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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차분하고 묵직하게 만들었는데, 클린트 이스트우드 작품에선 평작의 느낌이. 감독의 말로는 반전 영화라고는 하는데 글쎄 적에게 총탄을 날리는 쾌감의 유혹에서 그렇게 자유로운지는 의문이 든다. 그러고 보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작품 중 평판이 좋았던 [그랜 토리노],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 작품의 무게감과 '성숙한 보수 어른'의 태도를 전달하는 방식에 스며든 어떤 불편함은 항상 공존했던 생각이 난다. 이번에도 그거에 기꺼이속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타란티노의 목소리가 들리는 기분이다. "여러분들은 제가 심야상영 용도의 B급 홍콩영화, 소니 치바가 출연하는 재팬 무비가 저를 키운 양식인 줄 아시죠. 그게 틀린 것은 아니지만 저를 키운 것은 명백히 할리우드의 역사와 그 전통과 역사에 예우입니다, 그걸 표현할 수 있는 역량과 필름 메이커로서의 자존은 더욱 중요합니다, 나는 그걸 할 수 있고, 이번 작품에서는 그걸 여실하게 증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재밌고 여전히 잘 만든 타란티노 무비고, 여전히 이 사람에겐 넉넉한 상영시간을 줄수록 의모에 맞는 작품이 나온다는 것을 실감한다, 특히 샤론 테이트에 대한 분량은 온기도 느껴진다, 하지만 타란티노에게 여전히 폭력과 응징은 과잉된 딸딸이다. 여기엔 선의 한계가 없다. 그걸 의식하면 도덕율의 문제가 개입하니까 ..
넷플릭스 덕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지브리 작품 봐서 좋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개인 취향이 반영된 반전 메시지와 비행체에 대한 애정이 문득 묻어 있는 장면과 연출이 출중하다 비행의 활공과 비상 등이 보여주는 성실함과 설렘은 시대가 지나도 여전히 유효하다. 예상하지 못했던 여성 공동 노동에 대한 예찬은 [원령공주]에도 충실히 이어질 텐데 새삼 놀랍고 좋았다. 이러던 입장이 [바람이 분다]에 들어서 왜 그렇게 확연히 퇴보했는지 알 도리는 없다. 그저 사람의 역량은 최선과 최적의 시기가 있을 테고, 그것 또한 그 너비와 크기엔 한계점이 있는 듯하다. 그저 그리 짐작할 뿐이다.
[차이나타운]의 감독이래. 그래서 포스터만 보고 상상했던 가볍고 코믹한 기운의 경쾌한 극이 아니라 나름의 시리어스함이 있다. 게다가 감독 본인이 인천이라는 도시를 특수하고 의미 있게 바라보는 듯하다. 작가의 전작에 이어 여전히 지배 시스템 바깥의 소위 '불량한 아이'들을 대하는 특별한 시선이 있는데, 전작이 그들을 일종의 괴물 히어로 비슷하게 보던 시선이 공동체의 협력자이자 재선 되어 가는 개체들로 보고 있는다는 점이다. 여기까지 좋고 심지어 엔딩 크레디트 쿠키엔 아예 [차이나타운] 출연 배우의 잔영까지 소환해 일종의 감독식의 유니버스를 형성하고자 하는 욕망까지 드러내는데 아무튼 귀엽다고 치자. 그런데 문제는 포스터만 보고 예상한 공효진-염정아-전혜진이 형성하는 트리오 활극의 분위기는 실현되지 않거니와(..
운동계 백인 남자애와 금발 여자애가 일탈을 부르는 휴양지에 잠입한 살인자에게 도륙당하고, 최종 생존자는 우월하지 않은 의외의 개인이라는 결론은 차라리 장르적인 법칙 이행에 가깝다. 그리고 그 법칙에 충실하다. 그 법칙을 마치 잠언처럼 새기고 실천하기 위한 작품이고, 그 의외성이 없는 자리의 나머지 공백을 신나게 유희하고 즐거움으로 빡빡 채우기 위해 만든 작품이다. 장르의 아이콘들이 초대되고, 보드 게임 위의 말판들처럼 충실히 역할을 수행한다. 그 자체로 재미가 넘친다. 세계가 뒤틀리고, 세상이 붕괴할 조짐의 비전이 강화될수록 만족도가 배가 된다. 보다 많은 이들이 징벌을 받길 원하게 되고, 파국으로 치닫을수록 작품은 목적을 수행한다. 비꼬기의 방향이 너무 정확해 오히려 의외성과 연출의 재미가 생각보다는 ..
3부작 모두는 아니더라도 1편이라도 보는 이들은 상당히 많을 텐데 이제야 [존 윅]을 관람할 기회가 생겼다. 코로나-19 정국 다운 뒷북이다. 아무튼 봤다. 본인 배우의 전력의 잔향이 느껴진다. 1편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매트릭스에서 공연한 배우도 조우할 것이고, 마를린 맨슨의 곡이 들어간 음악도 말할 나위가 없더라. 꼭 그런 게 아니더라도 윌렘 데포우, 존 레귀자모 같은 익숙한 할리우드 배우들이 자신들의 구태의연함을 반복하는 게 또 은근히 재미를 줬다. 여기에 새로운 동네북의 아이콘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알피 알렌이 '죽고 싶어 환장한 대사와 행동'만을 취하는 게 참 우스꽝스러웠고... 아무튼 영화가, 잔재미가 있었다. 킬러 세계관의 뽀대 나는(역시나 우스꽝스러운) 엄숙한 법칙과 당연히 따라오는 관습적인 ..
그림체를 볼 때마다 윤태호의 작품이 생각나던 작가 조금산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제작사 외유내강의 작품인데 실제로 그런 연상작용이 있다. 지방 소도시 번화가의 모습은 거의 류승완의 [짝패]의 바로 그 현장 같다는 생각마저. 아무리 소박한 규모의 작품이라도 적재적소의 시점에 폭력과 머리를 쓴 액션을 놓은 조합은 영락없는 외유내강산 작품이다. 캐스팅이 좋다. 일단 등장인물 여성들이 남성들 패는 영화라 좋고(...) 무능력한 남자애들이 웃음을 위해 헌신하게 배치되었다는 것이 좋다. 그중 마동석 캐릭터는 활용이 좋다가, 결국은 '폭력 치트키'로 활용되는 것을 보고 역시나 어쩔 수 없구나 싶었다. 기본적으로 익숙한 패배감에 만연되어 방황과 시행착오를 전제로 살 수밖에 없는 가진 게 없는 젊은 아이들 이야기..
유덕화라는 배우가 왜 오래도록 온전한 이미지를 계속 간직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해보면, 그게 이미지 메이킹의 혼신으로 쉽게 답하긴 할 텐데 그래도 한쪽으로는 어쨌거나 성실함으로 쌓은 자산이 아닌가 한다. 너무 호평이었나. 그래도 그런 배우의 이미지를 살린 아무라와 실화의 배합이 이런 작품이 아닐까 한다. 홍콩과 대륙 시장에서 여전히 신뢰를 받는 유덕화라는 이름의 가치를 잘 살린 작품이다. 극 중 배우의 캐릭터가 납치로 인한 복수와 성격 대폭발의 장관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움츠려 들고, 그의 침착하지만 섣부른 시도는 매번 실패하기 십상이다. 그래도 납치의 시간 동안 수사관들이 범인 쪽과 대립하며 폭을 줄여가는 서스펜스가 괜찮고, 그 균형이 깨지는 시간이 지나도 끝까지 지켜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