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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매년 돌아오는 생일 중 언젠가 한 번은 [뉴요커] 커버를 그린 일러스트레이터의 화집을 선물 받았다. 결론을 말하자면 내 개인에겐 과분하고, 커버 자체가 미술인 [뉴요커]의 위상을 내가 흡수하기엔 분명한 한계가 있었고, 그걸 잠시나마 내 두 눈으로 확인했다는 의의 정도엔 감사하고 있다. 현실에 엄연히 존재하는 [뉴요커]를 모렐로 한 웨스 앤더슨의 영화 언어 잡지(?) 프렌치 디스패치는 마치 자신이 정갈한 잡지라도 되는 양 의젓하게 구성되어 각 챕터와 가이드라인을 보여준다. 흑백과 컬러가 대비된 화면은 물론 간혹 셀 애니메이션까지 활용하는 면에선 전작의 필모 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는 물론 [개들의 섬], [미스터 판타스틱 폭스] 등 예외적인 작품들까지 자연히 떠오른다. 아예 이번엔 그가 일종의 총망라..
[퍼스트 에이전트]는 지난 작품 [골든 서클]에서 긴장감 풀고 자기가 하고픈 것 아무거나 해놓고 휘청거렸던 감독 매튜 본의 절치부심이 느껴진다. 유니버스 조성 및 프리퀄 서사를 만드는 세계관 확장의 욕망이 자연스러운 요즘, 그에 편승하는 퍼스트 에이전트의 흐름은 실상 자연스럽긴 하다. 그래도 가슴 아프게 실감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즐거움은 어쨌거나 젊은 에그시, 관록의 해리가 듀오로 만드는 이야기였음을. 그 위치에 부자의 관계로 대체하는 서사, 1차 세계 대전을 뿌리로 영국이 만든 첩보 에이전시의 탄생담은 아주 자연스럽게 주입되진 않는다. 목을 동강낸 사체가 뒹굴거리는 짓궂은 인명 경시는 매튜 본의 [킥 애스]에서 봤던 것이지만. 그걸 연타로 시각적 테러를 당할 이유는 없어 보이고, 그가 이미 [엑스맨 ..
조스 웨던 버전의 [저스티스 리그]에 대한 관람을 하고 감상기를 적은 게 4년여 전이었다. https://trex.tistory.com/2471 [저스티스 리그] 배트맨의 테마를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배트맨 파트를 담당한 - 한스 짐머는 이미 다크 나이트 3부작으로 인해 배트맨 관련 영감을 소진한 상태 - 정키XL이 만든 'Men are Still Good'로 했으면 아주 trex.tistory.com ...; 세상에 이런 일이 있네. 수많은 팬덤과 여론을 반영한 원 디렉팅을 한 잭 스나이더 컷의 저스티스 리그가 HBO 맥스는 물론 국내 VOD를 통해 제공되었다. 그 분량이 총 4시간여에 육박하는 분량이란다. 적지 않은 대작들이 감독판 등의 이름을 달고 진품명품의 대접을 받아 뒤늦게 제개로 된 평가를 ..
올해 한국대중음악상에도 특정 부문 장르 싱글로도 성취를 보였던 SM의 행보는 간간히 근심을 줬지만, 전체적으로 순항으로 보인다. 소녀시대로 이어지는 걸그룹 라인의 행보를 보자면 시장에서 제일 반응이 좋았던 레드벨벳은 물론 가장 최근의 에스파가 보이는 멀티버스의 세계관 등에서 여러모로 자신감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언제나 평가절하의 위치에 있던 에프엑스를 새삼 빼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실례일 테고, 현재 거론의 의미가 예전 같지 않다고 칭해도 크리스탈(정수정)의 존재를 망각하는 것 역시 여러모로 손실로 보인다. [애비규환]이 한 때의 틴에이저 무비인 [세븐틴]과는 전혀 다른 극장 영화이기도 하지만. 찾아보니 1주년 기념 관람객 파티 사진도 찾아지는 것을 보니 결과적으로 작품이나 배우에게나 헛된..
'죽을 시간도 없다'는 명제란 지구 상 유일하게 '살인 면허'를 소지한 사람의 실토라고 하기엔 아무래도 아이러니하다. 실은 나는 이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연대기의 최종편인 이 작품이 걈 멘더스의 손길이 닿길 내심 바랐다. 평가 상 덜컹거렸다고는 하나 어쨌거나 그는 [스카이폴]을 내실 있게 만들었고, 그가 소환한 '스펙터'라는 조직에 대한 나름 결말을 지어주길 바라기도 했다. 하지만 뭐 보다시피 퐁 다섯 편의 여정으로 이제 그의 007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아무튼 수고했다. 그와 함께했던 M과 Q, 머니페이도 안녕- 시대상의 변화를 일찌기 감지한 제작 쪽의 고민이 반영된 듯, 왜 흑인 007은 안되나? 왜 여성 007은 수렴되지 않느냐의 불만도 어쨌거나 불안정하거나 반영한 모양이다. 정말 이드..
[카지노 로얄]로 시작해 [스카이폴]을 통해 정점을 찍었던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시리즈를 잡았던 샘 멘더스의 공은 말할 나위가 없을 듯하다. 스카이폴의 말미에 새로 M의 직책을 맡은 랄프 파인즈, 머니페니를 맡은 나오미 해리스, 여전히 믿음직하게 자리를 맡은 Q의 벤 위쇼 등 시리즈의 인물들을 안도감 있게 배정했다는 인상이 컸다. 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스펙터'라는 궁극의 악의 집합체를 타이틀로 내세우고, 그 핵심에 크리스토퍼 왈츠를 내세운 것은 그 자신감을 반영한 게 아닐까 싶다. 007 인생의 절대적 사랑이었던 베스퍼 린드(에바 그린)의 위치를 채울, 또 하나의 절대적 사랑(뭔데..;)으로 매들린(레아 세이두)을 배치한 것은 원래 시리즈가 본드걸이라는 명분으로 여성 캐릭터 대접이 바람직하진 않았으..
개봉 당시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에 관한 취미 커뮤니티에서의 반향이 만만치 않았다. 온리전이라고 불린 팬덤의 지지가 컸고, 당시 여자 친구는 지인분에게 궂즈도 선물을 받았으니, 일종의 브라더후드 러브에 대한 반향이 우습기도 해거니와 대단하구나 실감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실제로 감독 매튜 본과 주연 태론 에저튼(에그시 역) 사이에 연관한 필모그래피의 흐름을 보면 흥미롭기도 하다. 스키 점프 스포츠 장르판 킹스맨 원형이판본 [독수리 에디]의 존재가 그렇고, (에저튼과 휴 잭맨의 공연작이다) [골든 서클]에서 수모당하는 역할로 등장하는 엘튼 존 전기물 [로켓맨]의 제작자가 바로 매튜 본이다.(젊은 엘튼이 역시나 에저튼이다...) 이어서 벌어진 일은 아시다시피 [엑스맨 : 퍼스트 블래스] 이후 속편 프로..
18년 만이라고 한다. 감독 리나 워쇼스키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화답처럼 극의 초반부터 여러 명분을 이야기한다. 매트릭스가 게임상을 수상한 인기 온라인 게임이었고, 우리의 토마스 '안덕삼' 선생은 게임 디자이너이자 제작을 한 사람으로서 여전히 다락방 한 구석 같은 영역에서 일상의 틈새를 마련하고 있었다고. 그의 정신 상담을 담당하는 의사는 실은 아키텍처의 젊은 후임자이고, 토마스의 여정엔 여전히 검은 고양이가 존재하고, 그를 조력하는 젊은 보랏빛 여성은 신체에 그 흔해빠진 - 앨리스의 모험을 상징하는 - 토끼 타투를 새기고 있다. 탄생 이후 수많은 인문학도와 철학 담론자들의 아는 척과 문장력을 자극해 왔던 그 원본의 속편이 이렇게 복귀했다. 릴리 워쇼스키는 참여를 하지 않았지만, 리나 워쇼스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