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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한두가지 생각이 났다. 윤종빈의 [군도]처럼 최근 역량을 보이는 한국 영화감독들은 대작에 대한 의욕을 보인다. 그리고 쿠엔틴 타란티노의 [바스터즈] 같이 끝간데 없는 복수극을 제대로 만들고 싶어 한다는 점. 그럼에도 한국 현대사 자체가 반민특위 실패, 한국 전쟁, 독재 후유증, 2015년의 상황 자체가 가진 한계로 인해 시원한 분풀이를 하기엔 막힌 구석이 많다는게 안타까울 뿐이다. 최동훈은 잘하는게 많은 감독이고, 특히나 잘하는게 여기저기 복잡한 사정이 얽힌 이들을 한 판에 몰아서 다투게 하는 상황극이다. 사정은 복잡해도 목적은 뚜렷하니 시원시원하고 긴장감이 있다. 그래도 [매드 맥스]와 [레이드2]를 최근에 본 탓인지 카 체이싱 장면은 내 눈엔 둔해 보였다. 그리고 연애 감정을 그렇게 잘 다루지는 못한..
두번째 레이드는 당연히 모든 것이 확장되었다. 액션의 빈도수와 인력이 증대하였고, 스케일도 커졌고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감옥을 포함한 도심 전체가 싸움판이다. 잔혹도가 증가하였고, 인물들의 관계망도 다소 꼬여있고 산만함의 위험도도 늘었다. 그럼에도 잘해낸다. 격투 뿐만 아니라 카체이싱 장면의 카메라 워킹은 고민의 산물임이 여실히 드러나고, 절반의 실패이긴 하지만 주인공 외의 인물들의 사연에 숨을 불어넣으려 했다. 언더커버 캅스 스토리는 사실상 구태의연하지만, 격투 장면마다 여실히 느껴지는 진통으로 인물에 대한 설득력을 부여하였고 3부작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마련하였다. 무엇보다 2는 시리즈 중 가장 좋아하는 주방 액션 장면을 가지고 있다. 무대가 주방일지언정 주방도구에 의존하지 않는 메마름이 좋았다. + ..
레이드 1편을 더 좋아하냐 2편을 더 좋아하냐를 말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1편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의 완결성이 대단하고, 2편은 확장되고 분산 되었으나 가장 좋아하는 격투 장면을 간직하였다. 1이 실은 미리 마련된 이야기였던 2를 위한 포트폴리오였다고 하더라도, 1은 완결 자체다. 평이한 이야기를 가졌으나 이를 채우는 꽉찬 장면들이 있고, 찌르고 베이고 긁히고 부러지고 터지는 - 관객들이 원하는 모든 광경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 음악을 맡은 이들 중 마이크 시노다가 있었구나. 어쩐지 드럼 비트가...
칼로 배 따는 흉흉한 세상에 들어갔던 곽경택이 다시 이 자리로 돌아왔다. 다행스럽게도 가부장에 대한 위안 이야기지만 그 기운이 역하지 않고, 좋은 사람들이 잘 되는걸 지켜볼 수 있는 이야기다. 세상 사람들 상당수가 이미 결론을 아는 실화 기반의 이야기지만 도입부도 잘 짰고, 필요할 때 쥐게 만드는 우직한 연출도 괜찮다. 조직의 적당히 썩은 윤리를 집어 삼킨 채 내키지 않는 수사를 해야 하는 형사와 유명하지 않은 역술가가 유괴된 아이를 찾는다라는 구성. 여기에 역술인이 수사에 참여하는 과정을 여유있게 텀을 두고, 중반엔 역술로 인한 감응의 과정을 그리는데 어느정도 우려를 준다. 저런 두루뭉술한 개념이 설득력을 낳을 것인가? 이 우려를 씻겨주듯 형사와 역술인의 협력은 균형을 잡는다. 부산을 그리는 영화에서 ..
뭘 만들려고 한 것인지 그간 감독에게 쌓였을 욕망과 덕력의 출처는 짐작이 가는데, 작품 자체가 툭툭 끊어지고 일단 호러물로는 낙제고(목표가 아니라고 하겠지만) 할건 다했는데 여전히 내겐 [천하장사 마돈나]엔 못 미친 작품이었다. 소스는 풍부하다. [캐리]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여고괴담] 시리즈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작품 자체도 풍부하다. 근대, 교육, 여성, 연정, 자매애, 절박함, 훈육, 교복, 체육시간, 체육복, 모더니즘, 근대성, 약물, 각혈을 둘러싼 낭만 취향 등등에 무엇보다 출렁이는 물의 이미지는 내내 지속된다. 전반부와 다르게 치닫는 후반부 역시 결과로 놓고 보자면, 누군가는 [경성학교 : 코리아 퍼스트 어벤저]라고 비웃을 수는 있을지언정 결말부의 인상적인 이미지로는 나..
[무뢰한] 안에서는 전도연만 홀로 분전한다. 이야기의 초반은 남자 캐릭터로 시작해 그들의 서사로 시작하지만, 어느샌가 전도연은 영화 시작 20여분 후부터 최저 바닥의 현실 안에서의 처연함, 아름다움, 심지어 귀여움, 무엇보다 주변 남자 배우들을 아무것도 아니게 만드는 연기력으로 휘어잡는다. 그럼에도 영화 구성 자체가 전도연의 캐릭터를 주체가 아닌 객체로 추락시킨다. 이건 전도연을 비롯한 이 작품 안에서의 모든 여성 캐릭터를 대하는 태도에 기인한다. 인상적이고 기막힌 서울 로케 장면들이 있음에도 "씨발년아"라는 대사로 마무리되는 이 작품의 '약간의 홍콩 느와르' 애호 취향/촌스러움을 이길 수는 없다. 가장 문제는 [무뢰한] 같은 영화 정도 가지고 정성일과 함께 한 감독 7시간 인터뷰니 김영진 평론가 같은 ..
스필버그는 [인디아나 존스4]에서 UFO을 띄웠다. 2차 대전 후 냉전의 공포가 시작되던 이 때, 코엔 형제 역시 전쟁 후 영웅담 허풍과 UFO 괴담을 영화 안에 흘린다. 대신 흑백 색채의 중량감과 서로를 이해한다고 믿는 허울 같은 자위와 규격화된 일상과 맞물리는 직업군에 대한 '현대인'으로서의 규정 같은 문제들은 쉬운 감상을 거부한다. 연신 담배를 피우며 느와르 주인공의 피로함을 표면적으로 흉내내지만, 이미 형성된 균열은 예상치 못한 시점에 추락을 야기한다. 뱅글뱅글 도는 바퀴는 예견된 파국의 궤 위에서 주인공의 현기증을 낳는다. 그리고 남은 것은 안식... + 정작 관람한 것은 '컬러' 버전이었는데, 흑백 버전의 묵직함에는 견줄 것이 아니겠지만 제법 채도가 확 빠진 컬러였다.
픽사가 잘해오던 것으로 다시 돌아왔다. '우리가 서로 캐릭터가 달라 이렇게 투닥거리고 있지만, 지금 빨리 힘을 합쳐 돌아가서 상황을 정상으로 돌려야 해' 라는 상황은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주 구성이었고, 그 여정의 묘사는 [UP]과도 유사하다.(감독이 마침 UP의 공동 연출자이기도 했구나.) 여기에 여정 도중에 마주치는 (성장기 아이의) 향수 정서를 상징하는 것들의 묘사도 겹친다. 토이 스토리에선 그것이 물질이었지만 여기에선 기억과 상상이다. 이것을 뒷받침해주는 추상화 공간, 잠재의식 공간 등에 대한 묘사는 오랜 스토리 협업 과정에서 나온 것일테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초반 몰입에 있어 다소 붕뜬다는 기분이 들었는데 어느샌가 나는 '슬픔이'가 하는 모든 장면들을 모두 주시하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