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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해쉬태그가 앞에 붙은 제목 보고 괜한 얄미움과 불신이 생겼다. 물론 코로나-19 정국 안에서 나름의 소박한 스매시 히트를 얻었고 우려한 완성도는 나름 제 할 일은 한다. 여기에 작품의 말미에 가면 나름 한국어의 매력을 느끼게 된다. 살아있다는 “사람 있다”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작품이 두 젊은이를 비춰주며 획득하는 메시지는 살아있음의 의지와 존중이 필요한 보이지 않는 상대에 대한 존중이다. 한편으론 한국 영화 안에서 [엑시트]와 더불어 드론이라는 오브젝트가 현대 테크놀로지에서 SNS 미디어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구나 하는 공감도 생겼다. 물론 본작에서도 SNS 미디어에 대한 연출 삽입은 해쉬태그와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이 간지럽더라.
애사심과 프로젝트에 대한 고취를 심고자 사내 교양 영화로 [액트 오브 밸러]를 직원에게 시청하라고 한 회사 대표가 있었다. 회사 임금 지연으로 목표치의 애사심은 전혀 고양시키지 못했지만. [액트 오브 밸러]와 더불어 [론 사바이버]는 미국 영화계가 자국 군과 친밀한 관계를 가지면 어떻게 고증과 병기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여실한 자료 중 하나다. 마이클 베이 역시 군에게 간간히 러브콜을 보내는 양반인데, 그 덕분에 [진주만]의 대형 함선 시사회로 프로모션을 했고 [트랜스포머] 1편 등의 시리즈가 그토록 화력의 소음 난리통이었던 성취(?)를 보여준 적도 있었다. [론 서바이버]가 묵직하게 내세우는 프로모션 포인트는 이것이 엄중하고 숭고한 실화 기반이라는 것인데, 이를 증명하듯 작품은 내내 허리가..
한때, 홍상수의 작품 목록에 대해 이 나라 에로 영상물 사업자들의 선호가 뚜렷했던 불편한 시절이 있었다. 불륜이라는 흔한 제재와 술자리와 원나잇으로 이어지는 돌발적 상황이 그들의 말초신경과 사업적 본능을 자극했던 듯하다. [생활의 발견], [극장전], [오! 수정] 속의 노출과 성애 장면이 던져준 영감은 영상물 사업자들의 인용과 패러디 욕구를 건드렸던 것이다.([오! 수정]의 경우는 처녀혈(...)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이들의 페로몬을 급기야 폭파시켰던 모양. 언급도 부끄러운 타이틀들이 한때 양산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먼 과거를 거치고 오니 [도망친 여자]에선 어떤 분명한 변화는 보인다. 나 혼자만의 짐작이지만 '어쨌거나' 페미니즘이 홍상수에게도 변화의 지점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내 표..
20세기 폭스의 이름을 달고 있던 시절을 마무리한 지금의 '20세기 스튜디오'엔 알파벳 X가 잔영을 남기는 뭉클한 시리즈 고유의 오프닝이 없다. 20세기 스튜디오 속 엑스맨 연대기가 [다크 피닉스]로 미지근하게 막을 내린 지금. [뉴 뮤턴트]는 몇 년 간 세상 밖에 나오지 못한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이었다. 이런저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막상 관람한 [뉴 뮤턴트]는 시리즈의 톤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무난한 타이틀이이었다. 언뜻 보기엔 폭력적인 교정 시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 trex.tistory.com/2903 )을 삳당히 떠올리게 했다. 생각해보니 시리즈 전체가 평론가 취향의 LGBT 서사에 대하 은유 같았는데, 이젠 그 자체가 퀴어 무비가 되어 시대 뒤편으로 퇴장하는구나..
관람 후 놓친 정보를 다시 체크해야 하고, 이런저런 사람들의 가이드가 필요한 영화가 실은 작품을 낳은 중요한 배양 중 하나가 서사와 논리에 대한 고민이 제일 필요하지 않은 [007] 시리즈라는 아이러니라니. 놀란의 '임무수행 전문직' 판타지와 마른 여성 환상이 훗날 [테넷]을 낳은 뿌리였다니, 이거야말로 작품 속 인버전 기법으로 시간을 되돌려 검증하거나 혹시나 교정은 안되나 확인하고픈 사항이구나. 그런데 인버전에 의하면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고 한다. 시간과 물리의 필연인가요. 아무튼 한 수 배워야겠네요. 쉽지 않았고, 아니 쉽지 않은 게 아니라 그냥 어렵습디다. [메멘토]와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 여기에 [덩케르크]까지 상영관 안에서 꾸준히 관람의 시선과 경험을 실험관에 꾸준히 넣은 그 다운 ..
[황해], [아수라], [범죄도시] 등에서 한국사회 안 제노포빅을 감수해야 했던 조선족의 영역을 이젠 아예 태국 본토가 감당해야 한다. 국제적인 규모라는 미명으로. 그 떠벌림에 꽤나 어울리는 야심 찬 사운드와 촬영, 음악이 있다. 홍경표가 담은 붉은 하늘, 모그가 담당한 약동적인 음악은 웰메이드를 목표로 한 작품에 어울린다. [신세계]의 후일담을 담당했던 황정민과 이정재의 인연은 악연으로 얄궂은 재회로 피바람을 아끼지 않는 장면을 만들었다, [아저씨]의 유아동 감금과 장기매매의 지옥도는 보다 넓은 무대로 옮겨 아저씨'들 사이의 실력 겨누기로 재현된다.([철혈쌍웅] 등의 홍콩영화 회고 취향이 한국식 유혈 낭자에 기이하게 이식된 것 같이 보인다.) 넓은 무대엔 일본 야쿠자, 태국 범죄 조직도 초청을 받아 총..
[의형제]가 남북 관계를 빌어 만든 형제애의 낭만이 담겨있다면 이쪽이 한층 '영화라는 매체'를 보는 기분을 선사한다. 만연한 회의감 때문에 양쪽 진영 모두의 무신경과 권태의 수순에 닿은 전쟁 논리에 대한 비교적 솔직한 토로가 담겨 있고, 이런 무기력에도 불구하고 관람의 동기를 부여하는 에너지는 잘 살아있다. 아슬하게 가다가 결국 처연하다 못해 다른 감정으로 다소 번지는 음악의 약점, 헐벗은 애록 고지의 사정과 달리 수북하게 쌓인 감정을 차마 못 털어낸 후일담 같은 뒷부분이 처지긴 하지만 좋은 작품이었다. 그 후반부의 약점은 [택시운전사]에서 다시금 반복되는 듯해 그게 문제일지도...
이미 1편을 본 사람들에게 존 윅 본인의 신념 자체를 흔든 부인의 존재, 그가 소중해하는 반려견에 대한 마음은 이미 익숙한 이야기상의 전제다. 그냥 같은 이야길 반복하면서도 더할 이야기가 있기나 할까 더 가미할 재미가 있을까 궁금도 한데, 존 윅 시리즈는 그걸 해낸다. 3편은 아직 못 봤지만 그래도 그럴 거라는 믿음이 간다. 잘못 발 디디면 데굴데굴 구를 계단이 있다면 정말 거기를 데굴데굴 구를 격투의 장으로 만들어 버리고, 수많이 주차된 노란 컬러의 택시들은 실제로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로 여기저기 추돌하고 충돌해 달려든다. 도심 어딘가엔 인간에게 친숙하면서도 불편한 비둘기들이 있고, 이것을 통신수단으로 다루는 행려 지배자가 존재한다. 탐미 그 자체를 위해 자살하는 여인이 있고, 표현 그대로 말없이 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