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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총 감독 안노 히데아키 - 물론 이게 그의 첫 실사 연출작은 아니다 -, 음악의 사기스 시로(덕분에 에반게리온 사운드트랙 재활용이...), 이 정도면 뭔가 두근거리는게 있을지도 모른다. 언제 나올지 모를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최종판의 자금을 메우기 위한, 전력투구라는 점에서 동정심으로 모인 원기옥의 기적일지라도. 2016년의 시점에서 리뉴얼된 고질라의 면모나 진화의 과정은 매니아들에게도 고무적이었을 것이다. 그 자체가 뜨거운 열광선을 뿜는 고질라인만큼 상영관 안의 열의는 뜨거웠을 것이다. 정작 이야기에 내포된 것은 일본 특유의 내각과 관료제로 꼬여있는 언뜻 태만해 보이는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풍자들이다. 안노 히데아키는 이것을 다소 과격한 방식이나마 - 데스 앤 리버스! - 모두 리셋하지 않는다면, 현대..
[카] 시리즈는 픽사 전체 라인업 중에서도 1편부터 평이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았고, 2편의 '흔한' 일본 오리엔탈리즘에 대해서도 호의적이기 힘들었고, 3편에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굉장히 태만한 분위기는 과연 이 시리즈가 픽사와 디즈니 간부들에게 먹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불가사의하게까지 만드는 경지인데, 정말 그 사연이 궁금하다. 3의 주된 테마는 나이가 든다는 감각과 그로 인한 계승의 필요성이다. 주인공 라이트닝 맥퀸의 은퇴와 나이는 자주 언급되고, 그가 재활을 통해 부활하는 것인가 필수불가결한 세대교체를 단행하는 것인가가 관건이라 하겠다. 작품이 택하는 방향은 결국 후자인데 나름 여성 캐릭터로 계승된다는 점에서 이게 시대의 감을 따른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기술적 우위에..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제일 나쁜 것은 홍어를 즐겨먹고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는 감독일까? 아니 그것보다 나쁜 것은 아마도 '나쁜 놈들의 세상'이라는 부제를 굳이 단 것이다. 김희원과 이경영이 나오는 부산 무대 영화인데 좋은 놈들의 세상일리는 없잖아요. 그렇지 않습니까. 감옥 안에서 핸드폰까지 들고 다니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큰 범죄자가 있다는 발상은 한석규의 '역시나 흥행실패작' [프리즌]에서도 유사한 설정이 있었다. 하지만 두 남자 사이의 반목과 말로 다 못할 묘한 교류의 감정이라는 부분을 [불한당]은 대놓고 표현한다. 둘은 로맨스를 하고 있다! 여기서 설경구는 마치 '연합군에서 온 것이 분명한 이중첩자 미녀를 두고, 그녀에게 매혹된 나머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다혈질 독일 장..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소니 픽처스 로고가 먼저 뜬다. MCU 세계관을 관통하는 것은 언제나 치타우리 사태 이후의 뉴욕의 상흔이다. 그 피해의 규모는 소코비아 사태로 더욱 확장되었고, 히어로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벌처의 탄생도 그 일환이다. 빌런의 사연으로 포문을 여는 것은 [아이언맨2]의 이안 반코 이후로 오랜만이다. 그리고 마블 로고가 떠오르는데, 벅차다. [스파이더맨] 옛 주제가 음악을 어레인지해서 당차게 들려준다. 일종의 임대 형식으로 스파이더맨을 되찾아 왔다는 기쁨이 느껴진다. 피터 파커의 세계관은 여전히 치타우리 사태 이후의 뉴욕과 어벤져스 영웅 찬반론이 오가는 세계 안에 속하지만 보다 작고 귀엽다. 그만의 영역이 있다. 아직 배울게 많은 학생이고, 청춘물도 찍어야 하고 어른들은 이야기를 새..
태초에 영국산 코믹스 히어로였던 [저지 드레드]의 영화화 첫 주연은 실베스터 스탤론이었다. 지금은 슈퍼맨 어머니인 다이안 레인도 같이 출연했었고. 하드 바디 액션을 사이파이의 외형에 이식한 일군의 영화들처럼 [저지 드레드]도 당시에 그랬고, 평가도 당연하다는 듯이 그냥 그랬다. 그러던 것이 21세기에 돌아왔다. [레이드]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게토 빌딩 액션을 구현하였는데, 칼 어반이 주연을 맡았다. 다만 저지 드레드 특유의 묵직한 헬멧으로 그의 턱만이 보이는데 묘하게 뻣뻣해 보였다. R등급을 지향하고 뻣뻣한 연기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역시나 칼 어반의 주연작인 [둠]을 연상케했다. 블럭버스터와는 다소 다른 지향점을 지닌 B급 취향의 기운들. 아. [왕좌의 게임]의 레나 헤디가 디스토피아 악당역을..
변희봉이 할아버지로 나오는 초반부 미야자키 하야오풍 (애니의)실사 영화 부분이 지나가면, 칸 국제 광고제 수준의 교훈극이 진행된다. 그리고 액션의 감각은 감독 본인의 [괴물]과 제법 흡사하고, 정재일의 음악은 기대보다는 이하거니와 다소 정신사나움을 부추긴다.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인지 폴 다노를 위시한 헐리우드 배우들은 뭔가 B급 연기(B급 캐릭터인가?) 이상을 발휘하지 못하고, 옥자와 미자의 분전기만이 극에 대한 시선과 관심도를 붙잡아둔다. 봉준호의 실패작인가? 그렇게 규정지을 폭력을 행사할 필요도 없고 그럴 자격도 없다고 본다. 그와 스탭들이 뿌린 노력과 숨이 벅찰 노력들은 곳곳에 박혀있고, 이 영화의 교훈 역시 굉장히 명료하다. [설국열차]와 더불어 그가 엔딩에 뭔가 희망의 조짐을 남기는 것은 한번쯤 ..
[최후의 기사]에 대해 적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마이클 베이 무비에 대해서 적는 것이 대개 그런 일이 되어버렸다. 사실 몇년 전 적은 [사라진 시대]의 포스팅(http://trex.tistory.com/2013)을 그대로 올려도 사람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이제 개연성은 모르겠고 편집은 무책임하고 광활한 스케일에도 이야기는 장황하다. 왜 아니겠는가. 왜 마크 월버그가 최후의 기사로 전설로 점지되었는지도 모르겠고, 감독은 이번 화를 끝으로 연출에서 퇴장하는데 지구가 유니크론이다!라는 떡밥은 바톤 터치로 넘어가게 된 마당이고, 갈바트론이었던 메가트론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 도리가 없다. 나도 관심이 사실 크지 않고 당신들도 그러할 것이다. 스탠리 투치와 존 터투로는 마이클 베이에게 무슨 약점..
갤 가돗은 연기를 못한다. 그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1차 세계대전 현대사의 풍경을 두리번거리는 표정은 차라리 신화 속 인물이 현실 세계예 느끼는 이질감을 잘 표현하는 듯한 착각조차 선사한다. 하지만 분명히 그녀는 연기를 못한다. 지붕 위를 질주하는 스턴트 더블의 건강한 몸매와 여리여리한 갤 가돗 본인의 액션 연기는 편집의 마법 속에 뒤섞이지만, 아무래도 보는 입장에선 튈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너무나도 신경 쓰이는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갤 가돗이 원더우먼으로서 구원한 마을 사람들에게 보이는 환한 미소는 현실 특정 일화들과 겹치면서 복잡한 심사를 자연히 낳게 하는 것이다. 영화를 지탱하는 것은 능청스러움과 믿음직함을 동시에 겸비한 크리스 파인의 존재다. 세상을 구하는 신화적 히어로의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