 개인의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원작 코믹스를 실사화한 [버니드롭]은 아무래도 매끈하고 따스한 소위 힐링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7960 신윤수 「Strange」 직비디오의 도입부에 깔린 바다를 보면 믹싱과 마스터링을 맡은 문정민(이상의날개)의 손길이 자연스럽게 실감이 난다. 아무래도 공간계 이펙터를 입은 앰비언트 기타가 주관하는 일렁이는 사운드 탓이 크다. 여기에 신윤수는 까만 밤 위에 홀로 떠오른 초승달같이 외로움의 좌표에 위치한 자아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어울리는 보컬의 주인공이다. 그의 전작 「바다 없는 섬」(2022) 역시 문정민의 마스터링과 더불어 연결된 정서를 들려줬다. 이런 점이 이 싱어송라이터를 설명하는 하나의 고리가 될지도. ★★★1/2 http://musicy.kr/?c=zine&s=1&cidx=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