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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잘 몰랐다. 알록달록한 검백 무늬의 달마시안이 그 유니크하고 예쁜 외모와 달리 제법 험상궂고 거친 구석이 있는 견종이라는 사실을. 어린 시절부터 도서와 매체를 통해서 인지했던 [101 마리 달마시안]이 주입한 이미지에 그간 속았던 것이다. 그렇다. 이야긴 디즈니로 돌아오는데, [아이. 토냐]로 인상 깊은 선 굵은 작품을 만든 크레이그 질레스피 감독은 그 작품 속 외모부터 악녀의 입지를 부각하는 문제의 캐릭터, 크루엘라를 소환한다. 엠마 톰슨이 마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 메릴 스티립을 연상시키는 패션업계 속 신뢰하는 거라면 자기 외엔 없는, 유력인사로 나오는데 이런 그를 하나둘 무너뜨리는 것은 젊은 에스텔라/크루엘라의 성장과 끝 간 데 없이 부풀어지며 팽창하는 사악한 자아다. 닮은 듯 다른 듯 이..
물에 대한 묘사는 예전부터 타의 추종을 불허한 스튜디오가 만든 애니메이션, 맑은 하늘 위에서부터 내려쬐는 빛, 충구 등으로 마을 위를 천연덕스럽게 뛰는 아이들, 바닷가에서 바다 괴물은 내가 잡을 거야 호언장담하는 다양한 나이대의 남자들, 그리고 어여쁜 디자인의 베스파, 여기에 미감을 자극하는 파스타까지, 이 영락없는 이탈리아의 묘사에서 이미 [붉은 돼지]를 떠올리기도 쉬울 테니 아무래도 [벼랑 위의 포뇨]를 만든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례를 떠올리기 쉬울 텐데, 정상적인 정규 교육을 갈망하던 외딴 소년의 마음속 성장기와 일종의 소수자 인정 욕구 등을 다룬다는 점에서 단순한 선대 오마쥬 차원을 넘어선 독자적인 성취가 보인다. 한편 이 작품을 기점으로 픽사 내부에선 OTT 비지니스의 융성으로 극장 라인..
[에반게리온] 극장판 최종 편을 계기로 존재를 알게 된 아마존 프라임, 근래 한참 기운을 내는 넷플릭스에 이어 연이 닿아 한 달간 한시적으로 디즈니 플러스와 연을 맺었다. 그렇다. OTT의 전장 - 말할 나위 없는 강성한 마블의 공세가 궁금했지만 개인적인 욕심은 이 참에 두 개 정도 밀린 픽사 라인업을 챙겨 보자는 것이었다. [소울] 시청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빅 밴드 풍의 음악이 흐르는 디즈니/픽사의 팡파르 음악부터 이 작품으로 상을 받은 (인더스트리얼 파이오니어)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의 영화음악 작업은 예의 출중하다. 피아노가 매개가 된 테마는 유려하고 온기가 있다. 무엇보다 작화와 기술의 성취는 이번에도 훌륭하다. 넷플릭스 등으로 소니 피처스 등의 라인업에 눈길을 주지만. 픽사는... 이것..
제작사 크레디트와 사전 정보를 통해 중화권 투자 자본이 들어간 것을 알았고, 미안하게도 반사 반응처럼 기본적인 거부감을 안고 방안 관람은 시작되었다. 머리를 퍼플톤으로 염색한 주인공 메이의 존재, 중문 네온사인이 오가는 근 미래 도시의 배경 등 제작 국가의 흔적을 숨기지 않았고, 무엇보다 [빅 히어로] 등 유사한 테크놀로지 배경의 디즈니산 히어로 애니메이션의 존재를 무색하게 하는 극 중의 폭력과 액션은 다소 당혹스럽다. 소중한 나의 메이를 건드리는 장애 요소라면 동족 (?) 안드로이드 정도는 내가 파괴할 수 있어! 이런 가치관의 7723은 아무래도 귀엽다고는 할 순 없고, 마치 잡스와 워즈니악의 위선이 오갔던 파트너십에 대한 비유 같은 등장인물을 활용한 서사는 좀 찜찜한 농담으로 보인다. 마지막 아레스와..
유괴엔 나쁜 유괴가 있고, 착한 유괴가 있어 나뉜다고 말도 없는 소리로 악행의 병분을 대사로 말하던 게 아마도 박찬욱이었던가. 이 엄연한 악행의 세계로 초대(?)하는 [소리도 없이]는 제목 그대로 소리 없는 침묵의 여백을 때론 기이한 블랙 유머와 엇나간 미술로 의도적으로 조성되어 있다. 선호하진 않아도 어쨌거나 제 역할을 잘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기에 현재의 [지옥](공개 예정)에 이르기까지 긍정할 수밖에 없는 유아인의 연기는 이번에도 수훈을 발휘한다. 벼와 밭이 같이 있는 전원의 풍경, 이걸 우리에게 낯설게 하는 영화의 역사가 있다. [살인의 추억]이 그랬고, [행복한 장의사] 등의 영화가 푸름과 농익은 논밭, 자전거 등이 있는 풍경을 곧잘 보여줬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어설프게 재장한 범죄 현장의 주검..
때가 때인지라 오늘 마침 디즈니 플러스의 국내 론칭을 앞두고, 유튜브에서 국내 분위기의 갬성 홍보를 시작하더라. 확실히 내겐 스타워즈 라인업이나 MCU, 내셔널 지오그래픽 목록보다 픽사 목록이 부럽더라. [소울]을 위시한 내가 못 본 애니메이션들, 난 언제 챙겨볼 수 있누. 이 허기가 넷플릭스의 [미첼 가족 -]으로 이어진 것인데, 남들의 평가처럼 훌륭하더라. 즐겁게 잘 봤다.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의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의 성취와 완성도가 한 번에 국한된 선례가 아님을 이번에도 보여줬다. 셀 애니메이션과 근간의 뉴미디어 트렌드 인용까지 믹스한 재기 발랄함에 '대학교 진학' 시기의 가족 서사의 변동기를 공감대 있게 담은 서사도 좋았다. [엑스 마키나]나 [블랙 미러] 등의 영상물에서 요즘 하이테..
원주민들을 몰아낸 영토 위의 땅과 바위를 케며, 획득한 검은 물을 부와 자본으로 치환해 성장해 온 아메리칸드림의 신화. 그 신화를 출애굽기의 문구를 밀어 제목으로 삼은 폴 토마스 앤더슨의 대표작. 나 같은 이가 이제야 시청을 마친 이전부터 이미 명실상부한 마스터피스로 대접받았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반발하기 힘든 위압감 가득한 연기력, 선명한 대립각으로 자리한 폴 다노의 연기까지 좋은 작품의 조건을 여러모로 갖추고 있다. 영화가 시작하는 15분간 롱테이크로 노동하는 '미국 아버지의 신체'를 보여주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장면부터 작품은 진작에 압도감을 발휘한다. 그의 신체 중 다리 부상을 당했다는 설정부터 이것이 일종의 신화를 그린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는데, 작품은 슬슬 아들을 부정하는 애비의 존재, ..
소위 점프 계 작품 모두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거니와 [드래곤 볼], [슬램 덩크] 같은 레전드는 아니더라도 [바람의 검심]은 어느 정도 진도를 따라갔고, 지지했었다. [바람의 검심] 이후 작가 와츠키 노부히로의 경력이 예전 같지 않음도 알고 있고, 아동 포르노 소지 혐의는 그 자체로 최악이었지만 당시에 아메리칸 코믹을 인용하던 대목들에선 기묘한 애정을 가지기도 했다. 이렇게 실사로 돌아온 켄신의 세계는 '일본 현지에서 만든, 망가 원작 영화 중 자장 돋보이는 성취'라는 점에서 특기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어색한 분장과 가발, 코스츔, 엇나간 개그 재현 등 이런 망가 원작 작품들의 숙면을 벗어나는데 성공했고, 이어지는 시리즈에서도 그 기조를 잘 이어나간 덕인 듯하다. 원작 단행본을 읽었던 입장에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