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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소년 병사, 시뮬레이션을 통한 전쟁 대리체험, 대리체험과 실전 사이의 초라한 간극, 여린 감수성의 소유자와 즉물적인 분노 집행자라는 기계적인 이항대립, 심리 기저의 정신분석학적 풍경 등 재미있는 발상 등이 많은데... 부족합니다. 출연한 해리슨 포드도 벤 킹슬리 같은 중견들도 짐작은 했겠지요. 이게 다소 부족한 영화임은. SF 팬들이란 존재는 생각해보면, 상처 자주 받는 존재인 듯 합니다. * 넷플릭스에서 시청했습니다.
매카시즘 바람 솔솔 날리면서 사회는 팍팍해져 가고, TV에 밀리 산업적 가능성에 잦은 제동과 시비를 받은 영화의 시대. 이를 보는 조소, 하지만 그 안에 당연히 서린 존경을 잊지 않는 코엔 형제의 스케치는 언제나 보기에 즐겁다. 그럼에도 최근의 그들의 작품치고는 좀 처지는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배우들 구경하는 재미야 이젠 우디 알렌 무비에서부터 어벤져스 시리즈까지 가는 방향에 따라 언제든 채울 수 있는거니까요.
스타워즈 본편 시리즈도 외전도 여성이 주연이 되어 한치들 마음이 심난한 차에, 이제 클로버필드의 갈래 시리즈도 여성이 주연이 되었다. 한치들 불쌍해서 어떡하냐. 게다가 이야기 초반부터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감지하고 어떤 식으로든 계속 머리를 굴리며 상황을 타계하려는 능동적인 주인공이라니. 한치들은 4계절 오그라진 상태로 살아야겠구나. 육중한 그의 신체만큼 한정된 공간 안에서 폭력적인 지배력을 발사하는 존 굿맨의 호연이 좋고, J.J 에이브람스 세계관 안에서 [로스트] 비스무리한 분위기도 조성해야 하고 그러다 스필버그 존경도 표해야 하는 바쁜 초보 감독의 수훈도 좋다. 쾌작!
성장 과정을 그린 초반 대목이 주는 교과서적인 시큰함이 앞으로를 예상하게 만든다. 그래도 손수건 꺼내게 하는 구성은 아니니 안심하라. 나도 그런건 싫으니까. 게다가 초반이 지나면 곧 좀 따분해지고 엉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럴 때 휴 잭맨이 등장하고 좀 나아져간다. 전반적으로 예상 가능한 행로를 가는데, 그래도 승리가 성취가 아닌 성취 자체가 제일 중요한 것이라는 주제는 마음에 든다. 올림픽 정신 같이 거창한 대사는 없어도 상관 없다. 이 크지 않은 작품에 딱 맞는 품의 교훈 같다.
잭 스나이더도 그 정도 양심은 있었다. [맨 오브 스틸] 말미의 메트로폴리스 대파괴 장면에 의한 막심한 피해를 그냥 넘어가진 않았다. 어벤져스의 치타우리족 뉴욕 공습 장면은 토니 스타크에게 긴 후유증을 남겼지만, 이 경우엔 다른 히어로가 그 파괴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갈등은 피어난다. 이 정도면 제법 매력적인 설정 아닌가? 좀 더 과격해지고 - R등급 확장판 블루레이가 별도로 출시된다고 하더라도 - 여전히 전체주의적 비전을 어느정도 신뢰하는 듯한 위험한 태도도 여전하다. 게다가 정성을 쌓는 듯하나 중견임에도 여전히 서툰 잭 스나이더의 편집과 지지부진한 이야기 진행은 관객을 지치게 한다. 물론 그 보상을 위해 둠스데이 등장과 예의 공을 들인 파괴 잔치게다가 사상자들이 전작에 비해 줄었다!)가 긴 시..
배우들이 자신의 아우라를 뒤집어 쓰고, 중후하게 연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그 자체가 광경이 되는 영화들이 있다. [스포트라이트]가 그렇다. 주역 배우들 뿐만 아니라 조연진들도 탄탄해서 - 빌리 크루덥, 스탠리 투치 등 - 그들이 자아내는 앙상블로도 행복해지는 영화. [스포트라이트]가 딱 그렇다. 여기에 실화 소재 기반의 무게감, 차분한 이야기의 진행, 그럼에도 공분을 자아내게 만드는 세계의 법칙에 대한 상기 등이 자신의 품격을 해치지 않으며 작품성과 시대성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 마크 러팔로의 포즈는 실화 인물을 연구한 것일까, 아니면 별도로 인물을 설정하고 개발한 결과일까.
50년대 미국의 실상을 동아시아 변방의 내가 얼마나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을까? 매카시 광풍이 지나갈 것이고, 젊은이들의 성적 방종이 기성 세대에게 우려를 안겨주고, 케네디가 암살되고, 베트남전이 참담함을 안겨주고, 록앤롤이... 그럼에도 명징한 것은 이들이 21세기의 한국의 마치 누구들처럼 '세상이 외면할지도 모를 사람들임에도 서로를 알아보고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하필이면'이라는 단서를 초라하고 그 수사의 사용자를 천박하게 만들만치 조우하는 눈길은 명료하며, 손길과 결심의 말들은 백조처럼 유영하다가도 비에 젖은 포유류마냥 파르르 떨린다. 종내에 그들이 택하는 길은 이제서야 처음으로 활짝 열리게 되었다. 매번 뿌옇던 유리의 장막은 그렇게 걷혔다.
- 최근 디즈니와 언제나 그래왔던 픽사 작품과 달리 앞에 단편 작품이 배치되어 있지 않다. [주토피아]의 세계관은 사실상 스테레오 타입의 전시장인데 - 남을 속이는 여우, 느려터진 나무늘보 등 - 이걸 비트는 캐릭터와 설정으로 - 진취적인 토끼, 살이 쪘으며 성정체성에 대해 물음표를 띄우게 하는 표범 등 - 탄력을 준다. 오히려 스테레오 타입을 전시함으로써 우리 사회 안의 공정성과 고착된 관념에 대한 의문을 주는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이야기가 담고 있는 미스테리 구성에도 불구하고 최종 보스가 누군지 맞추기는 굉장히 쉬운 편이고, 액션이 좀 약하다는 개인적인 불만은 있지만 너무 많은 길거리의 공주님을 양산한 [겨울왕국]에 비한다면 내겐 이 쪽이 확실히 노선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