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21. 8. 31. 11:01

아리안의 혈통, 그 위대함을 강변하던 제국주의의 오만함은 그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허약한 인류를 비누로 만들고, 대량 학살하는 광기의 현대사를 수립한다. 여기까지는 우리들이 책과 영상자료를 통한 기억의 기록을 빌려 인식하는 역사의 사실이다. 때마침 올해도 EIDF 2021이 시작되었는데, 다른 이들과 청취 환경이 다른 나 역시 넷플릭스의 다튜멘터리 라인업을 통해 여러 작품 중 한두 개를 볼 결심을 하였다. 

[미샤와 늑대들]이 드런 맥락으로 시청한 것인데. 트위터의 누구의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낮은 마음을 주더라. 역사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인간 그 자체가 무엇일까 하는 마음을 주더라. 파시즘의 광기를 피해 부모를 찾아가는 국경을 통한 행보 중, 추운 눈밭에서 늑대와 공존하며 생존했다는 소녀의 기록이 이야기의 상판권을 탐낸 이들에 의해 그 화제성과 반향은 예상치 못하게 사실의 진의성을 둘러싼 뜻밖의 갈래를 만들고 마는데...

나치즘의 부역자로 못 박히게 된 친부, 실명을 숨긴 과거, 무엇보다 자신만의 서사와 환상 안에서 진실의 외벽을 막아놓은 한 개인의 미스테리함은 극으로서의 이 다큐멘터리를 모호하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힘이다. 극의 끝에서 시청자인 우리들이 획득할 결론과 답변은 어느 쪽일까. 이 길지 않은 역사의 진실과 결을 팽팽하게 묶어서 막는, 현실의 완강한 무서움이란 실로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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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21. 8. 31. 09:53

오늘은 싱글 3곡, 다음 달에도 에세이 형식이나 싱글 이야기로 뵙겠습니다 -.

닉나인고고클럽 글터 - https://bigninegogoclub.tistory.com/

 

🌈빅나인고고클럽

Big(대)Nine(구)고고클럽은 #대구인디 #독립문화 와 사람들의 얘기를 다루는 독립 미디어/웹진 입니다.

bigninegogoclub.tistory.com

팁시 『복숭아』

 보송보송한 털과 발그레한 빛깔의 이 과실은 알레르기 체질 문제만 없다면야 탐스러운 존재 아닐까., 이 노래는 그 과실을 쏙 빼닮은 관능을 가지고 있다. 젊음과 생기가 공존한 자세로 밀고 댕기기를 오가는 연주와 보컬은 테마로 삼은 대상과 비유에 대한 컨셉을 명확히 잡은 듯하다. 계절과 많이 닮은 곡.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 『There Is No Spring』

왜 세상 전반의 수북한 허튼소리와 아집들이 질타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때론 "숏X이 세상을 망친다." 같은 호된 꾸짖음을 들어야 하는지, 그런 걸 봐온 상대들은 익히 알고 있다. 첫인상으론 발랄하게 들리는 이 펑크 넘버엔 알고 들으면 '쌓인 것'에 대한 한숨 서린 토로와 발산이 뭉쳐있다. 가슴 시원할 봄날을 열망하지만, 창작자들이 갈구했던 스케이팅과 한 잔의 순간은 올 것인가!



폴립 『찾아와줘』

눌린 듯 소심하고 보컬은 낮게 부르지만, 곡이 차곡차곡 쌓여 전개될수록 선명해지는 멜로디와 부가되는 연주의 레이어는 호감을 올려준다. 단순히 내성적인 태도라고만 정의할 수 없이 겹겹이 형성된 두께의 혼성 보컬과 상대를 향한 갈구의 태도는 짧게나마 노래 안의 진심에 설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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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21. 8. 30. 12:05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7639 

 

[Single-Out #364] 그레이, 바다, 아도이, 예서, 위위

음악취향Y가 주목하는 싱글을 다양한 시선으로 소개드리는 싱글아웃 (Single-Out) 364회입니다.그레이, 바다, 아도이, 예서, 위위를 살펴보았습니다....

musicy.kr

바다 「Psychedelic Rock 'n' Roll」

김바다의 일관성은 그의 디스코그래피 이력에 그대로 드러난다. 시나위 재적을 시작으로 레이시오스와 아트 오브 파티스에 이르는 밴드 활동을 생각해보면, 장르에 따른 차이는 있으되 락과 일렉을 기조로 한 사이키델릭 지향성이 늘 도드라졌다. 보다시피 본작의 제목 자체가 한 음악인이 꾸준히 추구해 온 방향성의 한 줄 요약 버전과도 같다. 다만 미래지향적인 태도를 내세우긴 했으나 여전한 김바다의 보컬색과 더불어 이런 저런 시도는 한층 새롭게 들리진 않았다. ★★★

 

아도이 「Antihero」

사운드의 분위기가 발매 시점인 늦여름과 잘 맞으면서도, 이 시기 전후의 시들시들함이나 풀죽는 후유증과도 거리가 있는 생기와 에너지가 유독 빛나는 밴드의 음악이다. 등장 이후 일관되게 상승해온 이 팀을 향한 호평과 지지가 음악에 미친 긍정의 영향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앞으로의 행보 역시 밝으리라는 희망의 연장으로 들리기도 한다. 상대와의 관계성을 이야기하는 앨범 전반의 테마를 상기하면 곡의 두근거리는 서사를 자신만의 것으로 읊조려도 좋을 듯하다. 현 시점 한반도의 가장 잘나가는 인디밴드의 선명한 기운을 실감할 수 있는 트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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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21. 8. 29. 09:57

원작을 맡은 김보통 작가의 [아만자]는 지금도 볼 용기가 부족한 작품이다. 가족 중에 한 분이 암으로 인해 세상을 먼저 떠난 것이 지금도 아픔으로 기억되기에 이를 변명 삼고 있긴 한데, 반면 이 작품의 원작 [D.P]는 잘 읽긴 했다. 군대 안의 진통은 만만하게 읽히더냐?라고 되묻는다면, 싱겁게 웃으며 화답할 듯하다. 입술이 얇게 생겨서 시비받은 현역 시절을 곱게 기억할리가. 아집과 꼬장, 쓸모없는 자존심이 충돌하던 한국 남성 사회의 흔적 모두 내게 경험이 있던 바다. 한마디로 짜증 나죠. 네.

원작은 내가 읽지 못한 [아만자] 쪽보단 잘 읽혔다. 군 생활 묘사의 드라이한 웃음의 감과 구조리의 쌉쌀함이 예의 마른 연출 안에 잘 살아있고, 영상 작품 역시 매한가지다. 특히나 하사관과 장교 출신 간부들 사이의 풀리지 않는 갈등은 작품의 주요 기조 중 하나이다. 그래도 그들이 하는 일이 체포와 징벌이 아닌, '탈영한 그들을 다시 잘 데리고 와야 한다'는 명제를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긍정이 읽혔다. 현실이 그 명제를 못 따라간다는 점이 맹점이겠지만.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현실은 다들 박훈정 감독의 조폭 장르 속 등장인물들처럼 폼만 잡고, 명분만 세우다 피바람 잔치만 벌리다 수습만 하기 바쁘다...)

작품을 연출한 한준희 감독은 [차이마타운], [땡반]을 연출한 창작자인데, 작품의 톤은 전자에 조금 더 가깝다. 후자의 결실이 전자를 못 따라가기도 하고, 실제로 전작에 출연한 조현철 배우의 역할이 [D.P] 안에서의 후반부 주제를 담고 있어서 유효하기도 하다.

구교환, 정해인 배우의 호연이 받춰주기도 했고, 짧은 넷플릭스 6부작이 은근히 힘과 여운을 발산하기도 했다. 그나저나 영상매체 종사자들은 정해인 배우를 보면, 머리를 깔끔하게 치고 바로 군복을 입히고 싶어 하는 걸까. [슬기로운 감옥생활]엔 영내 폭력사건에 연루된 장교 역할을 주더니 본작에선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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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21. 8. 25. 14:06

병동 생활 전후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어쨌거나 내 주변을 장식했던 취미인 건프라의 전면 정리 완료였는데, 그렇다고 취향 자체가 변질된 것은 또 아닌지라 [에반게리온 디카포] 같은 목록의 OTT 방영은 군침 도는 소식이긴 했다. 그것의 대체품이라고 하기엔 이상하지만 본작의 넷플릭스 론칭은 이채롭긴 했다. 일부 퍼스트 시절 건담 라인업 방영은 웬일인가 했고, 실제로 접한 본작은 생각보다 좋은 작화로 [건담 유니콘] 등을 상회하는 성취를 보여주더라. 공중전과 우주전에 쏟은 품질은 실상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생각을 잠시라도 덜 아쉽게 했다. [F91] 시대를 연상케 하는 도심 전투와 시민 피해 양상은 그 안에서라도 그나마 리얼리티를 살리려는 그들의 화법을 끄덕이게 하더라. 사실 제일 문제는 연방 세력의 태만과 타락, 샤아 시대의 후유증을 덜지 못한 도태된 등장인물들의 정신머리가 아닐까 싶다. 과거의 트라우마, 구차한 의식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들은 그 자체로 건담 콘텐츠의 모습에 충실해 앞으로 나올 2,3부의 미래를 어둡게 했다. 예정된 파국과 비극을 충실히 밟는 것도 좋다만, 그래도 이게 아무튼 옳을까.... 가뜩이나 삼각형 베이스의 크시 건담의 디자인은 내겐 어쨌거나 덜 취향이라 곤란한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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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21. 8. 23. 14:49

고객으로 인해 수북하게 쌓은 검색 조회 결과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와 그것으로 성장한 테크 기업, 바로 그 기업의 기술력과 CEO의 비전으로 탄생하게 된 인공지능의 안드로이드. 결정적으로 이런 개체를 탄생시킨 것에 대한 자긍심과 오만함을 자신의 입으로 신의 권능에 비유하는 경영자. 가깝게는 [블랙 미러]의 에피소드, 조금 멀게는 [프로메테우스]의 피터 웨이랜드(가이 피어스 분)가 떠올랐다.

아름다움과 지성, 미적 감미안 등의 예민함을 보유, 여기에 하이 테크놀로지가 만든 완성도의 아슬아슬함이 배합 되었으니 욕망의 대상이 되는 이 안드로이드들이 야기할 불편한 파국은 이미 예상되었달까. 게다가 창조주를 자처하는 이가 거진 섹스돌의 위치로 이들을 포지셔닝했으니 비극의 자처는 필수불가결일지도 모르겠다. 이케아 같은 말끔한 기업들에게 어울릴 자연과 인공이 같이 하는 환경과 인테리어 안엔 결국 낭자한 피가 귀결로 남게 된다.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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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21. 8. 23. 10:34

극의 초반은 한반도에 거주하는 시청자로서 마치 [조선여인수난사]의 서사를 연상케 했다. 조부까지 시선의 압제로 누르며, 시종일관 강요하는 정숙한 처자로의 행태. 부부간의 생식에서 가해지는 폭력과 통제엔 당연히 반발과 훗날의 비극을 예상하게 한다. 이에 자연스럽게 내재한 반발에 따라 결국 터지는 불륜과 상대에 대한 집착과 그로 인해 더불어 불행의 바퀴에 더불어 함몰되는 주변의 사람들. 급기야 그 자체가 욕망의 탐식에 빠녀나갈 생각의 여지가 없는 끝 간 데 없는 파국의 귀결로 마무리된다. 이 모든 상황을 조성하고도 관장하며 주도하는 플로렌스 퓨의 존재는 그 자체로 존엄의 힘이 넘치는 생명체이다. 길지 않은 러닝 타임과 정제된, 그리고 창백한 공간은 사람의 온정과 배려라곤 자리하지 않는 작품의 톤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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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21. 8. 23. 09:24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7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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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형 「중독」

언뜻 발랄하게 들리는 신스의 편곡과 시크하면서도 무심하게 들리는 보컬, 가사에서의 태도 덕에 아닌게 아니라 바로 윤상이 떠오른다. 음악인 본인도 8-90년대 한국 음악에 대한 언급을 한 모양인데 난 괜시리 김민우의 재래 같다는 인상까지 받았다. ★★★1/2



정은혜 「악마의 먹잇감:Acoustic Ver.」

보도자료로 음반을 듣고 제목만 본다면 이 곡이 Dante Alighieri의 신곡(Divina Commedia) 중 지옥. 연옥, 천국 중 지옥 편에 대해 노래하고 있음을 쉽게 유추할 것이다. 정은혜의 통렬하게 서사를 뱉는 소리, 신경을 건드리며 그어대는 조재형의 첼로는 우리가 곧잘 들어온 창작 판소리의 결과 좀 다른 예민하게 곤두선 세계관을 실감케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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