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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 원작 단행본으로 접했고, 이에 대해서도 몇년 전 블로깅을 했을데다. 좋은 그림체의 좋은 작품으로 기억했는데, 일본 실사 극장판은 보질 못했고, 이렇게 임순례 감독의 연출작으로 한국 극장판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었다. 사계절을 담으려는 노력과 네 계절의 하얀 개를 다루려는 노력(ㅎㅎ)이 보기 좋았고, 현실적 농경의 삶에 대한 묘사가 목숨에 대한 위협이 즐비한 환경이 아닌 ‘아유 시험은 합격했어? 집 나간 느그 어머닌 언제 오신다니’와 농협 부장의 노래방 성추행 등의 순화된 묘사로 대체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거야 일본 원작과 극장판의 사정도 다르지 않겠지만, 일본 대중매체 일부 특유의 농경 생활 예찬론의 톤은 특유의 서정성이 있으니까. 그런데 그걸 한국에 대입하기엔 타협할 수..
[목소리의 형태]에 대해서는 일전에 단행본을 다 읽고 블로깅을 하기도 했다. 마침 넷플릭스에서 야마다 나오코 감독이 연출한 극장판이 등록된 덕에 시청할 수 있었다. 야마다 나오코 감독은 교토 애니메이션 극장판 작품에 다수 작업한 경력도 있었고, 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자체가 원작자 오이마 요시토키의 유려한 그림체를 잘 실리는 역량을 빛낸 덕에 원작의 톤이 바래지 않을 수 있었다. 전 7권에 달하는 분량을 2시간 남짓으로 축약하는 제작사의 고민은 작품의 처음과 끝까지 잘 드러났고, 이는 유효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몇몇 자잘한 서사를 정리하고 최종권의 내용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면서도 본편의 기조와 주제를 흔들지 않는, 무엇보다 여운의 흔들림을 지키는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 물론 본편이나 극장판이나 이들이 던..
이것은 4편이라기 보다는 내겐 3.5 편으로 보였다. 기술적 성취의 하락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컬러와 모션 및 조명 등 모두 나무랄데 없이 발전한 작품이었지만, 액션의 묘와 쾌가 3에 닿진 못했다. 그래도 버즈의 대사를 빌어 세계관이 확장되는 것은 좋았다. [엔드게임] 같은 억지춘향 같은 시간선의 갈래와 확장이 아닌, [토이스토리]의 확장은 장난감이라는 도구와 매체를 둘러싼 아이들의 상상과 세계가 확장되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그런 점은 뭉클했다.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무리없는 최상의 종결을 보여주고도 소속과 책임감에 예속되지 않고, 개별자로서의 인생을 선택하는 장난감의 선택이라는 허를 찌르는 상상력조차도 토이 스토리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예상치 못한 국내 흥행으로 인해 사실상 한국 관객들에게 두 작품 간의 비교는 필수 불가결한 과정이었다. 물론 이는 온당하지 못한 과정이기도 하다. 성공의 행보를 이어가던 ‘장차 음악산업계의 전설’이 매니지먼트의 전횡과 성장기의 상처와 사생활의 원치 않는 행보로 인해 추락의 길에 들어서고, 이를 감동적인 구조로 극복하는 피날레는 현대의 신화라 할만하다. 이런 신화의 구조 면에서 [보헤미안 랩소디]와 [로켓맨]은 결국 유사함을 피할 수 없고, 연출자와 제작자들이 필히 택할 수 있는 구성이다. 이런 유사한 흐름은 영국 씬의 전설이 그럴진대 80년대 미국 씬의 Motley Crue를 다룬 [더 더트]에서조차 근본적인 차이를 찾기가 힘들어진다. Oliver Stone의 [도어스]나 Kirt ..
블럭버스터 시장에서 슈퍼 히어로물을 영상화해 시리즈로 만든 본격적인 전범이었던, 엑스맨 시리즈는 그 역사만큼이나 부침도 많았다. 시리즈의 몰락을 만들 참이었던 야심작이었던 [라스트 스탠드(최후의 전쟁)]나 함량 미달의 평이 지배적이었던 첫 번째 울버린 극장판의 슬픈 역사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시리즈에 새로운 활력을 준 [퍼스트 클래스]를 필두로 그야말로 감동적인 순간을 선사한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무엇보다 가장 독자적인 히어로물의 위상을 보여준 [로건]까지 이르면 이 역사는 결코 쉽게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아포칼립스]는 이런 의미에서 또 한번 들이닥친 완성도 면의 위기를 준 듯도 하고, [다크 피닉스]의 제작 완료까지 일어난 과정들이 준 불안감도 참으로 컸다. [라스트 스탠드]에..
[기생충]의 초반은 봉준호의 복귀작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평이한 한국영화 속의 광경처럼 보인다. 관객들에게 반응이 좋았다는 와이파이 신호 잡기 장면과 비롯한 가벼운 웃음을 나오게 하는 장면들의 유머들이 그렇게 타율이 좋진 않았고, 박서준이 등장할 땐 내가 한국 영상물에서 느끼는 따분함이 극도로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러던 작품은 가족 하나둘이 조여정과 이선균의 집안에 슬슬 틈입하던 대목들에서 슬슬 [플란다스의 개] 당시의 리듬을 상기시켰다. 데뷔 시절부터 꾸준하게 한국 사회의 권태로움에 균열을 내며 자신만의 리듬감으로 세상없던 광경들을 만들던 그 재능의 시대 말이다. [괴물]의 뉴스 장면에 나온 감염 위험성 경고처럼 송강호 가족들은 위태롭게 계급의 주제조차 망각한 채 ‘선을 감히 넘어 들기’ 시작했..
블럭버스터 중의 블럭버스터, 썸머 무비 중의 썸머 무비, 그것을 [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가 실현한다. 비록 “지구라는 행성 자체가 트랜스포머였어”라고 실토하는 소음 수집 블럭버스터 [트랜스포머] 시리즈 뺨치는 책임감 없는 고대 역사 빙자 헛소리로 가득하고, [엔드게임]의 타노스 못지않게 논리의 기본도 없는 멍청한 등장인물이 사고 치는 광경도 유사하지만 [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는 근사하다. 튀밥 가루들처럼 우르르 몰려 뭔가 팝팝 구르고 터트리지만 신통치 않은 인간들의 사정이야 어떻든 상관없이 괴물들은 탄생하고 서로 싸우고 인류가 성실하게 쌓은 것들을 와르르 부숴대기 바쁘다. 할리우드 기술진들이 이 요란한 파괴 쇼 안에서 얼마나 장엄함만을 새기려 노력했을지, 도덕적 눈치보기 없이 파괴에만 집중과 ..
같은 최민식 영화인데, 왜 [명랑]은 천만 관객을 끌여들이고 [대호]는 확실한 외면을 당했을까. 대호의 호랑이 CG가 엉성하고 작품의 후반부나 늘여진다는 인상을 줘서? 일단은 그럴 수 있는데, 호랑이라는 동물을 화면 안에서 담으려는 노력은 일단은 확실히 [최종병기 활]의 성취보다 진일보 했고 [대호]의 후반부가 [명랑] 전체의 완성도보다 처지는 구석이 있는지도 갸우뚱하다. [대호]는 박훈정 감독에게 [신세계] 같은 경험을 선사하지 못했지만 훗날 그가 [마녀]로 인해 숨통을 내쉴 수 있게 되었으니 아무튼 감독에게 허락된 운명은 오락가락의 순환인가. 그가 [대호]를 비롯한 여러 작품들에서 인터뷰를 통해 토로하는 '여성 캐릭터를 잘 모르겠다'는 입장은 언제나 내내 걸리는 대목이다. 연구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