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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웹진에서 글 씁니다 / 별점은 어렵고 이상한 제도입니다 [링크] 그랜케일 「Treadmill (feat. 드린지오)」 『Disgrace And Victory』(2012) 당시에도 그랬지만 음반 커버가 간혹 밴드를 설명하는 경우다. 이번 음반 『Treadmill』 EP에서도 뭔가 단단하게 고색창연함을 부각한 커버 디자인의 분위기는 음악 곳곳에 묻어나 있다. 한국의 밴드 일부는 자신의 로컬과 먹고 자란 자양분의 흔적을 어떻게든 입증하는 방향성을 보이는데, 반면 그랜케일 같은 밴드들의 경우는 원류의 재현에 더욱 힘을 기울인다. 하드록과 루츠록, 블루지한 포크 등의 요소를 이번 음반에선 보다 어쿠스틱 하게 부각하는데, 가히 Alice in Chains의 『MTV Unplugged』 (1996) 음반이 방 안 어..
웹진에서 글 씁니다 / 별점은 어렵고 이상한 제도입니다 [링크] 곰치 「Kiss On Your Skin」 침상 옆 자리의 상대의 등을 손가락으로 흝듯, 연주는 조심스럽지만 사려있게 흘러가는 듯도 하다 박자를 세기도 한다. 섹스를 말하는 보컬은 열망을 숨기지 않고 말하다가 행여 천박함이 상대에게 들킬새라 상대를 예찬하는 능숙함을 발휘한다. 밴드 연주의 형태로 등장인물들의 지난 밤과 다음날 아침을 서사하는 이 슬로우잼이 주는 안락함이 노리는 것은 당연히 청자들의 공감일 것이다. 사랑을 하는 이들이 참다 못해 뱉어내는 상대에 대한 찬미와 사랑, 그 열락의 순간, 그 진심들. ★★★ F.W.D 「사자」 리버브를 먹여 감싼 권월의 목소리에 피아노가 깔린다. 피아노는 홀로 남아 흐트러진 갈기를 옛 훈장처럼 달고 있..
웹진에서 글 씁니다. 별점 제도는 매번 낯섭니다. / [링크] 김재하 「The Essential」 한국 음악 시장 안에서 메탈 기타리스트의 솔로 정규반이 대중과의 친화라는 낮은 담벼락 추구로 인해 밍밍함과 씁쓸함을 안겨주던 짧은 대목이 떠오른다. 지금 이 나라 헤비니스 씬 안에서 메써드가 가진 상징성(과 밴드 구성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신감)을 상기하자면, 김재하의 음악들이 그럴리는 없다고 믿었다. 역시나 공력에 기반한 테크니컬한 속주가 가미된 바로크 메탈풍의 초반 진행과 서문의 끝과 본문의 시작을 알리는 메써드식 비장미, Cacophony식 오리엔탈한(한국이라는 토양에 대한 고민과 흔적?) 서사와 본류의 서사가 교차하는 장관이 펼쳐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에 멈추지 않고 이 곡이 한 음반의 첫 ..
웹진에서 글 씁니다. 별점 제도는 매번 낯섭니다. / [링크] 메이커스테이커스 「Sleepless Night」 일랑이는 리버브를 머금은 기타가 도입을 여고, 고독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하나의 모던록 또는 기타팝 밴드가 탄생한다. 드럼의 파동처럼 잠들지 않는 도시의 역동을 유지하는 서울이라는 도시, 딱 그만큼의 외로움을 부추긴다. 새로운 밴드가 탄생하면 지속과 가능성에 대해 섣부른 기대와 조바심 섞인 우려를 한다. 이런 어리석은 청자를 계속 일깨울 수 있는 쿨한 기운으로 부지런히 해주시길. ★★★ 솔루션스 「Thumbs Up」 2인조로 시작, 이후 4인조로의 밴드 편성. 이런 과정을 거쳐 두 번째 변이에 접어든 듯하다. 한글 가사의 비중은 확연히 더 늘었고, 기존에 이들 음악을 대변하는 활력..
웹진에서 글 씁니다. 별점 제도는 매번 낯섭니다. / [링크] 세이수미 「Good For Some Reason」 '광안리 기운의 전달자'인 세이수미가 일렉트릭 뮤즈 10주년 기념 음반에서 'Muse Side'가 아닌 'Electric Side'에 배정된 것은 역시나 포문을 여는 거친 질감 때문일 것이다. 로파이한 노이즈의 함량을 고민하지 않고, 흥겨움 보다 역동에 조금 더 무게를 준 이 인디록 넘버는 한 레이블의 역사에 대한 적절한 헌사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밴드가 현재 머문 지점의 성취를 보여주기도 한다. 간결하게 들리는 음악에 적절히 쑥스러움을 머금었던 태도에 적어도 한 발짝 더 내민 지표다. 여전히 정돈 잘 된 이들 작법의 장점 역시 건재하다. ★★★☆ 팎 「살 (煞)」 포스트록에 스크리모, 하..
웹진에서 글 씁니다. 별점 제도는 매번 낯섭니다. / [링크] 오오오(O.O.O) 「나는 왜」 멜랑꼴리하고 청명한 톤으로 징글쟁글, 쨉쨉쨉하는 기타. 우리가 타의로 작별인사를 보낸 그 밴드의 기억을 자극한다. 리드미컬한 순간 속에서 자신을 새기는 보컬엔 조금 더 확신의 톤이 서려있다. 무엇보다 한 곡으로 모든 판단을 내리기엔, 활기와 환기의 상반된 온도를 들려주는 적지 않은 곡들이 그 판단을 유보하게 한다. 안정되게 들리는 덕에 오해를 무릅쓰게 하는 공교로운 타입이랄까. 더 많은 언덕을 넘으리라 본다. ★★★ 임레이 「Shurai (Low)」 선행 공개되었던, 「Shurai (High)」가 오리엔탈리즘을 슬며시 자극하는 쪽이었다면, 이번엔 그 토양에서 자라난 음악인이 들려주는 오리엔탈의 분위기를 직접 재..
웹진에서 글 씁니다. 별점 제도는 매번 낯섭니다. / [링크] 글렌체크 「Follow The White Rabbit」 「60`s Cardin」을 재현해야 할 의무는 당연히 없음에도 음악 듣는 사람들이란 이토록 잣대가 엄정하고, 변화에 대해 그다지 열려있지 않다. 제목처럼 소녀 앨리스가 두려움과 두근거림을 안고 따라간 ‘이상한 세상’의 관문으로 초대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펙터를 가한 김준원의 목소리는 울리다가 짓눌리다 변신을 거듭하고, 변덕스러운 곡 안엔 옅은 트립합의 분위기가 낮게 흐르고 어떨 때는 올드스쿨 힙합의 공기와 90년대 테크노의 터치가 벽을 채색한다. 여전히 과거의 질료들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변함이 없지만, 매체의 배경음악 역할이자 대중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 가진 나르시시즘에 봉사할 생각은..
웹진에서 글 씁니다. 별점 제도는 매번 낯섭니다. / [링크] 씽씽 「사시랭이소리」 어어부의 장영규가 맡은 베이스가 낙천적인 경기민요 소리에 더욱 넘실거리는 탄력을 부여한다. 그의 베이스는 여기서 일종의 가창 밑바닥에 깔려 묵묵하게 트램펄린 역할을 맡는 셈이다. 그가 수년간 관심을 기울여 온 전통악기와 미학적 퍼포먼스의 관심사와 관련해, 몇몇 공연과 더불어 이렇게 음반으로서의 결실을 보인 셈이다. (공연 속 다양한 레퍼토리를 모두 온전히 담은 음반이 아닌 것은 서운하지만) 이것은 관 주도적인 '우리의 소리가 세계의 소리' 운운 언사와도 거리가 먼 것이며, 한편으로 애국적 발로에서 나온 예술가의 책무도 아닌 듯하다. 소리와 소리가 만나고 연주자와 연주가가 만나는 장르 어우러짐에 관련한, 꾸준한 탐구욕의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