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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한정된 공간과 거부하기 힘든 협박, 자꾸만 조여드는 한계 상황에서의 위기라는 점에서 작품은 [폰부스], [스피드] 등의 선배 작품에 대한 영향을 숨기지 않는데, 여러 작품에서 호연을 보여준 조우진 배우가 부산 일대를 현대 제네시스로 동분서주하는 고생길을 비춰준다. 알고 보니 예금자보호법은커녕 힘없는 금융 소비자에게 감당하기 힘든 인생의 재난을 덧씌운 기업이 악의 원천이었으니. 사건의 피해자도 가해자도 이 원천에서 파생된 존재들이었다. 이야기가 순조롭게 풀리면 좋았으련만. 이 사태를 종식하기 위해서 피해자의 존재는 불가피했고, 이 과정에서 부녀간의 낯간지러운 화해(아..)와 경찰 병력의 둔한 감각도 일종의 필수 요소다. 어쨌거나 장르물 첫 주연을 맡은 배우의 노력도 기대 수준이고, 나름 할 건 다하는데 -..
정조 역으로 등장하는 정진영 배우를 보니 그가 연산으로 나왔던 [왕의 남자]가 떠올랐다. 이 씨 조선들의 외모는 이런 부계 유전인 모양이다. 물론 이는 이준익 감독 연출의 인연 덕이겠지. 그는 이 작품으로 정약용, 정약전, 정약종 실학 3형제를 설계하기에 이르렀다. 류승룡 배우와 설경구를 형제로 엮었으니 목소리 좋은 실학 형제의 탄생이라 하겠다. 정약전의 [자산어보]는 이미 KBS 등의 공중파에서 백종원 같은 양반을 출연시켜 유독 사랑했던 목록이기도 했다. 요즘 같은 시대, 워낙 먹는다는 행위를 중히 여긴 탓이 있으리라 본다. 건강과 산해진미, 여기에 먹방의 유행까지 생각하면 일찌기 먹고 살기의 관점을 새삼 상기시킨 자산어보의 존재감은 나름 특기할만하다. 이준익은 정약전의 이 저서에 대한 영화를 찍으면서..
분노의 질주 시리즈 계보와 타임라인을 짚어보면 실상 007 시리즈 못지않아 그 휘황찬란함에 얼이 나갈 정도다. 오리지널 시리즈뿐만 아니라 심심찮게 스핀오프 라인업을 통해 계보의 파생을 만드는 것은 물론 [분노의 질주]와 더불어 [패스트 앤 퓨리어스]라는 타이틀을 병행하는 일부 작품의 제목 표기 역시 이런 불편함을 야기하는 듯하다. 아무튼 [더 얼티메이트]는 시리즈상 총 9번째라고 하고, 제작진은 향후 최소한 11편까지는 만들고 싶어 하는 모양이다. 하긴 현재는 시리즈의 터줏대감인 빈 디젤이 본작의 라인업에 대해 애정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한 모양이다. 그런 추세가 무색할 정도로 [더 얼티메이트]의 출연진은 괜한 코웃음이 나올 정도의 수려함을 발휘한다. 시리즈의 장대한역사를 입증할 정도로 그간..
소니 픽처스의 토비 맥과이어 스파이더맨 3부작을 통해 할리우드 산 히어로의 역사에서 전기를 마련했던 샘 레이미는 청년 시절 온갖 심술과 재기를 발산하며 [이블 데드] 3부작의 호러 오락물을 만들었고...라는 언급을 굳이 라떼 애호가인 공인중개사 아저씨 같은 어투로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야 시체를 묻은 땅에서 썩은 팔을 세우며 등장하는, 좀비 닥터에 대한 설득력을 조금이나마 보태며 언급할 수 있겠지. 요즘 같은 좀비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에 유난히 고색창연한 이런 톤의 장면들은 어떤 의미에선 반갑다. 더불어 베토벤의 [비창]이 BGM을 입고 휘청이는 음표의 CG와 어우러질 때의 기묘한 감각이란 확실히 루스 형제 시대의 MCU라면 웬만해선 쓰지 않았을 장치이긴 하다. 데미갓과 인간의 하이퍼 테크놀로..
오바타 타케시의 캐릭터 원안, 여기에 릭터들이 화면 안에서 파쿠르 하며 활강하며 뛰어 누비는 몸짓을 한정된 프레임 장수로 최적의 액션을 표현할 수 있는 수십 년간의 일본 애니메이션의 내공이 스며있다. 그걸 구현하는 것은 [진격의 거인] 등의 작품을 만든 이들이다. 문제는 서사를 바닥에 깔아준 이는 바로 우로보치 겐인데, 그가 서사의 기초로 삼은 것은 이라는 점인데, 그 덕에 여성 캐릭터의 손애보와 희생은 뭐가 그리 대단한 덕목 인양 깔리는 전제라는 점이다. 우로보치 겐은 그의 출세작 [마마마]에서 기묘한 기류가 맴도는 자신만의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조성했다. 여기서 그는 전쟁과 분쟁으로 서로를 상처 입히는 우리의 변하지 않는 미래를 근심한다. 그걸 굳이 성숙이라고 표현하고 싶진 않고... 버블과 중력으로 ..
소년은 세상을 둘러싼 여러 소리와 정확하게 기재되지 않은 언어를 일종의 공해로 인식하고 헤드셋을 항상 목과 귀에서 빼지 않는다. 차분하지만 감각적인 컬러로 작화된 이 작품 안에서 하이쿠라는 옛된 문학의 양식에 여전히 애착을 가지고 있고, 한 곡의 어쿠스틱 발라드 하나만 남기고 세상을 떠난 여성 싱어의 LP 등에 천착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든 자연스럽게 보인다. 이런 소년과 'boy meet girl' 공식을 완성하는 소녀는 마치 펜데믹 시국에 어울리는 마스크로 언제나 자신의 입을 가리고 있는데, 그건 토끼 앞니 같은 돌출 이빨의 외모의 콤플렉스와 그로 인한 교정기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이다. 그는 요즘 아이처럼 인스타그램 생방송 스트리밍을 통한 유명세에 대한 자연스러운 욕구를 가지고 있거니와 적어도 극중의..
밥 오덴커크는 이름만 올리면 낯선 존재인데, [브레이킹 배드] 시리즈의 스핀 오프라 할 수 있는 [배터 콜 사울]의 주인공이라면 오-하고 알아보실 배우일지도? 최근 [작은 아씨들]에서 아버지 역할을 맡은 배우라 더 이상 낯설지 않을 듯하다. 배터 콜 사울에서 자신이 1초짜리 케빈 코스트너 외모라는 언급을 한 대목도 그렇고, 코미디 극작 등의 활동에서 재능을 발휘한 사람이라 내게도 어느새 친숙해진 얼굴이다. 이와 더불어 본작의 감독 일리야 나이슐러는 [하드코어 헨리]의 연출을 했던 사람이라는데, 나는 관람하지 않았지만 [하드코어 헨리]로 나름 인상을 남겼던 모양이다. 다른 이들의 리뷰를 보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은 크지 않은 비용으로 경제적인 선을 지키며 유혈 낭자한 액션물에 익숙한 노선의 연출자로 보였다..
기타가 송메이킹과 사운드를 주도하는 밴드, 이름은 밴드지만 현재는 2인조 구성. 주변의 시선에서 부모와 동급생 등 공히 곱진 않지만, 그는 매번 밴드의 드럼 포지션에게 메탈 클래식들을 추천하고 장르의 고양과 혈기를 권장한다. 기타 녀석은 자신들이 포스트 데스 메탈을 하고 있다고 자처하는 그는 밴드명도 일찌감치 스컬퍼커로 정했던 참이었다. 세상과의 불화는 당연히 자처했고 앞으로도 감수할 모양이다. 고색창연하게 Judas Priest와 Metallica의 주요 넘버들을 베이스에게 추천하는 기타에겐 현재 비어있는 베이스 포지션의 자리에 여성이 가세하는 것 자체가 얼토당토않은 일이다. 작품의 곳곳에 흐르는 Bach의 1번 무반주 첼로 1번 사장조 BWV 1007의 무게감 있는 선율은 자신이 추구하는 메탈 돼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