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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무던하게 박히는 글씨체가 영화의 시작을 알린다. 남자들은 질척거리고, 이 식자들은 명분 없는 발끈함을 들이댄다. 여자들은 미끄러지면서도 이내 발작적으로 변한다. 그러다가도 어느새 둘은 오손도손 서로간의 또아리를 틀며 연사를 내뱉는다. 시를 낭독한다.(시를 쓴다는 행위의 중요함은 이창동의 [시]로 이어진다. 흥미로운 2010년이다.) 예의 홍상수 영화답게 인물들의 행동은 반복/변주되고(담치기), 문득 찾아온 엉뚱한 꿈은 예지도 아닌 것이, 현실의 연장도 아닌 것이 미묘하게 남는다. 기억들은 조합되지만 그 균열의 뒤틀림이 중요한게 아니라 갑자기 주어진 경구로 '답지않은' 삶의 교훈을 얹어준다. "좋은 것만 봐라." 그리고 건배와 함께 잠시간의 긍정, 인생이라는 헛꿈들. 하하하...
[뭘 어떻게 그려도 극장판과도 코믹스판과도 안 닮은 내 아이언맨] 첫 시작은 근사하다. 1편의 '내가 아이언맨입니다'라는 기자회견 멘트에서 이야기는 이어진다. 이와 대비되는 안톤 반코/이반 반코 부자의 초라한 거처, 그리고 이반 반코가 절치부심하여 자신의 '기계 외형'을 만드는 과정이 나온다. 물론 이 장면은 1편의 토니 스타크의 초반과 대구를 이룬다. 이렇게 두근거리는 악역 장면은 [다크 나이트]의 초입부를 연상케 하는데 - [아이언맨2]의 경우는 보다 직접적인 캐릭터 성격 설명이지만 - 이 정도라면 이 2탄을 기대하지 않기란 힘들다. 그런데 막상 뒷 부분 최종 결투 장면에 그만... 모나코까지가 정말 좋다. 새로운 슈트는 갸우뚱하지만, 보기 좋은 구경거리고 긴장감 있는 두 사람의 대결이 있다. 이렇게..
영웅 놀음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자경단 짓거리를 하면 어떻게 될까. 폭력은 순환하게 되다 못해 도취상태에 이른다. 끝을 향해 내달리는 유희에 몸을 맡기던 인간들은 파국을 맞거나, 세상 모르고 희희낙낙하다. 피냄새나는 소동극. 히어로물의 쾌감보다 헐리우드가 폭력을 유통하고 소비하는 방식의 일단을 보여주는 듯 하다. 힛걸 이야기는 지겨워서 안하기로 하고... 제일 흥미로운 건 아무래도 니콜라스 케이지. 히어로물의 팬이기도 한 그는 직접 [고스트 라이더]을 시원하게 말아먹은 전적도 있다. 영화 속에서 거론되는 오우삼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적도 있고 말이지. 역시나 [고스트 라이더] 못지 않게 본 사람만 보게 된 영화 [윈드토커]. 아무튼 빅 대디로 한을 풀었을려나. 킥 애스 : 영웅의 탄생 감독 매튜 본 (20..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 1,2처럼 억눌러 있지도 않고, [고스트 라이더]처럼 사람 기운 빠지게 만드는 구석도 없이 적정한 안전선을 탄다. 근간에 나온 히어로 무비 중 앞으로도 흥미롭게 재발굴될 공산은 낮은 영화. 어쩔 수 없는 것이 이 영화의 태생 자체가 브라이언 싱어판 스토리의 앞을 다루고는 있되, 의문을 풀어준다기 보다는 앞의 이야기랍시고 꿰맞출려는 안간힘이 제법 많기 때문이다. 설득이 된다기 보다는 그렇게 설정을 받아들이시면 된다는 태도가 강하달까. 그래도 이 덕에 왜 갬빗이 엑스맨의 '인사이더'로서 본편에 등장하지 않았는가, 로건이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 간헐적으로 과거사에 대한 발작을 일으키는가, 윌리엄 스트라이커의 돌연변이에 대한 집착의 기원 이런 것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등장인물들..
그래 전쟁은 마약 같지. 어디 그뿐이겠는가. 생과 사를 가를만치 사람을 이끄는 매혹의 아가리속은 뭐든지 치명적이겠지. 그 끝에 뭐가 있을지 당사자들도 사실 모르지는 않을텐데, 그럼에도 그 지옥 속에 기꺼이 뛰어들지. 무섭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작은 한숨이 나왔다. 결국 저럴 수 밖에 없구나. 그럼에도 가슴이 뛴다. 복장과 규율은 구속이기도 하지만 고맙게도 날 길들여주는 친절한 질서다. 결국 그 복장과 규율에 사람은 닮아간다. 저벅저벅 신중히 걷든, 락앤롤 아티스트처럼 즐기던가. 지옥 바닥에서 우리들은 서로 잘못 얻어걸린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서로간을 보완하지 않으면 살아날 재간이 없다. 다시 마지막 장면을 떠올린다. 여전히 나즈막한 한숨. 결국은 그럴 수 밖에 없는가. 피폭 장치가 어디 숨었는지 알 재..
- 다스 베이더는 '아들아 더 접고, 제국의 품으로 오너라'고 말했고 제우스는 '올림푸스 신전으로 오라' 하였다. 속을 알 길 없는 아버지들을 둔 '광선검'의 아들들. 하긴 어떤 평론가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신화 없는 국가의 신화' 어쩌구라고 했던가. 아버지 찾기의 모험길과 그 변주들은 신화의 원형이련가. - 공주를 구해서 대대손손 애들을 많이 낳았대요 쪽보다 신에 대한 믿음 보다 인간의 시대로 이행하는 묘한 긴장감을 선택해서 좋았다. 신의 손에 의해 기구한 운명에 처한 이들의 피비린내 나는 사연의 긴강잠은 메두사 편에서 극에 달하고, 무너진 신상은 다행히도 다시 세워지지 않는다. - 제우스의 포토샵 얼굴과 우뢰매 복장, 졸졸 따라 다니는 우윳빛깔 스토커 이오 등은 치밀함/스펙타클함과는 거리가 먼 이..
천직이라는 말이 있다. 해고 통보 전문가라는 직업에 걸맞는 남자 라이언 빙햄. 가족과도 진작에 소원하고, 사람들에겐 '백조보다는 상어처럼 빠르게 움직여라'라고 말하는 강연자이기도 하고, 마일리지가 차곡차곡 쌓이는 출장 근무를 사랑한다. 사려깊은 어투와 표정으로 해고자들을 앞에 두고 그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다가 기어갈 힘 정도만 남겨둔 채 안전하게 '내동댕이' 쳐주는 효과적인 기술자이기도 하다. 그의 가방 안엔 가정과 주택이 주는 안락함보다는 '정장 유목민'에게 걸맞는 아이템들이 충실한 매뉴얼에 의해 차곡차곡 쌓인다. 우리는 이렇게 초반을 보고 쉽게 예상하게 된다. 아 저 사람이 주변의 사람들과 사건에 의해 조금씩 변하게 되는구나. 그 과정을 보여주게 되겠구나. 물론 맞다. 라이언 빙햄은 변한다. 하지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