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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그리고 [증인]에 이르기까지 이한 감독은 자신이 어떤 톤과 주제의식의 감독임을 충분히 입증한 듯하다. 다수가 아닌 작은 계층의 사람들 이야기와 선의에 대한 신뢰, 그리고 삶의 이면이 가진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진실에 대한 직면. 좋은 톤이고 그게 부담스럽지 않아 좋다. 그래도 의문은 품어본다. 선의와 주인공 특혜 덕에 힘을 얻은 이 긍정적인 톤은 정말 현실사회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설득력과 논리에서 가능한지에 대해 묻는 근본적인 물음. 그리고... 마지막 결말의 결실은 뭔가 과감한(?) 판단으로 덜어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배제와 반전이라고 해도 좋을 내막의 요소가 가진 선택의 문제까지. 다르게 묘사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아한 거짓말]의 서사..
작품 말미에 최동훈 감독의 카메오가 나오는데, 그게 참으로 영상 매체 이야기꾼 최동훈에 대한 고백으로만 보인다. [타짜]를 재밌게 만든 사람은 당신밖에 없었고, 난 능력 부족이군요라는 고백 같이. 작품엔 빌런 '마귀'를 포진해 '아귀'(김윤석 역)의 빈자리를 메꾸고자 했으나 그가 했던 것은 슬프게도 흉내 격에 불과했고, 시리즈 최고의 존재감으로서의 아귀를 새삼 상기하게 해 줄 뿐이다. 이건 이번 작 감독만의 부족함은 아니다. 아예 [타짜]의 2편엔 아예 아귀를 카메오로 재소환했으니... 박정민과 광수를 데리고 오는 캐스팅은 두 배우의 기량과 별개로 한계를 보이고, 90년대 후반 빛나게 등장한 '당시' 신성의 류승범의 존재도 허약한 시나리오를 덮진 못한다. 시리즈의 숨통까지 끊어버린 기획 시리즈의 허약한 ..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로 저예산으로 시작해 대성공을 거둔 스매시 히트의 주인공이 된,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작품이다. 발표는 뒤에 밀렸지만 기획은 [카메라를...] 이전에 이미 잡은 작품이었던 모양. 아무래도 [카메라...]의 후광을 기대하고 본 이들이 있을 텐데 결론을 말하자면 해당 작품을 기대하면 필히 실망하게 된다. 성공의 시류에 편승한 무책임한 작품은 아니고, 끝까지 본다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우에다 신이치로식 서사는 명확히 있다. 이상한 비교지만 영화의 말미에 기다리는 한방이 이번에도 존재하는데, 가령 예를 들자면 M.나이트 샤말란이 떠올랐다. 일종의 반전풍 감독으로 알려진 샤말란이지만 실은 샤말란의 서사를 쌓는 것은 호러와 히어로물, 판타지 등 정체불명의 B급 요소가 주류라 하겠다. 이..
네이버 웹툰 [지옥](연상호 x 최규석)을 볼 때도 느꼈지만, 연상호의 한국(인)에 대한 진한 회의의 감정은 한결같다고 생각했다. [반도] 안에서 황 중사가 생존자를 대하는 잔혹함은 좀비를 대하는 생존자의 것보다 더 진하고 노골적인데, 이게 감독이 그 회의감의 결과로 보였다. 그런 황 중사와 일당에 대한 응징의 방법 역시 가차 없다는 것 역시 이 감정의 연상선이라고 본다. 한국이라는 국가의 숨통을 설정상 단 하루 만에 끊어버린 것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영화를 대하는 대중을 위한 배려는 전편보다 더욱 밀도 깊은 휴머니즘 덧칠로 매듭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행이라면 이런 내 취향 바깥의 이런 결말도 전작 [부산행]의 아기용품 광고 같은 장면보단 견딜만했다는 것이다. 다만 딱 2초- 2초! 씩만 ..
우려했던 것보다 준수해서 안도했다. (T)RPG팬들을 건드리는 부분이 깊진 않아도 나름 그래도 설정은 있더라. 만티코어와 마지막 재앙의 용 묘사가 재밌었고, 액션과 효과도 만족스러웠다. 존 라세터 시대 이후의 픽사는 어찌 될까 했는데 이렇게 풀어가는가 싶었다. 판데믹 시국에 개봉 날짜 잡기도 쉽지 않아서 전례 없던 위기였는데, 운이 안 닿아서 유감이긴 했다. [벅스 라이프], [굳 다이노], [카 2] 등 호응이 확실히 떨어지던 픽사 목록도 지지했던 내 취향 탓이겠지. 괜찮았다. 형제애, 가족애로 귀결되는 결말은 안전했던 만치 불만이 생길 수도 있는데 공격의 날을 세우기엔 그건 그거대로 민망할 듯.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도트 CG로 처리한 도입부와 에 대한 사랑을 언급하는 등장인물, 등장인물의 등장과 퇴장을 코인 획득으로 처리한 것 등에서 게임 세대에 대한 애정을 바깥으로 표출한다. ([스콧 필그림 원작 자체가 벨트 스크롤형 액션 게임으로 주요 플랫폼 타이틀로 발매되기도 했다.) 그보다 사랑스러운 대목은 류와 켄이 등장하는 격투 게임의 외양을 따라한 것보다 안나 켄드릭,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타드, 키에란 컬킨, 크리스 에반스, 브리 라슨, 앨리슨 필 등 출연진들의 면면이다. 브리 라슨은 지금과 과거를 비교하면 목소리 톤이 달라졌고, 크리스 에반스는 당시의 학교 체육부 캐릭터에 비하면 [나이브스 아웃]은 거의 배우 선언 수준의 환골탈태가 되었다. 무엇보다 에드가 라이트 자신이 당시엔 본작으론 차가운 반..
과시적이거나 인상적인 연출과 자극을 사용하지 않은 작품이다. 성적 지향성에 대해 기준과 구두 굽질로 기준에 의거한 폭력을 행사하는 교정 시설, 이런 설정을 생각하면 예상할 수 있는 흉하고 기괴한 일을 전시하지 않는다. 여성 형제로 인해 성적 정체성에 대해 교정 교열을 당한 유약한 남자가 역으로 학생에게 가혹한 일을 저지른다거나 하는 경우는 벌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그게 어쨌거나 참혹한 결말을 야기하는 엄연한 폭력임을 숨기지 않는다. 흔적만을 보여주지만 신의 가르침과 사랑을 대변한다는 이들이 가진 흐릿한 기준선이 얼마나 굵고 선명한 유혈을 만드는지 보여준다. 주인공은 현실과 회상 사이에서 잦은 악몽과 연상으로 착오를 자주 겪는 편인데, 그것 또한 인생 끝까지 모호할 경계선이 무엇인지 짐작하게 한다. 본인도..
한참 인기가 있을 당시가 아닌 코로나-19 정국 하의 관람이 더욱 유익했다. 뉴욕을 배경으로 찍은 프랑스 영화식 분위기는 나 혼자만의 착각은 아닐 것이다. 아 사람들이 누벨바그 풍이라고 하네. 흑백 화면... 아 그렇군요. 무용을 전공했다가 현재 시점 생활과 거치의 자신감을 상실한 채 바닥에 남은 본능을 안고 활보하는 장면 등엔 배경음악으로 영미권 음악에 영향받은 프렌치 팝이 흘러도 되겠다 싶더라. 정말 뉴욕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불명확한 삶과 일상의 지표를 찾아가며 뉴욕과 파리 등을 왔다 갔다 하더라. 상영 당시엔 돈 없었다고 울상을 숨기고 씩씩한 척 살아가는 주인공이 주변에 누가 빵 남기면 주워먹고, 파리나 지방에 갈 비행기표는 잘도 카드 긁고, 입만 열면 고작 27살의 나이에 파트너와 섹스니마니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