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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드 니로에겐 실례지만 프랭크 시런이 참 송강호식 인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영민하기는커녕 또 그렇다고 우직함의 미덕만을 내세운다고 표현하기엔 그저 둔하지 않은 채 성실히 살아온 조직친화적 인간이다. 지가 속한 세계관의 사람들의 이전투구를 보며 "에헤이 와 이라노. 마 자꾸 지들끼리 싸울라고만 크게 각만 세우나 으이-."라고 속으로 뱉을 사람이다. 여기에 한국영화 속 남자들의 항변인 "내가 자식새끼들 먹여 살리고, 가족들 맘 편히 지내라고 이 한 몸 희생하며 살아온 게 아니냐!" 식의 사고방식도 탄탄하다. 문제는 이 투명한 성실함과 한 방향의 사람이라는 미덕(?)으로 인해 러셀 버팔리노에도, 지미 호파에게도 먹힐 매력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원하든 원치 않은 방향이든 역사 속 격랑 안에서 제 앞길도 모르는 ..
패스밴더는 여러 사람들의 우려대로 당연히 잡스 본인과 닮지 않았다. 그래도 태연하게 이 독재적인 면모의 '개자식'CEO의 일부를 잘도 추출해낸다. 취향은 아니더라도 대니 보일이 능수능란한 연출자인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고, 패스밴더와 도일은 애쉬튼 커처 판 [잡스] 영화를 일치감치 제치고 나간다. 무엇보다 수훈의 대다수는 아론 소킨의 시나리오다. 전기 영화 같은 시간 활용 대신 잡스의 애플 재적 시절 있었던 주효한 세 번의 프레젠테이션 직전에 있었던, 무대 뒤편의 일들을 상상으로 스케치하는데 그게 제법 효과적이다. 프레젠테이션과 신제품 공개 당시 희열감보다는 무대 이면에 있었던 실제 갈등들 - 주로 워즈니악과의 자존심 충돌 / 딸 리사와의 갈등 / 존 스컬리와의 파탄난 관계 - 에 초점을 맞추고 이..
안데르센의 창백한 동화에 깃든 죽음의 기운을 모두 덜어내고 해피엔딩과 오래도록 기억남을 클래시컬한 명곡을 배치하면 [프로즌] 1편이 안성 된다. 그런데 예상을 훨씬 상회할 정도로 많은 이들은 이 1편을 좋아했고, 스튜디오가 이것을 시리즈화하겠다고 다짐하면? 이런 2편이 나올 수 있게 되는 모양이다. [뮬란] 실사화를 제작 중인 스튜디오는 갑자기 [포카혼타스] 시대에 대한 사과를 이렇게 [늑대와 춤을]의 형식을 빌어 제스처를 취하게 된다. 좀 난데없는데, 인종적인 안배에 대해 픽사 같은 이웃 스튜디오와 함께 시대 속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조금 표를 내는 거다. 물론 그게 노골적으로 드러나면 좀 민망한데 실제 [겨울왕국 2]는 전반적으로 그런 식으로 민망한 작품이다. 힘과 인력을 더 밀어 넣은 곡들과 편곡은 ..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관객층을 겨냥한 [여배우들의 티타임]과 확연히 톤이 다르다. 도입부부터 극 안에 들어가기까지의 여정 자체가 다르고, 하는 이야기도 차이가 있다. 영국과 미국이라는 국가가 영화라는 매체를 활용해 설명하는 방식의 차이일수도 있다.(워킹 타이틀에서 제작하는 작품들은 이 두 국가의 화법의 차이를 점차 없애는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여배우들의 티타임]과 배우들이 헌신한 예술적 성취와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한 경배를 하는 의미가 확연하고, [우먼 인 할리우드]는 결코 쉽지 않을 전쟁을 어제도 오늘도 이어갈 사람들을 위한 응원이자 다음 세대의 위기에 대한 캠페인적 경고 메시지다. 이 경고를 위해 관객들의 눈길을 위해 소환된 이들은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토로하는 인물(샤론 스톤 등), 현재의 변화..
목소리와 캐릭터가 도드라지는 배우 이선균은 작품 안에서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새긴다. '돈 많은 쓰레기'를 추리 형식으로 응징하는 [성난 변호사]는 임원희와의 합도 좋거니와, 안재홍과 호흡을 맞춘 [임금님의 사건수첩] 같은 실패작과는 비교가 되는 면모를 보여준다. (모친이 모처럼 극장 나들이 가셨다가 '더럽게 재미없다'라고 후일담을 남긴 차태현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 아마도 [임금님의 사건수첩]과 쌍벽을 이룰 이른바 퓨전사극계의 비극이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여기에 마무리는 속편 또는 시리즈화를 꿈꾸게 하는 매듭을 보여주는데 이런 쾌활함도 좋다. 그런데 작품은 배우 김고은은 표나는 공백의 존재로 만든다. 역량의 한계인 듯도 하고, 미스캐스팅이라고 생각하고, 젊고 창창한 시절 '서로 간에 애매한 관계'..
제작자들과 감독들은 김래원을 약간의 회색 영역에 넣는 것을 좋아하는 듯하다. 개심하여 밝게 살아보고자 하는 전과자 청년의 유혈 낭자한 동네 복수극 [해바라기]는 한남들의 영웅 서사로 등극했고, 보진 않았고 실패한 영화로 알고 있지만 아무튼 [롱 리드 더 킹 : 목포 영웅]은 선거에 출마해 개심한 조폭 영화로 알고 있다. 능글맞진 않았지만 선행과 악행의 유보 영역에서 김래원을 자리 배치하기 좋아하는 듯. [프리즌] 역시 일종의 언더커버 캅 이야기의 변주 같은 것인데, [불한당]이 살짝 떠오르지만, 악행을 저지른 감옥 안 실세에 대한 매혹이나 브로맨스 코드는 없다. 그렇게 설계하기엔 악행을 저지른 쪽이 표 나게 나쁜 짓과 잔인함을 서슴지 않기 때문. 문제는 한석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엔 그렇게 혹할..
감독과 제작자들은 [미생] 같은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개는 [불한당]처럼 이 바르고 고와 보이는 외모 뒤의 삐딱함을 임시완에게서 발견하는 모양이다. 하긴 시청하진 않았지만 임시완이 [미생] 이전에 찍은 드라마 중 하나는 악역이었다고 하니 - 물론 그 당시는 조연 포지션이기도 했고 - 그런 이면의 모습을 쉽게 남에게도 보이는 모양이다. 일본계 야쿠자 자본이 덩치를 키워 금융이라는 미명으로 저축은행을 세우고, 대출 장사를 하기 시작하던 초입의 상황을 대변하듯 [원라인]의 배경은 당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국처럼 부동산의 자본주의적 가치를 중시하는 풍토에서 대출은 실상 필수불가결의 방법론이 아닐까 한다. 한국 기업들을 성장시킨 등장인물들이 시장통 일수 세력가들인 것을 기억한다면 이는 필연의 역사랄까..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의 007에서 M 역할을 맡은 주디 덴치(물론 그마저도 사망 처리되었지만),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선생님 중 하나였던 메기 스미스(여자 친구는 시스터 액트의 수녀님으로 더 강렬하게 기억중), 모두 익숙한 얼굴들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 희곡과 그들의 연기 세계, 경력을 헤아리긴 극동의 우리로선 알기 힘든 법. 출연한 4명의 배우 공히 영국 왕실의 자랑스러운 지위를 획득한 것은 잘은 몰랐다. 매운 영국식 입담, 그리고 로렌스 올리비에를 위시한 여러 남성 예술인과의 관계성, 무엇보다 경력과 나이를 얻으며 쌓인 이루 표현하기 힘든 편린들이 담겨 있다. 로렌스 올리비에와 조안 플로라이트가 그들의 결혼 생활을 엮어가던 그 가택에서 차와 위스키들로 긴 담소가 이어진다. 노년의 지혜와 교훈을 얻으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