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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감독판은 근사했다는 이야길 들었지만 상영판만 본 [울버린]에서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휴 잭맨과의 작업이 만족스러웠던 모양이었다. 이 둘은 과거와 미래가 오가는 - 덕분에 미싱 링크의 존재와 씽크의 어긋남이 과제로 남은 - 엑스맨 연대기 안에서 울버린의 이야길 완결짓기로 하였다. 그리고 여러분은 알 것이다. 이 둘이 이뤄낸 성과는 가히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 비견될 정도라는 상찬의 분위기라는 점. 정말 그런지는 개인차에 따른 온도차가 확연할 것이고... 눈에 띄는 황량함이다. 제임스 하울렛 로건의 노후한 육체와 정신엔 이제 진 그레이의 꿈이나 환영조차도 찾아오지 않는다. 열의가 없는 인생 안엔 그래도 책무감만이 남아서, 사피엔의 탄압을 피해 찰스를 태울 요트 하나 살 돈 ..
한국인에게 형성된 배트맨의 이미지는 주로 어디서 기인할까? 팀 버튼과 조엘 슈마허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놀란 3부작이 끼친 강렬한 이미지가 가장 클 것이고, 젊은 게임팬들에게 아캄 시리즈는 아주 좋은 다이제스트였을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잭 스나이더의 파행적인 비전 덕에 조금 더 덧씌워진 배트맨의 이미지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 정도만 주입되어도 [레고 배트맨 무비]를 즐기는데는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양친을 잃은 정신병리 떼부자 자경단의 심리가 가진 불안정함이 스톱모션 형식과 CG가 배합된 애니메이션 안에서 희화화로 묘사되는데, 이런 즐거움을 놓치기는 힘들다. 여기에 수많은 슈트 디자인과 배트 메카닉들의 누적된 역사가 휘황찬란하고 우스꽝스럽게 소비되는데, 한편으론 지름신의 강림과 한편으론 대중문..
제시 아이젠버그와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이런 맥빠진 영화에도 같이 출연하고, 우디 앨런의 러브콜도 받고 그런건가. 그런가보다. 되게 과격하고 짐짓 전복적인 발상으로 무장한 외연을 가졌지만 그냥 그렇다. 시스템을 뚫고 방법을 찾아 잘 살았다!라는 쪽이 아니라 그냥 시스템 안에서 잘 먹고 잘 살다...라는 내용이 되려 역발상 같긴 했다만... 이런 류를 보고 참신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설마 그저께 초고속 인터넷 개통하고, 어제 타란티노 무비류 처음 본 사람들인가... 아니겠지? + 넷플릭스에서 봤다.+ 엔딩 크레딧의 애니메이션이 나는 과격한 영화다 라고 피력하지만 이 또한 아주 역부족.
감독의 전작 [시카리오 : 암살자들의 도시]는 그 자체가 완결성이 있는 이야기이긴 했으되 아무래도 이야기 전개상 미결의 이야기라 더 지켜봐야 할 입장이지만, [어라이벌]은 그 자체의 완결성 그리고 그것을 계속 완결시키게 만드는 순환과 윤회의 성격 덕(동양적 테마?)에 더욱 막연하되 기이한 벅참이 있었다. 인문학 SF라고 말 붙이고 싶어서, 그 표현을 선점하고팠던 욕심은 이해하지만 언어학에 대한 지적 자극과 사유만큼이나 수학적 사고력에 대한 의욕을 구비하고 영화에 덤빌 자세는 애초부터 없었을 어떤 이에겐 그냥 욕심은 욕심이었을 뿐. [인터스텔라]에 갖다붙이고 싶은 이들도 많은 모양인데, 생각하면 할수록 난 그 영화가 가진 '남자스러움의 성격'에 대해 짚게 되고 불편함을 감추기 힘들다. 다른 의미에서 초월과..
- 이렇게 3주간의 여정이 끝났다. 도합 12시간여일 것이다. 나 원. - 왕의 귀환 같은 경우는 확장판치고도 가장 많은 시간이 추가된 덕에 아예 오리지널을 보던 당시와 관람의 리듬감 자체가 달라진 듯하다. - 결국 마지막 항구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 정말 동문회 같은 작품이었다. - 21세기초 이렇게 이르게 우리는 클래식을 얻은 듯하다.
- 두 개의 탑은 기억하겠지만 분열의 이야기이다. 아라곤 일행은 프로도와 샘의 선택을 마음으로 응원하고, 메리와 피핀의 길을 쫓다 이들이 엔트족과 함께 할 행보를 믿는 대신 로한 왕국과 중간계에 들이닥친 전쟁의 불길에 뛰어든다. 프로도와 샘은 서로 의지하지만 가장 근접하여 반지를 운반하는 이들이기에 골룸과 거친 지형이라는 위험에 직접적인 형태로 노출되어 있다. 메리와 피핀은 그리고... - 이제 자신들이 걷고 뛰는 곳에서 이들 각자는 살아남아야 하고 알게 모르게 중간계의 운명은 이렇게 틀어지고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두 개의 탑은 헐리우드 3부작의 2부처럼 어둡고 기로에 서있고 좌절을 안겨준다. 당연하지만 결말은 그래도 돋는 희망의 작은 씨앗에 의탁하게 되는 구조다. 그리고 음흉한 웃음을 짓는..
- CGV 독점이니만큼 관람비 책정에 대한 전횡은 이루 말할데가 없다. 더럽다! - 난 반지 3부작 중 반지원정대만의 고즈넉한 서두와 확산되는 진행 등에 있어 가장 많은 지지를 보냈고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 확장판 3부작 개봉을 통해 그게 조금 바뀔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 확장판으로 인해 붙은 서사와 대목들이 이야기를 괜히 늘이거나 진부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다들 필요하고 설득력이 있는 대목이다. 빌보와 프로도 사이의 관계, 아라곤과 보로미르, 김리와 갈라드리엘 등등의 관계는 디테일이 더 붙었고, 조금 더 집요하게 반지원정대 뒤를 붙은 골룸, 우드 엘프 등의 대목 등이 그렇다. - 참 엉뚱하게도 [호빗] 3부작 덕에 역으로 이야기를 읽는데 영향을 받는 대목도 있었다. 애초에 원작에..
[라푼젤] 이후로 - 이르다면 [뮬란]에서부터 -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머문 곳에 안주하지 않고, 바깥으로 탈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였다. 공주를 자처하지도 않고, 자신을 족장의 딸이라고 칭하는 여성. (게다가 그가 속한 곳에서의 족장의 역할이란 지배가 아닌 주민들이 과일 작황이 좋지 않으면 그 방법을 알려주고, 생선의 수확이 좋지 않다면 대안을 주는 것이다.) [모아나]는 어린 관객들에게 자립과 개척이 무엇인지 쉬운 화법으로 알려준다. 매번 그렇지만 이번에도 애니메이션의 기술적 성취에 놀라게 된다. 지난번까지도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물의 묘사는 출중하다. 얼마까지 더 발달할 수 있는걸까. 자연을 모사하는 수준을 넘어 작업 자체를 창조의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디즈니 애니식 뮤지컬 사용에 대한 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