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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연상호가 실사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서 기질 자체가 바뀔 기대를 한 이는 없었을 것이다. 가장 쉬운 상상을 하는 이들에겐 마치 KTX 안이 한국의 축소판이다! 호들갑으로 비춰졌을 것이고, '오 필승 코리아'와 뛰는 좀비들 대목은 실제로 그런 적절한 예시가 되기도 한다. 그래 잠시 뛰는 좀비 이야길 하자. 좀비가 뛴다는 것은 아마도 공포 장르 안의 아이콘들이 가진 한계치를 높임으로써, 장르 안의 긴장감을 배가하기 위함이었겠지. 그래서 등장인물들은 골치 아파졌다. 좀비들은 달리고 뭉치고 매달리고 한 쪽 방향만을 주시함으로써 아직 감염되지 않은 이들을 벌벌 떨게 만든다. 물론 약점 하나 쯤은 주었지만. 재미있고, 고정된 이미지를 보유한 인기 배우들을 배치한 대가로 받은 투자비는 한정된 부분이나마 유효하게 들어간..
사람들 상당수는 [우리들]을 보고 저 나이 때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나이를 반추할 것이다. 나는 애써 그러려 하지 않는다. 나 역시 예민한 아이였고, 피해자일 수도 있고 가해자일 수도 있을텐데 당시를 넓게 좍 펼쳐 볼 생각은 들지 않는다. 차라리 지금의 나에게 대입하는게 더 나을수도 있겠다. 아무튼 [우리들]은 좋은 작품이다. 전작 단편 [콩나물]에서 한 여자 아이의 심부름이라는 행위를 난데없이 거대한 세계관으로 확장시킨 역량이 장편에서 - 다소 좀 늘어지는 듯도 하지만 - 유감없이 발휘된다. "아이고 아이들끼리 싸우다보면 그럴 수 있지요"라는 학부모의 말을 부정하듯, '전혀 그럴 수 없는' 상황은 누구의 탓도 아닌 채로 재현되고 아이들은 결국 서로를 상처입힐 수 밖에 없게 된다. 비교적 좋은 엄마, 비..
분명히 픽사 답게 재밌다. 이미 토이 스토리 시리즈를 통해 액션의 앙상블은 환상적이고 눈을 떼기 힘들다. 이왕이면 도입부와 엔딩 크레딧의 쿠키를 즐겁게 감상하기 위해 [니모를 찾아서]를 복습하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미흡한 자신을 탓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자신에게 내재된 것으로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옳음을 전달하는 이 교훈물의 뼈대 주변엔 주제와 맞지 않는 바보 단역들이 웃음의 근육을 일부 채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썩 보기 편한 것은 아니었다. + 덧붙여 어린이 관객들에게 좀 무섭게 보일, 생각보다 강도가 있는 연출들이 있었는데 괜찮았을까 모르겠다.
1년이라는 한정 기간 안에 자신의 직업을 임업으로 해야할지 고민하는 어수룩한 도시 청년의 처지. [워터 보이즈], [스윙 걸즈]를 만든 감독이 이런 이야길 만들었다면, 참으로 엔딩이 예상되지 않습니까. 문제는 그 결말에 닿기 위해 소소한 재미를 박아놓고, 너무 끈적하지 않게 분위기를 조성하는 연출이 중요하겠지요. 물론 그걸 잘합니다. 요새 그걸 잘나간다는 배우 소메타니 쇼타는 쭈볏쭈볏함을 잘 살려내는 육체 연기와 다이얼로그에 탁월함을 발휘하는군요. 영어 제명은 [Wood Job!]이라고 느낌표를 달았는데, 국내명은 느낌표가 없군요. 다는게 아무래도 이 영화 분위기에 맞을 듯. + 네이버 영화 무료영화 기간에 받아둔 것을 늦게 감상.
심지어 DRM 걸린 영상을 굿다운로더의 심장으로 구매한 것은 그만큼 ([맨 오브 스틸]에서부터 이어오는)[저스티스의 시작] 본편에 대한 미련 때문일 것이다. 올해 개봉한 [시빌 워], [아포칼립스] 공히 모든 히어로물들은 일정 부분 아쉬운 부분들을 각각 남겼고, [저스티스의 시작]의 경우는 편집 부분이 굉장히 치명적으로 보였다. 2시간 이상 넉넉하게 확보한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초반 1시간은 굉장히 지루했고, 각 씬들은 덜컥대고 여전히 파괴지향성만이 도드라졌던 것이다. 확장판은 확실히 개선된 모습을 보여준다. 총탄에 명을 재촉한 지미 올슨은 어쨌거나 이름이 제대로 나오고, 로이스 레인의 '총알'에 관련한 추적은 좀 더 전문적인 보조 캐릭터(지나 말론 : 아마도 DC 유니버스의 S.T.A.R 소속 ..
시사회로 관람한 레전드 오브 타잔만의 문제는 아니고, 새로운 세기 들어서 본 블럭버스터 대다수에 대해서 지난 세기에 본 [에일리언2]나 [터미네이터2] 같은 절체절명의 감각이나 절박함에 기인한 몰입암 같은게 느껴지지 않는다. 뭐가 문제일까. (물론 그 제임스 카메론마저도 [아바타]에 들어서 그저 그런 블럭버스터를 생산해내는 새로운 세기의 남자가 되긴 했다.) 아프리카는 장쾌하고 거대하고 아름답고 무서운 곳이고, 그걸 잘 담아냈고 고릴라 CG 등은 절정이었다.(물론 후반부 물소 CG는 복사-붙이기가 너무 표가 나서 민망했지만) 두 남녀 배우의 미모와 신체에 대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 조연 배우들의 뒷받침도 좋고 - 하지만 지몬 혼수 어떡하냐... 이제 이런 식의 연기만 하고 - 해리 포터 시리즈의 ..
오래된 집권당 후보가 강세를 보이는 경북 모처의 지방선거, 유력한 신진 후보의 자제가 실종된다. 자 이렇게 도입을 깔면 긴장감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걸 의도적으로 초반에 흐트리는 것은 통속적인 음악과 '자혜'라는 이름에 바보 같이 천착하는 뭔가 정신의 한 올이 팅- 나간 여자 주인공이다. 그래서 서서히 드러난다. 이것이 계보를 이어 '미세스' 홍당무를 탄생시키는 한 감독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손예진이 훌륭한 연기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훌륭한 연기를 하는 배우를 따라하는 연기를 보는 기분이다. 오히려 제 구실을 하는 김주혁의 표정과 연기, 믿음직한 체형이 뒤에서 버티고 있다. 그리고 해낸다. 아이들의 연기는 다소 관습적인데다가, 아주 불행하게도 둘 사이의 유대를 위해 '키스'라는 장치를 ..
어두컴컴한 진실에 다가가기엔 씩씩함으론 부족하다. 폭력은 엄연히 존재하고, 모두가 협조를 거부한다. 이 정도면 느와르적인 설정이다. 그런데 부양해야 할 가족들이 있고, 거주지조차 사라질 기미다. 생활의 감각이 목죄어 온다. 희망이라는 단어, 개선이라는 전망 같은건 품을 수가 없다. 사치다. 당장의 금전이 문제고 - 201*년의 한국의 상황에서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 생과 사를 종이 한 장 차이로 초라하게 만드는 현실은 거인처럼 저벅저벅 걸어온다. 다람쥐 고기 에피소드는 차라리 귀여운 설정으로 만드는 막바지 강변 장면. + 왓챠플레이로 시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