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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아이돌 산업의 융성의 속도와 급진적인 방향성의 키는 이제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듯하다.(긍정적인 의미는 아니다) 그럼에도 일본 아이돌 산업의 퀘퀘한 사정은 흥미를 자극하는 구석이 있다. 마치 프로듀스 101의 원형 같은 AKB 총선의 장관이나 중학생 마이너 아이돌을 응원하는 지긋한 장년층의 모습은 서구 관객은 물론 이웃나라 나같은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구석이 있다. 감독 정보를 찾아보니 여성 감독인 것도 그렇고, 작품 중반마다 나오는 페미니즘 연구가의 언급들도 그렇고 작품이 제기하는 문제들은 희망과 착취, 소비라는 아이돌 산업 전반이 민낯들을 건드리고 있다. 그런데 아주 본격적으로 깊이 들어가지는 못한다는 인상이 강했다.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이들의 유사 AV 산업으로의 흡수나 가해자로 돌변하는 ..
영화음악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여기선 집시 음악을 접목한 영화 음악이 나온다거나 이병우 같은 사람들이 나오진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영화의 세계는 철저하게 헐리우드 역사 안의 영화들입니다. 잘 봐줘야 영국 영화 산업도 조금 포섭하는 정도? 그래도 주옥같은 이름들이 나옵니다. 사실상 중반의 하일라이트를 차지한 존 윌리암스의 [ET] 대목은 뭉클하기 그지 없습니다. 또 눈물이 나올 뻔 했습니다. 여기에 오케스트레이션 스타일을 락킹한 전자 음악과 샘플링을 접목한 한스 짐머를 필두로 정키 XL, 트렌트 레즈너까지 다루면 배리어스 아티스트 모음집 수준이죠. 작품 자체가 한스 짐머를 특히나 푸쉬하는게 느껴질 정도니까요. 그럼에도 대니 엘프먼을 다소 소흘히 다뤘다는 것은 좀 서운한 일..
[블레이드 러너]는 [공각기동대]에 영향을 끼쳤지만, [공각기동대]는 [매트릭스]에 영향을 끼치는 바람에 지금 영화를 보는 젊은 세대에겐 [공각기동대]가 [블레이드 러너] 보다 더 유명한 선생님이 되었다. 좀 웃기는 역사다. 아무튼 [블레이드 러너]의 세계관은 2049년이 되어도 여전히 빗줄기 좀 다발로 맞아줘야 고찰도 되고 자기정체성에 대한 회한도 느끼고 그렇게 되는 모양이다. 소니와 코카콜라 광고판과 지구에 남은 사람들끼리 뭘 그렇게 소비행위를 열심히 하겠냐만은, 그래도 여전히 잘 팔리는 모양인 여성의 웃음이 서린 홀로그램 광고의 징그러움도 여전하다. 그래도 한가지 의의를 달 수 있는 것은 정작 리들리 스콧 본인이 총괄이 아닌 연출을 맡았다면, 이거보다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전망이다..
리암 니슨의 근사한 목소리로 - 그동안 악당 협박 목소리로 숱하게 소모되었죠 - 움직이는 거대한 CG 크리처가 나오는 영화라고 할지라도, 트레일러가 속일 수 없었던 어둑한 분위기로 인해 아무래도 '판의 미로' 등이 떠올랐죠. 정작 관람한 영화는 '렛 미 인' 등도 연상하게 하였습니다. 성장의 시간선 위에 놓여진 숱한 폭력, 어른의 논리, 그리고 마치 이것은 '마이 리틀 자이언트'를 뒤집은 이야기 같기도 했습니다. 성장하는 아이를 더 넓은 세계로 인도하는 확장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이야기를 요구하는 억압적인 목소리와 폭력적 분위기! 3가지의 소원을 들어주는 달콤함과 광휘의 순간이 아닌, 도무지 교훈적이지 않은 현실 논리를 박아놓는 3가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종의 만담꾼의 존재. 그럼에도 그 이야기의 ..
처음엔 55분으로 편성된 공중파 다큐였(다고 한)다. 연예인 나래이션이 붙었고, 조금 더 등장인물의 감정읖 보충하는 자막이 있었던 모양이다. 85분의 극장판으로 나온 [땐뽀걸즈]는 완숙한 다큐멘터리가 되었다.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온 조선소가 있는 지방 도시에서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를 앞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앞길에 작은 불빛을 비춰주는 마른 등대 같은 선생님이 있다. 그렇다. [땐뽀걸즈]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결국엔 결정적인 순간에 눈시울을 훔치는 것을 매번 들키는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다. 학업 등급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대상을 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일로 진로가 달라지는 것조차도 아니지만 학생들과 선생님 사이의 유대와 1,2년간의 짧은 신뢰는 이들 인생에 다른 색채감의 온..
김현석의 작품을 당당하게 지지한 적이 없었다. [YMCA 야구단]은 신나게 웃기엔 뭔가 부족했고,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애매했었다.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스카우트]는 정작 상영관에서 본 적이 없으니, 케이블로 단편적으로 조립해서 관람한 셈이다. [아이 캔 스피크]는 간만에 상영관에서 본 김현석 영화였으니, 그만큼 입소문을 바탕으로 결심을 한 것이다. 아 예상대로 저는 눈물을 흘렸습니다.(갑자기 존대) 나문희의 모친 묘소 장면에서부터 눈물이 새어나오기 시작했고, 군데군데 계산된 지점에서 저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지요. 눈물을 참기 위해 문제의 대목마다 저는 [스타워즈 로그 원]의 배틀 장면들을 떠올리며 참아보려 했지만, 불가항력이었습니다. 좋은 영화입니다. 다만 저는 수용소 장면은 좀 수위를 낮춰도 된..
에드가 라이트는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시리즈를 만든 감독 녀석과 더불어 '내가 소싯적에 음악 좀 들었고, 그걸 영상 안에 잘 녹여내-' 경진대회에 출전할 모양이다. 배기음과 주인공의 손 박자, 파열음과 총성이 음악의 리듬에 딱.딱.딱 맞게 편집되었다. 그래서 약간 적당한 수면욕이 몰려올 때, 뮤지컬 작품을 보는 괴이한 안락함마저 들었다. 과소평가 받아야 할 이유를 별로 느끼지 못한, 내겐 좋은 작품이었다. 그나저나 케빈 스페이시 목소리 애호가들에겐 또 하나의 목록이 추가된 것인지도. 난 존 햄 얼굴 애호가가 되었다...
난 여전히 1막이 제일 좋았다. 제일 과감한 시도(?) - 롱테이크... -를 감행한 3막의 이야기는 여배우라는 존재를 벗어나 예술 및 창작론을 건드린(직업윤리 재고론?) 풍부한 서사를 보여주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젊은 여배우 활용면에선 좀 아쉬웠다. 하지만 정말 흥미진진하고 좋은 작품. 좋아하는 1막은 영어 번역 달고 해외의 유수의 여배우들에게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 그들 사이엔 어떤 공감대의 유니버스가 흐를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난 이 작품이 어쨌거나 여성주의 영화고, 좋은 텍스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 2막의 감독님은 왠지 외적인 면에선 이준익 감독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