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영화보고감상정리 (769)
Rexism : 렉시즘
영화의 전반부는 김지운이 이런 시대와 소재를 가지고 만들었다면 딱 예상한 그 톤이다. ([놈놈놈]의 경우엔 만주-웨스턴이라는 의도를 애초부터 가지고 있었으니) 쿨한 톤을 견지하고 주목을 요하게 한다. 최동훈이 [암살]에서 오달수 치트키를 사용한 것 등으로 소나무 진액처럼 찐득한 기분을 주었다면, [밀정]의 초반엔 그런게 없다. 그래서 좀 더 취향인데... 다만 암살엔 안옥윤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었지만, 밀정의 한지민에겐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세간의 표현을 빌자면 송강호 홀로 하드캐리하느라 바쁘고, 중후반부터는 이 쿨한 장르를 시대가 어쩔 수 없이 누르게 된다. 느와르처럼 폼 잡을 시간이 없다. 일본인들이 저지른 일들에 의분을 감추기 힘들고, 영화가 그렇게 분노를 휘감고 관객들이 바라는 방향..
커트 코베인의 죽음과 삶에 관한 다큐멘터리는 예전부터 있어 왔고, 앞으로도 게속 나올 것이다. [몽타주 오브 헥]이 내세우는 강점(?)는 다른 다큐에는 찾아보기 힘든 어린 시절의 홈비디오나 커트 본인이 생전에 남긴 성장기 동안의 녹음 음원이나 생생한 - 그리고 삶에 대한 지리멸렬함을 표출한 - 메모와 낙서를 다양한 방법으로 보여준다는 것에 있을 것이다. 친부모와 양부모, 전 여자친구, 크리스 노보셀릭(데이브 그롤은 녹화했으나 최종 편집에서 시간차로 수록이 안되었다고) 등 생전 그와 가까운 이들과의 인터뷰와 연대기에 따른 다양한 자료들을 CG와 애니메이션 기법 등을 토해 보여준다. 이런 요소들이 전반부 다큐멘터리 시청을 사로잡게 만드는 부분이라면, 후반부는 이 다큐를 처음 발상한 커트니 러브와의 일상과 충..
분명히 편집으로 들어낸 대목들이 심심찮게 보이고, 원 사운드트랙을 샘플링한 삽입곡들은 참으로 시원찮다. 이 작품의 매력을 살리는 것은 전적으로 캐릭터들로 보인다. 여러번 이야기되고 있지만, 백인 바보의 길을 시의적절하게 선택한 크리스 헴스워스는 물론 멜리사 맥카시를 필두로 한 4인조는 눈부시다.(그럼에도 멜리사의 작품으론 이 쪽보단 [스파이]가 더 훌륭한 코미디이긴 하다) 레슬리 존스에 대한 트위터 악성 멘션과 홈페이지 해킹은 명백한 폭력이자 전혀 온당하지 않은 처사이다. 그것이 이 작품의 안과 밖을 더욱 살찌우는 담론덩어리로 만들고 있긴 하다만. 마블 작품 속 스탠 리 보다 더 명확하게 "이 사람입니다!"라고 가르쳐주는 원작 카메오와 슬라이머와 마슈멜로우맨 등의 요소들은 일종의 동창회 분위기를 만드는데..
[비기닝]에서 [다크니스]로 이르는 길에서 커크와 스팍의 우정은 강화되었다. 그런데 들썩거림과 웃음은커녕 묘하게 작품 전반을 겉도는 이상한 울적함이 있었는데, 아마도 5년간의 탐사 일정 안에서 작고 큰 사고는 있되 최적의 화합을 자랑하는 엔터프라이즈호의 평온함에서 기인한게 아닐까 싶다. 생각해보면 크롤은 커크가 맞이할지도 모를 어떤 미래의 형상일지도 모른다. 조직에 가장 부합하는 지휘관형 인간이었다가 조직의 필요에 의해 버림을 받아 우주 어딘가에서 어둡고 새로운 미래를 만나는... 어느샌가 그는 생전 부친보다 더 나이를 먹게 되었고,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룬 자만이 고민할 수 있는 어떤 공허함, 그리고 공허할 새도 없이 찾아오는 블럭버스터 서사 안의 위기 요소들. [비기닝], [다크니스] 보다 탁..
로얄드 달의 원작 소설과 [땡땡의 모험]으로 기술적 진일보의 또 한 단계를 보여준 스필버그. 여기에 모든 것을 시시하게 만들 수 있는 디즈니식의 밍밍함까지(하하) 그렇게 만난 [마이 리틀 자이언트]는 [ET]에까지는 당연히 이르진 못하지만, 대가의 손길이 닿은 따스함과 '여전한' 균열까지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여기에 영원토록 건강하길 기원하는 존 윌리암스의 선율도 여전하고, 어쩔 수 없이 곳곳에 묻어나오는 스필버그식 인장 - 거인들의 우왕좌왕 속에서 여기저기 피하는 소녀를 보며 [쥬라기공원2]의 흔적이... -, 마지막으로 썰렁하고 나른함까지 어떻게 보면 요새 영화들에서 잘 느끼기 힘들었던 기분이었다. 노스탤지어 이런건 분명히 아니었고, 폭염 시즌의 묘한 환타지로 자리매김하였다. 하지만 미국 시장 성적 ..
젊은 거부 에릭 패커(로버트 패틴슨 분)의 초호화 리무진 안은 완전 무결한 세상이다. 바깥의 아비규환 시위에도 불구하고 차량은 흔들거리기만 할 뿐, 탑승자를 안전히 보호해준다. 바깥 세상은 '쥐새끼'로 직유되는 금융자본가들을 극렬히 비난하고 있고, '쥐새끼'들이 주로 에릭 패커가 탑승하는 인물 부류 중 하나다. 젊은 천재 전문가도 있고, 예술적 감흥을 자극시켜주는 이도 있고, 음악계 거물도 있다. 에릭 패커는 간혹 이들 중 여성 몇 명과 섹스를 하거나 오랄을 받는데, 정작 부인에겐 섹스를 제안하지만 실현되지는 않는다.(대신 부인은 둘의 관게가 끝났음을 선언한다) 초호화 리무진은 시위대에 의해 훼손되고 낙서투성이가 되지만, 의연하게 에릭 패커가 가고자 하는 한가지 목적지는 구식 이발소이다. 그가 구식 이발..
베리 레빈슨 연출에 로버트 드 니로 출연(21세기 드 니로의 작품 중 기대했거나 좋았던 작품이 있었나요?)이니까 그냥 평타나 심심풀이죠. 딱 그 정도입니다. 날아간 원제 [What Just Happened?]의 뉘앙스를 전혀 살릴 생각도 없는 한국 개봉명도 그렇고. 헐리우드 제작진과 배우들 사이에 엉킨 욕망과 인간 소극의 향연, 그런건 이미 생전에 로버트 알트먼이 충분히 해냈으니까요.(공교롭게 [플레이어]에도 브루스 윌리스가 출연하는군요.) 전 부인과의 정신상담으로 골치를 앓는 영화 제작자. 정신상담의는 할당된 시간 외의 성의는 당연히 보이지 않고, 변변찮게 생각한 영화계 인사는 전 부인과 관계를 맺고 있는 듯하고, 새롭게 개봉을 잡아둔 칸 출품작은 말썽이고... 입지는 점점 줄어드는데, 대략 이런 분위..
사람들이 빌런형 인물들에게 히어로만큼의 애착을 느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적인 영화 향유 대중들에게 수많은 인물들의 정보를 주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현명한 답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DCEU의 행보가 그렇듯 이쪽도 급해 보인다. 게다가 급해 보이는 것을 전면에 서툴게 노출하고 있으니 작은 측은지심도 든다.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다. 마고 로비 같은 배우들은 확실히 즐기고 있는게 느껴지고, 코믹스로 누적된 이미지를 어느정도 재현하는 등장인물들은 팬들에게 희열을 줄 것이다.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중간 삽입된 접점들은 DCEU의 큰 그림 -만약 정말 그런게 있다면 - 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킬 것이다 그럼에도 악당들이 택한 사랑과 가족에 대한 애착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