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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코다]는 제37회 선댄스 영화제에서의 반향을 시작으로 지난 오스카 작품상 수상에 이른 작품이다. 수상 결과에 대해서 매번 그렇듯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음악과 가족이라는 휴머니즘 있는 테마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 나라 관객에겐 익숙한 분위기의 작품이다.(가령 [빌리 엘리엇]의 전례를 생각한다면 비슷한 톤의 온기를 확인할 수 있으리라.) 애초에 애플 TV를 통해 론칭한 작품인데, 최근 넷플릭스에 제공되어 이번 기회에 볼 수 있었다. 작품이 아닌게 아니라 극 중에 아이폰이 나오는데, 평소에도 장애인을 위한 UI/UX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고 자처했던 회사의 라인업다운 분위기의 작품이라 칭할 수 있을지도. 주연 배우를 제외한 가족 구성원 출연진 모두 실제 청각장애인이고 그들의 일상과 세상 속 불화와 충돌..
[비상선언] 도입부의 흡입력은 좋았다. 판데믹으로 두들겨 맞은 여행심리를 다시금 북돋는 분위기 조성과 진행은 나름 설득력이 있었다. 얄궂지만 판데믹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시국 언급 같은 발상도 일단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데, 이 이야길 가지고 하고픈 감독의 발언이 뭘까 아무래도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던 입장이었다. 판데믹은 물론 세월호 등의 국민 규모의 참상에서 공동체로서의 우리들은 윤리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다들 온건한 자격은 가지고 있는가 되묻는 듯도 하고, 어떻게 보면 각자의 자리에서 충실한 개인과 공직자의 찬양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분명 그렇게 손 편한 정리를 바라는 이야긴 아니지 싶다. 무엇보다 임시완의 극 중 캐릭터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 속 거대한 참상의 존재가 무척 불편하기도 하고..
[엔드 게임]의 이야기가 종결을 짓고, 이로 인해 로키의 서사는 디즈니 플러스의 동력을 수혈받은 후 정복자 캉의 이야길 이어갈 듯하고,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라그나로크]에 이어 토르의 단독 서사 장편작 4화를 이렇게 매듭지었다. 북유럽의 발할라 신화 세계관에 마이티 토르(제인 포스터)를 위치시키는 것이 이번 4편의 최종 목적인지 쿠키까지 넣는 것은 물론 이번에도 '토르는 다시 돌아온다'는 예고 문구도 빼지 않았다. 레드 제플린의 곡까지 넣는 웅장함과 군데군데 가벼운 개그를 넣던 전작의 화법은 이번에도 변화가 없는데, 이번엔 그 역할을 건즈 앤 로지스가 도맡은 모양이다. 건즈 앤 로지스의 음반의 welcome to the jungle, paraside city, sweet child O’ mine을 ..
SNS에서 호평이던 작품을 이제 다 볼 수 있었다. S. S. 라자몰리 감독의 [바후발리] 시리즈도 비슷한 정도의 유명세 덕에 조각조각 감상한 적이 있었는데, 여전히 관람에 있어 그때처럼 쾌청한 기분은 아니었다. 문화의 갭을 핑계로 대기엔 요즘 같은 세상엔 내 역량의 부족함을 자수하는 격일 테니 그만 업급하는 게 좋을 듯. 러닝타임 3시간 동안의 식민지 환경을 뚫는 액션의 몸부림이 유감없이 이어진다. 기본적인 물리법칙을 가볍게 뛰어넘는 자유로운 활공 같은 인물들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호랑이와 늑대 같은 야생 동물들이 그쪽 영화계 산업의 물량공세를 입고 활기차게 몸짓한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본작이 화법이 중요시 한, 식민지 피해자들의 울분을 발산하는 대목들이다. 고문과 린치의 대상이 피해자에서 침략자로 ..
작품의 주연을 맡은 남자 배우에 대한 미덥지 않은 면모 때문에 연출을 맡은 문현성 감독의 전작들 - [코리아], [임금님의 사건수첩] 등 -의 인상까지 겹쳐 본작에 대한 신뢰도는 아무래도 현저히 낮았다. 이를 입증하는 듯한 부수적인 흠집(조연급의 아이돌 출신 배우의 연기)까지 여로모로 흡족함이 부족한 작품이었다. 우리 시대 한남 연기의 신기원을 보여주는 백현진의 전두환 연기나 문소리 배우의 악역 포지션 등 일부 흥미로운 요소는 있으나 그것으로 후련하고 재밌는 보여주기는 부족하였다. 공교롭게 최근 이정재 감독(오얼...)의 [헌트]가 그랬듯 한국 현대사의 남산 시대를 다뤘다는 점에서 서로 에코 같은 울림을 줄 수도 있었겠으나, 그 역할은 아시다시피 [1987]의 몫이 아니었을까. [서울대작전]은 자신의 부..
풀리지 않는 범죄, 그 사건의 내막을 숨기고 풀지 않는 매혹적인 일종의 팜므파탈의 존재까지 생각하면 영락없이 영화계 선배들의 유산 중 하나인 필름 누아르를 계승한 박찬욱의 신작으로 읽힌다. 그게 박찬욱이라서 낙지와 문어에 이어 손가락을 물고 놓지 않는 자라의 존재, 상대적으로 덜 잔혹하지만 여전히 사람에게 생채기를 낼 수 없는 공작용 가위 등의 오브제들이 있어 그의 자꾸만 되짚고 싶은 공통 화소에 대한 관찰을 준다. 그의 신작엔 [친절한 금자씨] 속 백선생의 급하게 용무를 치르는 듯한 후배위 대신에 해준과 정안의 의무적인 섹스가 있고, 각자의 인생을 망치러 온 구원자로서의 상대가 한층 더 가혹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내게 [헤어질 결심]은 여러 면에서 흡혈귀 태주와의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점멸하는 파국..
VHS 시절 비디오 대여 목록을 점주에게 큰 고려 없이 받아 보던 선친도 내용에 매료되어 본 타이틀이 있었으니 존 맥티아난 감독의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프레데터] 1편이었다. 남미의 세력을 무진장 강한 총구와 화력으로 밀어버리는 '재수 없는' 미국 하드 바디 군인들이 등장하고, 이 강하다고 잘난 체하던 인간들을 하나둘 사냥하듯 도륙하던 외계에서 온 정글 헌터 프레데터에 대한 이야기. 소년 시절 내게도 매력적인 액션 영화였다. 자연스럽게 내니 글로버가 출연한 - 사실상 아놀드에 비하면 약한 매력도의 캐스팅이긴 했다 - 2편도 대여해서 시청할 수 있었는데, 드레드 헤어의 도심 속 마약 집단과 갱단이 1편의 군인에 이어 수가 더 늘어난 프레데터들의 사냥감이었고, 시리즈는 21세기 폭스의 잔잔한 밥줄이 되..
수년 전 정병길 감독의 [우린 액션배우다]를 본 것을 결과적으로 옳았다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와 극화식의 서사를 믹스한 그 작품에 나름 감독의 비전에 대한 원형이 있었다고 깨닫는다. 훗날 나온 [악녀]의 바이크 체이싱 액션이 할리우드 산 [존 윅 3 : 파라벨룸]에서 오마주의 대상이 된 것을 생각하면, 정병길 감독이 서울 액션스쿨 시절부터 헌신적으로 공들여 만든 여정이 헛되지만은 않았다는 실감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카터]는 그의 노선에 대한 일종의 최종 결실이나 결정판의 역할을 하는 듯하다. 최근 대개의 영상물에서 열심히 그 역할을 수행하는 드론 캠을 바탕으로 흡사 FPS 게임의 시점으로 숨 가쁘게 오고 가는 롱 케이크 기법의 휘황찬란한 진행은 [하드코어 헨리] 등의 전례에 분명 영향을 받았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