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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소중한 가족이 실종되었다. 며칠 만에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믿을 수 없이 귀가하면 그저 다행이라 안도할 일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도 애간장 타는 부모의 속은 이젠 아예 시꺼먼 재가 되어 바스락 거리는 먼지처럼 소멸할 지경이다. 실력 있다는 경찰은 도통 믿을 수 없고, 수사는 핵심을 못 참고 지연되니 당사자도 곤혹스럽다. 이렇게 야금야금 서로의 마음을 좀 먹는 생채기는 생채기가 되어 일상을 지배하고, 황량화된 모든 것이 자신과 상대 모두에게 악몽 같은 세상을 만든다. 유괴된 아이들, 증거가 될 물품들, 물증과 추정의 누적, 무엇보다 가족을 되찾고픈 부성이 택한 가장 잘못된 행동 등은 닫연하듯이 파국으로 향하게 된다. 가장 최근의 개봉작 중 하나인 [듄]과 더불어 [블레이드 러너 2049], [컨택트], [시..

2차 세계 대전 참전의 후유증을 안고 고향으로 돌아온 인물이 극의 서두를 열고, 베트남전 참전을 선언한 라디오 방송이 들리는 말미엔 총과 죽음의 역사로 누적된 미국 현대사의 얼룩이 느껴진다. 서로를 의식하지 않아도 그 존재가 영향을 미치고, '연결되선 안될 악연'이 맺어지는 이들의 아비규환이 성립하는 작품이 있는데, 이 작품이 딱 그렇다. 그렇게 인물을 엉키게 만드는 그 동력이 불행하게도 이 극에선 종교와 신에 대한 믿음이 그 매개라 하겠다. 작품 안에 연신 들리는 내레이션이 내겐 전지적 시점의 발언이라 그 자체가 신이거나 신의 목소리를 대행하는 게 아닌가 했다. 알려진 대로 톰 홀랜드를 위시해 로버트 패틴슨, 빌 스타스가드, 미아 와시코브스카, 세바스찬 스탠, 제이슨 클락 등의 인물들은 권능적이고 방관..

[공작]에 대한 글을 적을 시점에 난 윤종빈과 류승완의 작품에서 비슷한 인자 있다는 의견을 남긴 적이 있었다. 소위 남성들이 직장 생활과 한반도에서의 삶 전반을 살면서 자연히 느끼는 끼라의 연대, 그런 삶에서 자연히 묻어버리는 일상의 때와 누적된 피로감이 여지없이 느껴지는데 이런 묘사는 이들의 작품 전반에서 감지된다. 그게 무엇보다 한반도의 분단과 현대사라는 부분에서 이들의 능력은 유감없이 발휘돼 보인다. 윤종빈의 [공작]은 말할 나위가 없고 [베를린]을 시작으로 자신의 넓어진 관심사를 반영한 동시대의 류승범의 취향은 [모가디슈]로 만개한 듯하다. 일종의 타입 캐스팅이 된 듯한 김윤석과 정만식 등의 캐스팅에 조인성, 구교환, 김소진 등의 가세는 작품의 톤에 질량을 배가시킨다. 무엇보다 실화의 베이스에 훼..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7757 [Single-Out #380] 5인치, 비오, 세우인윤훼이, 오열, 호미들 음악취향Y가 주목하는 싱글을 다양한 시선으로 소개드리는 싱글아웃 (Single-Out) 380회입니다.5인치, 비오, 세우인윤훼이, 오열, 호미들을 살펴보았습니다.... musicy.kr 5인치 「회전목마」 단조로운 비트의 곡은 시간이 지날수록 신시사이저의 가세로 디테일을 배가시킨다. 뱅글뱅글 회전하는 제목 속 회전목마는 코러스의 목소리를 빌어 화자의 공전중인 기억을 상기시키며 허전함을 대변한다. ★★1/2 오열 「한강열차」 같은 음반 속 「청계천」, 「뱃속의 항해」 같은 곡들의 존재나 바닥이 흥건하게 젖은 ..

지구에 직방으로 바로 충돌해 인류를 설멸시킬 거대한 혜성이 관측된다. 시일은 앞당겨지고, 정말로 그 일이 실현된다면 인류의 운명은 결코 긍정적으로 예견할 수 없을 것은 명확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서사를 끄집어낸 것이 [빅쇼트]의 아담 맥케이의 입담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주식과 코인 투자의 포로들을 불나방 운명과 더불어 말버릇 같은 '빅쇼트' 백일몽을 심어준 그이기에 여전히 통렬하다. 그가 보는 미국은 여전히 극 중의 묘사처럼 SNS 아귀다툼과 쇼비즈니스 화법이 교양의 세계를 진작에 침식했고, 경박스러운 일종의 자이 가이스트가 된 세상이다. 대통령은 거짓말쟁이가 되었고, 칭얼거리는 대통령 자제가 요직에 이름을 올린 절망의 상태다. 인종차별주의가 세상의 구원을 책임없이 약속하는 세상이고, 혜성 충돌을 ..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7746 [Single-Out #379] 그눅, 루시, 모비딕, 안녕하신가영, 터치드 음악취향Y가 주목하는 싱글을 다양한 시선으로 소개드리는 싱글아웃 (Single-Out) 379회입니다.그눅, 루시, 모비딕, 안녕하신가영, 터치드를 살펴보았습니다.... musicy.kr 안녕하신가영 「슬픔의 가운데에서」 내 마음의 위치가 일상과 관계 안에서 구멍 난 마음의 진공 상태라는 것을 문득 깨달으며 스산해질 때가 있다. 안녕하신가영의 목소리가 주는 예의 위로와 청명한 위안은 응원의 역할을 한다. 웬일인지 이번 트랙은 곡의 화법에서 토이 등의 음악이 줬던, 한국 팝의 친숙함이 전해진다. ★★★ 터치드 ..

제이미 폭스가 어디서 가지고 온 것이 알 수 없는 설렘 가득한 사진 하나와 트윗으로 모든 것은 확산되었다. 소니 픽처스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를 방불케 하는 각 세계관 스파이더맨 출연의 주역들이 한 작품 안에서 황공하고, 배틀하는 황홀한 판타지를 실제로 실현한다는 루머가 마치 굴러오는 눈덩어리처럼 차차 부풀려지며, 실제로 그게 가시화가 되어 작품에 대한 팬보이들의 기대치는 극대화되었다. 때는 마침 아시아 시장에서의 디즈니 플러스 론칭이 시작되었거니와 지난 [엔드 게임] 이후 MCU 자체가 새로운 페이즈로 드라마와 영화 양편 차곡차곡 판의 재정립과 자신감을 표면화했던 덕이기도 하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걸 [블랙 위도우]의 쿠키로 알게 되었고 - 저 처음 보는 요원이라는 사람은..

미국이라는 곳을 형성하던 개척 시대 안에서 성서를 인용한 문구의 제목을 썼다는 점, 음악엔 역시나 조니 그린우드의 - 클래식에 기반했으나 결코 예사롭지 않게 들리지 않은 현악 등 - 음악, 권위적이고 예상을 넘는 언행으로 극을 지배하는 남성이 나온다는 점에서 [데어 윌 비 블러드]의 전례를 연상케 한다. 그러면서도 제인 캠피언의 신작이니 '아하 - 허락되지 않는 관계의 선을 넘는 남녀와 그들을 둘러싼 느슨한 파국이 기다리고 있겠으려나 - 그런 식의 예상을 당연히 넘기는 서사가 기다리고 있다. '사내로 태어났으면 어머니는 지켜야지'라고 내레이션에 존재감을 드러낸 소년은 험한 서부 풍경의 세계관에서 모델로 삼을법한 사내의 이야길 듣고, 그의 물품으로 수음을 하고, 종이로 곱게 접은 꽃들을 곧잘 만드는 감수성..