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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귀두 컷과 투 블록 헤어. 역사가 기록한 헨리 5세의 실제 초상을 티모시 살리에의 캐릭터 안에 재현하였다. 티모시 살리에가 그간 작품들을 통해 구현한 캐릭터성을 그 위에 충실히 덮어씌운다. 한 번도 지배와 집권을 꿈꾸지 않으며 자신만의 거처에서 여러 여성들과의 관계를 맺어온 개인주의자. 외형과 캐릭터가 바로 상상되지 않을까. 역사가 기록하듯 그는 불가피든 필요에 의해서든 왕의 자리에 올라갔고, 프랑스와의 전쟁을 치른다. 요즘 영화들이 그러하듯 작품은 이 전쟁의 참상을 극적이고 신화적 방향이 아닌 '표현 그대로의' 진흙탕 개싸움'으로 연출한다. 프랑스 왕세자 역할을 맡은 오만한 표정의 로베트 패틴슨은 비 온 다음날 전장이 오간 진창 위에 폼 잡다가 엉덩방아를 찍으며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다. 훗날 역사가 기..
초반에 왜 이렇게 진행이 바빠보이지 싶을 때부터 우려는 들었다. [깨어난 포스]가 새로운 젊은이들을 소개하고, 그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표현하는데 시간을 소비하느라 어쩔 수 없었을 것이고, [라스트 제다이]가 그 가능성을 바탕으로 잠재력을 발현하는데 시간을 소비할 수 밖에 없어서 그런 것일테다 싶었다. 결국은 [새로운 희망](인재를 발견하다), [제국의 역습](수련하고 배우고 복귀하고, 전체적으로 약간의 어두운 암운을 깐다)의 이야기를 반복하는 셈이다. 우리는 그것을 이미 짐작했고 이미 루카스 본인이 프리퀄에서 반복했음을 학습했다. 그 학습 덕에 밀린 이야기를 쌓아둔 3편에 들어서 진행이 빨라지는 것도 이해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굉장히 조급해 보이고 좀 불안해 보였다. 그냥 그럴 수 있다고..
결혼과 이혼 이야기의 전설 같은 고전이 된 메릴 스트립과 더스틴 호프먼의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이후, 이런 소재는 한두 번 나온 것이 아닐 텐데 그동안 좋은 작품은 극히 드물었던 모양이다. 이 항구적 테마에 대중예술 시장 안에서 남과 여의 선명한 입장차가 개입되어 천장의 높낮이 차이가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로 디테일이 배가 되었다. 첫눈에 반하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이들의 사랑과 결실은 자연히 빛 바래기 시작했고, 이혼을 결심한 시점에 극이 시작한다. 그래도 아이를 희생양 삼지 않는 구성이 좋았고,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로 대변되는 로컬과 법적 배경의 차이를 가미한 갈등 구조가 좋았다. 배우들과 많은 대화와 리허설을 거친 듯한 흔적이 보이는데, 둘의 기량을 담보로 한 연극 무대를 연상케 하는 연기 대결..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상반된 평가는 당연히 현재형이다. 이는 각기 다른 두 사람의 첫인상처럼 판이하게 다르다. 한반도에선 인터넷 개그를 통해 스타워즈의 펠퍼틴 황제 취급을 받았지만, 한참 비판받던 시절엔 - 하필 그가 독일 출신인 탓에 - ‘나치’로까지 불린 적도 있었던 베네딕토 16세는 쉬이 짐작하겠지만 보수 성향을 대표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교회 개혁을 대변하는 프란치스코와는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셈이다. 다만 이것은 일견 보기에 따라 그렇다는 것뿐이며, 현재 시점에선 교회 개혁 이미지의 프란치스코 교황의 몇몇 발언 역시도 단순히 그를 개혁이라는 대변하기엔 힘든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이렇듯 다루기 힘든 실제 인물의 스케치에 있어 감독은 과감히 극화의 형식을 끌어들인..
유럽판 제명은 [르망 66]이라고 하는데, 그게 더 그럴싸하게 들린다. 제목에서 포드와 페라리의 대립각을 내세우고 실제로도 마지막 경기는 그 경쟁 구도에 초점을 맞추긴 하지만, 오히려 그걸 희석시키는 장치가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포드라는 거대 회사 내에서 자신들만의 혁신을 일궈낸 두 남자에 시선을 맞춘 덕이다. 이 여정을 가기 위한 과정에서 몇몇 대목은 실제로 국뽕으로까지 보이기도 하다. 미국적 대량 시스템과 미국적 분투와 자부심! 그래도 말미엔 제임스 맨골드의 전작 [로건]에 유사한 여운을 안겨주기는 하다. 여기에 엔딩 크레디트에 크리스천 베일의 이름 외에 왜 맷 데이먼의 이름이 배치되는지에 대한 어떤 설득도 보여주는 듯... 무엇보다 기술적 성취와 완성도에 공을 들인 대중적인 준작이다. 어떻게 보면 ..
추리물을 잘 못 본다. 이유가 2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머리가 나빠서이고 둘째는 해결과 정답이 알려지는 과정에서의 길이와 인내 면에서 내가 아주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KBS판이었던가 [오리엔탈 특급 살인]의 더빙 방영분은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특히나 공동 살인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아무튼 [나이브스 아웃]은 나의 근심에도 불구하고 아주 재밌는 작품이었고 비교적 이해도 쉬었다. 물론 오리엔탈 특급 살인의 기억 덕인지 공동 살인이 아닐까 자기 혼자 착각했고, 피해자인 척하는 인물의 트릭이나 자작극 아닐까 하는 나 혼자만의 추리는 보기 좋게 틀렸다 ㅎㅎ 좋은 배우들이 몰린 캐스팅도 좋았지만, 트럼프 시대에 대해 또 거론하게 만드는 현 미국의 고민을 담은 서사도 좋았다. 백인 쓰레기로 출연한..
- 제가 매년 이런걸 하고 있죠. - 2018년 12월 1일 ~ 2019년 11월 30일까지 관람한 영화 - 해당 년도 극장에서 본 영화가 아니더라도 넷플릭스 등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한 작품도 포함했습니다. === == === ===== = 죄많은 소녀 : 2019년 첫 영화이자 가장 훌륭했던 국내영화였죠.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 재관람하니 정말 좋은 작품임을 깨달았어요. 아쿠아맨 : DC는 참 조심스러운 문체로 물량을 공격적으로 불어 넣는군요. 스윙키즈 : 한국전 배경에 왜 정수라 노래가... 범블비 : 아무튼 마이클 베이를 빼면 되는구나라는 해답을 전 세계는 얻었군요. 백두 번째 구름 : 정성일이 GV가지 했다면, 상영회 갔다가 사망해서 복귀했겠지요... 주먹왕 랄프..
감독의 전작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로 인한 미적지근함 덕에 신작을 신용하지 못했던 탓이 컸다. 눈이 한없이 내린 흔적이 남은 일본의 로케 현장에서 맑은 눈과 흐린 의구심을 동시에 가졌다. 그 현장에서 벌어지는 극 중의 일들과 어른을 속인 채 동행길 핑계를 대며 일을 꾸미는 두 젊은 남녀 아이들의 캐릭터를 다소 불신했다. 기본적인 서사는 알고 있지만, 내가 좋아할 수 없는 극의 디테일이라고 생각했다. 고양이가 너무 말쑥하게 연기를 잘하고, 선한 사람들 몇몇이 좋은 기운을 전해주는 극의 진행 속에서 나는 피곤하게 작품을 의심해야 했다. 배경 속 일본의 고장엔 눈이 차곡차곡 쌓이는데 말이지. 그런데 그 순간이 극 중에 벌어지고, 극 선 해 보이던 사람들이 감당해야 했던 삶 속의 에너지와 버거운 가운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